지자체 "업무 이관이 더 효율적"… 국토부 "초기단계라 시기상조"
  • ▲ 국토부.ⓒ연합뉴스
    ▲ 국토부.ⓒ연합뉴스

    국토교통부 산하 외청 격인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 새만금개발청,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지방자치단체와 불편한 동거를 하고 있다.

    각 지자체가 중앙 행정업무 이관을 요구하거나 지역개발에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며 이례적으로 기관장 경질을 언급하는 등 갈등 양상마저 보인다.

    25일 관가 소식통에 따르면 행복청과 세종시가 '세종시(행복도시) 특별법 개정안'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논란은 세종시를 지역구로 둔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의원이 세종시특별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하면서 표면화됐다.

    개정안에는 행복청이 수행하는 도시계획과 건축·주택 관련 사무 등을 세종시에 이관하고 행정자치부 전신인 안전행정부를 세종시 이전 제외 대상에서 삭제하는 내용이 담겼다. 기업과 대학 유치에 활용할 수 있게 원형지 공급 대상에 법인·단체를 추가하고 세종시장을 행복도시건설추진위원회 구성원에 포함하는 내용도 들어 있다.

    세종시는 건축물 미술품 설치·절차 사무, 공동주택 하자보수, 옥외광고물 관리 등 행복청 권한의 14개 지방사무 이관은 필수적이라는 태도다.

    이춘희 세종시장은 지난 10일 시정브리핑에서 "개정안은 시민 불편해소, 자치권 보장, 자족기능 확충 등 세종시를 정상적으로 건설하는 데 필요한 부분"이라고 당위성을 강조했다.

    세종시 관계자는 "14가지 지방사무는 세종시의 법적 지위가 명확하지 않아 출범 전에 특례를 두었던 것"이라며 "이제 시가 특별자치시로 출범했으니 지방사무를 이관하는 것은 당연하다. 행복청은 건설관련 업무에 전념하면 된다"고 부연했다.

    행복청은 불편한 기색이다. 개정안에 세종시 입장만 반영됐다는 것이다. 14개 지방사무는 신도시 건설을 위해 꼭 필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세종시 신도시가 30% 정도 완성된 시점에서 도시건설 업무를 이원화하면 업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견해다.

    행복청 관계자는 "세종시가 출범하면서 대부분 지방사무를 넘겨줬고 도시계획과 건설에 필요한 최소한의 것만 남은 상태"라며 "새로운 도시를 건설하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어렵게 현장에 접목해왔고 이제 본궤도에 올려 탄력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세종시는 지금 맡은 지방사무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만큼 무리없이 업무를 처리할 수 있을 때까지 성숙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토부도 같은 맥락에서 업무 이관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이다.

    JDC도 제주도 산하로 옮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된다. JDC는 제주를 세계적인 명품 국제자유도시로 만들겠다는 목표로 2001년 세워진 국토부 산하 준시장형 공기업이다. 제주국제영어마을과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 헬스케어타운, 신화역사공원 등 주요 프로젝트와 함께 제주 면세점을 운영한다.

    제주도는 JDC를 이관받아 사업을 효율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태도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지난 17일 도의회 정례회 제3차 본회의 도정질문에서 JDC의 제주도 이관 필요성에 대해 "이대로는 안된다는 생각이며 근본적인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원 지사는 "JDC 제주도 이관에 대해 JDC와 국토부가 부정적인 견해인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도민정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고 제주도 차원에서 기회를 빼앗기는 등의 문제가 있으므로 도의회와 함께 의논해야 할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원 지사는 지난 6월 열린 제주시민사회연대회의와의 3차 정책간담회에서 "과거 제주국제자유도시 개발 주체인 JDC가 국토부 산하 기관으로 간 것은 제주도의 기회 상실"이라며 "JDC가 제주도에 주어졌다면 제주의 개발과 여러 가지 프로젝트의 현 주소가 달라졌을 것"이라고 비판했었다.

    국토부는 JDC가 국가 공기업으로 남는 게 더 바람직하다는 견해다.

    국토부 관계자는 "앞으로도 제주국제자유도시 개발사업을 차질없이 이행해 나가려면 JDC 제주 이관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국가 공기업일 때 대외 신인도가 높아져 투자활동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JDC가 지방 공기업으로 전환되면 중앙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줄어들 우려도 있다"며 "제주 지역사회에서도 이런 이유로 JDC의 국가기관 존치 필요성을 인정하는 목소리가 제기된다"고 역설했다.

    새만금청은 전북도와 대놓고 대립각을 세우는 모양새다.

    송하진 전북도지사는 지난 23일 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무총리실 새만금사업추진기획단장을 지낸 이병국 새만금개발청장은 7년이나 새만금 관련 일을 하고 있지만, 전북에 이익이 되는 새만금사업에는 소극적"이라며 "인사권자는 아니지만, 이 청장의 진로문제까지 고민하겠으며 경질까지 분위기를 잡아가겠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지자체장이 중앙부처 산하 기관장에 대해 경질까지 거론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송 지사는 "새만금청장은 정부에 (새만금개발에 대한) 정책 방향을 제시해야 함에도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며 "전북에 애정을 가진 사람이 (청장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새만금청은 송 지사 발언에 안타깝다는 반응이다. 새만금청 관계자는 "대내외적으로 투자 유치가 어려운 상황이고 양 기관이 노력해도 새만금개발에 속도를 내기 어려운 상황인데 이런 발언이 나와 안타깝고 어처구니가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새만금 남북도로 개발사업에 전북 지역업체 참여가 부진한 게 이번 송 지사 작심발언의 배경이 됐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에 대해 전북도 관계자는 "지사 처지에서는 개발사업에 있어 지역업체가 외면받지 않게 새만금청이 적극 나서 기획재정부 등 관련 부처와 협의해주길 바라지만, 이 청장은 소극적"이라며 "이 청장과의 업무 협조가 매끄럽지 않고 소통이 안 된다는 불신은 오래전부터 제기됐던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새만금청 관계자는 "전북도 요구 사항에 대해 기재부와 수차례 협의했지만, 국책사업이다 보니 지역업체를 우대할 수 없다"며 "현실적으로 의원 입법을 통해 관련 법을 개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