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성‧신뢰성, 국내 제약사 탄탄하게 지속하는 버팀목 될 수 있어
  • ▲ ⓒ뉴데일리
    ▲ ⓒ뉴데일리



    최근 정부가 제약‧바이오산업을 차세대 신성장동력으로 지목하면서 제약업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라’라는 속담과 같이 원활한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제약사들은 ‘보도자료’라는 수단을 이용, 일반인‧투자자들에게 사업진행과정이나 예상수익 등을 알린다.

    투자자들의 적극적인 지지는 연구개발(R&D)나 인력보충 등 사업 규모를 확대한다. 제약사들이 다국적제약사의 공동판매 계약‧해외수출 계약‧신약 출시 등 희소식은 크게, 임상 중지 등의 악재는 작게 발표하는 이유다.

    원활한 투자를 유치해 회사 규모를 키우려는 제약사의 행보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당연하다. 그러나 일부 제약사가 발표한 자료에는 일부 과장되거나 잘못된 내용이 있어 투자자의 판단을 흐린단 지적이다.

    이러한 실태는 상장한 국내 유명 제약사에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미약품‧보령제약‧대웅제약 등 국내 유명 제약사의 지난 해 행보를 살펴보면 기자의 우려사항이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한미약품은 다국적제약사 ‘얀센’에게 기술 수출한 비만당뇨신약의 임상시험이 지연되자 다소 이해하기 힘든 입장을 내놓았다.

    한미약품은 지난해12월 보도자료를 통해 "얀센이 자사 신약후보물질에 대해 ‘환자모집 일시 유예 조치’라고 발표한 이유는 한미약품의 생산 지연 때문, 개발중단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임상시험을 진행하기 앞서 의약품 물량이 부족하면 공장을 통해 생산해내면 된다. 공장마다 최대 생산 물량이 정해져 있어 한미약품은 임상시험 재개시기를 추정해 발표할 수 있으나 정확하게 밝히지 않아 의혹이 제기됐다.

    하루가 다르게 경쟁 약물이 쏟아지는 제약 업계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할 의약품의 물량이 부족하게 준비했다는 것도 의아한 판국에 임상재개시기까지 답변하지 않아 투자자들의 혼란이 더욱 가중됐단 분석이다.

    보령제약은 자사 고혈압‧고지혈증복합제 ‘카나브’를 소개하는 보도자료에서 잘못된 수치가 있다는 것을 뒤늦게 인정했다.

    보령제약은 자사 간판 의약품 ‘카나브’가 속한 고혈압‧고지혈증 복합제 시장 규모가 커져가고 있단 것을 알리기 위해 지난 11월 보도자료에서 “우리나라 고혈압‧고지혈증복합제(ARB계열+스타틴계열) 시장(UBIST 기준)은 2014년 약 446억 원에서 2015년 669억 원 규모로 약 34%이상 성장했으며 2016년 1분기 처방액은 지난해 동기 대비 130% 성장한 130억 원으로 급속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령제약의 설명에 따르면 2015년 고혈압‧고지혈증 복합제 총 매출은 669억원. 1분기 처방액 100억원을 제하면 570억원이 남는다.

    2,3,4분기에 570억원 매출을 기록한단 이야기다. 고혈압은 질병 특성상 겨울에 진단을 비교적 많이 받는다. 따라서 겨울 매출이 가장 높다고 가정하면 4분기 처방액은 약 200억원 이상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4분기에 200억원 매출액을 올린 복합제가 2016년 1분기에 130억원으로 쪼그라드는 것이 희한하다.

    더군다나 고혈압‧고지혈증은 만성질환이라 장기 복용해야 한다는 특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3개월 만에 처방액이 35%나 감소한단 설명은 기자의 입장에서 이해하기 어려웠다. 

    기자가 재차 확인하고 나서야 보령제약은 “다른 자료를 보고 참고한 내용”이라며 “정확치 않은 수치였던 것 같다”고 인정했다.

    자료를 취합하는 과정에서 생긴 실수라 하더라도 자사의 미래 성장성을 밝히는 보도자료에서 이러한 실수가 발생했다는 것이 의아하다.

    자사 의약품이 진출하고 있는 의약품 시장 규모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않은 가운데 어떻게 목표를 이룰 수 있을지 아쉬운 대처로 판단된다.

    대웅제약은 자사 보톡스 ‘나보타’의 해외수출계약을 알리는 보도자료에서 현지판매가 기준으로 기재해 혼란을 야기했다.

    대웅제약은 지난 9월 “나보타는 현재까지 60여개국에 약 7000억원 수준의 수출 계약이 체결돼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7000억원’ 규모의 수출 계약 금액은 ‘현지판매가’ 기준으로 한 예상 매출이다.

    7000억원은 실제 대웅제약이 계약을 통해 받을 금액과 차이가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더군다나 급변하는 보톡스 시장에서 현지 시판 후, 정확히 얼마나 유입되기는 예측하기 힘들다.

    물론 글로벌 의약품 시장 규모에서 약 1%를 차지하는 영세한 국내 제약사가 해외제약사와 수출계약을 맺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수출 실적을 공급단가가 아닌 현지판매가 기준으로 책정하면 수출 규모가 부풀러져 자칫 소비자의 오해를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수출 규모를 산정하는 방법은 업계 특성, 계약 조건 등에 따라 다르다”며 “그러나 물품 공급단가를 기준으로 수량을 고려해 책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답했다.

    수출 규모를 산정하는 방식에 대해 묻는 기자의 물음에 대웅제약 관계자는 “회사 영업 기밀”이라며 말을 아꼈다. 해외 시장 진출을 두고 국내 보톡스 업체 간 경쟁이 과열되고 있는 상황이라 구체적인 대답을 회피한 것으로 보인다.  

    한미약품‧보령제약‧대웅제약은 연 매출 5000억~8000억원 가량을 기록하는 국내 대표 제약사다. 그러나 ‘국내 대표 제약사’ 타이틀이 무색할 만큼 발표하는 보도자료의 내용은 신뢰성이 떨어지고, 내용은 불투명하다는 의견이다.

    연구 개발비를 대폭 늘리고 신약을 무작정 많이 쏟아내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다. 투자자와 일반인에 정확하고 투명한 정보를 제공하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기업의 밝은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

    더군다나 상장회사가 사업진행과정‧진입시장규모 등을 정확치 않게 공개하는 것은 정보의 불균형을 일으킬 뿐 아니라 객관적 정보에 기반한 합리적인 투자 문화를 방해할 수 있다.

    제약사는 회사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 받기 위해 경영성과, 사업계획 등의 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해야 한다.

    이는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측면도 있으나 기업을 안전하고 탄탄하게 지속하게 하는 버팀목이 된다는 분석이다. 

    제약사가 제공하는 정보는 투자자들의 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제약사는 책임의식을 갖고 신뢰성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데 힘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