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50달러 시대 고착화…투자 필요성 크지 않아"아시아 역내 수급 불균형 따른 기형적 현상 평가"
  • ▲ 박진수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LG화학
    ▲ 박진수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LG화학


    LG화학이 가스화학에 대한 회의적인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가스화학에 대한 시각차가 엇갈렸다.

    3일 LG화학은 가스화학의 사업성에 대해 확신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11년 가스화학 투자에 나섰던 LG화학은 지난해 투자를 철회한 바 있다.

    회사 관계자는 "가스화학이 최근 업계의 화두이지만 투자 가치에 대해서는 여전히 불확실한 측면이 많다"며 "유가가 배럴당 50달러 수준에서 장기간 유지될 전망인 현재 상황에서 가스화학의 수익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지난달 말 대전에 위치한 LG화학 기술연구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박진수 대표이사 부회장 역시 가스화학의 불확실성에 대해 언급했다.

    이날 박 부회장은 "현재 에틸렌(ethylene) 가격이 아시아 지역에서 급격히 상승해 원료인 나프타(naphtha)와의 가격차이가 커지고 있어 에틸렌 생산에 특화된 가스화학이 매력적으로 보이는 건 사실이다"라며 가스화학에 업계가 관심을 가지는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박 부회장은 "아시아 역내 에틸렌 가격은 현재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으며, 가스화학이 본격화된 미국에서는 에틸렌 가격이 아시아 보다 저렴한 수준이라 큰 수익이 나지 않고 있다"고 투자의 불확실성을 강조했다.

    가장 최근에 거래된 아시아 지역 에틸렌 가격은 t당 1141달러다. 박 부회장은 북미 지역의 에틸렌 가격이 t당 700달러 수준이라고 밝혔다.

    2008년 미국을 중심으로 북미지역에 셰일가스(shale gas) 생산량이 늘어나면서 가스화학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기 시작했고 아시아 지역에서 활약하는 석유화학사들 역시 중앙아시아의 가스전을 활용한 가스화학과 북미지역에 직접 투자했다.

    업계에서 가스화학에 투자한 기업은 롯데케미칼이 대표적이다. 중앙아시아 우즈베키스탄에 가스화학 설비를 완공했고 현재 북미 지역에 가스화학 설비를 건설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에도 가스화학 설비를 건설하기 위해 투자금을 책정했다.

    ABS(Acrylonitrile Butadiene Styrene)와 PVC(Polyvinyl Chloride) 등 에틸렌과 프로필렌(propylene), 부타디엔, 벤젠(benzene) 등 기초 유분을 활용해 석유화학 최종제품 생산에 주력하는 LG화학 입장에서 가스화학이 매력적이 않을 수 있다는 업계의 분석도 있다.

    가스화학은 기초 유분 중 에틸렌이 주로 나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가스화학 설비를 통해서는 LG화학이 주력하고 있는 ABS와 PVC를 생산할 수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LG화학은 기초유분 판매를 통해 수익을 올리기도 하지만 기초유분을 가공해 최종 제품을 생산해 스프레드(원료와 제품의 가격차이)를 확대하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어 고유가 상황이 아닌 이상 가스화학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가스화학은 메탄(methane), 에탄(ethane) 등의 천연가스를 활용해 석유화학제품을 만들어내는 과정으로 석유화학과는 원재료의 차이가 있다. 석유제품인 나프타를 가공하는 석유화학과는 생산 가능한 품목이 다르다.

    가스화학 설비는 주로 에틸렌을 생산하는 목적으로 활용되고 사용처가 많지 않은 저렴한 가스를 활용한다는 장점이 있다. 석유화학 설비는 에틸렌을 비롯해 프로필렌, 부타디엔, 벤젠 등 다양한 기초유분을 생산할 수 있지만 유가와 연동되기에 가격 급등락의 불확실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