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입어 연승어선 35%로 줄여야"… 한국 "2019년 40척 감축 합의 지켜야"협상테이블 대면 2년 전의 절반 수준… 6차 협의 일정도 미정업계, 일본 물귀신 작전 우려… 주 조업시기 놓친 화풀이로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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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어업협상이 지난해 결렬된 이후 8개월 동안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양국은 쟁점인 우리 연승어선 입어 규모 감축에 대해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설상가상 양국 관계가 냉각하면서 협상 테이블 대면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협상이 기약 없이 표류할 가능성마저 점쳐진다.
31일 해양수산부와 수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23일부터 이틀간 서울에서 2016년 어기 한·일 어업협상 제5차 소위원회가 비공식으로 열렸다.
양국은 이번 협상에서도 기존 입장을 고수하며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쟁점은 우리 연승어선의 입어 규모 감축이다.
일본 측은 자국 배타적 경제수역(EEZ)에서 조업하는 우리 연승어선의 척수를 현재 206척에서 35% 수준인 73척으로 제한하겠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수산자원량 감소와 우리 어선의 일본 수역 내 조업 위반을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우리 측은 지난해 1월 열린 제16차 한·일 어업공동위원회에서 2019년까지 우리 연승어선을 총 40척 줄이기로 합의해놓고 이제 와 일본 측이 억지를 부린다는 태도다.
이에 대해 일본 측은 당시 합의는 우리 연승어선의 조업 위반이 없다는 조건이었다며 명문화되지 않은 부분을 꼬투리 잡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의 견해차가 여전한 가운데 다음 달이면 협상이 결렬된 지 8개월째로 접어든다. 당장 협상이 타결돼도 2016년 남은 어기는 4개월여에 불과하다.
협상이 결렬됐던 2014년 어기 때는 최근 3년간 평균 어획량을 기준으로 남은 어기 만큼의 어획할당량을 정했다. 이에 비춰볼 때 우리나라의 전체 입어 규모 중 할당량과 어획량이 가장 많은 선망어업은 당장 협상이 타결돼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양국의 정치·외교 상황이 여의치 않아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기조차 쉽지 않다는 점이다.
양국은 2014년 어기 때 12월까지 아홉 차례 이상 만났다. 반면 이번 어기에는 이달 말까지 다섯 차례 만났을 뿐이다.
일본에서 열리게 될 제6차 소위원회는 아직 일정도 잡지 못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외교경로를 통해 일정을 조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양국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져 다음 일정조차 잡지 못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다음번 일정은 이번 위원회에서 보통 잡지만, 외교경로를 통해 잡는 것도 통상적인 방법"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업계 정보통에 따르면 이번에 양측의 협상 분위기가 좋지 않다 보니 다음번 일정을 협의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양국 관계는 부산의 일본 총영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 설치와 관련해 갈등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일본 정부는 지난 9일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대사와 모리모토 야스히로(森本康敬) 부산 총영사를 일시 귀국시킨 뒤 한국으로의 귀임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
양국의 분위기는 일본 정부의 망언까지 나와 더 험악해졌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은 지난 17일 기자들과 만나 한국의 독도 소녀상 설치 추진과 관련해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는 일본 고유의 영토"라고 망언했다.
급기야 업계 일각에서는 일본 측의 협상 자세에 의문을 제기한다. 한마디로 합의 의사가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일본 어선의 주 조업 시기가 이미 지난 만큼 합의 시기를 늦춰 우리 어선도 그에 상응하는 피해를 봐야 한다는 물귀신 심사로 나오고 있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이에 대해 해수부 관계자는 "외교 상황과 상관없이 어업협상이 중단되지는 않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