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확한 대책 없는 '원자력-석탄' 배제…"친환경 좋지만, 요금인상 등 국민적 합의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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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NG(액화천연가스)와 태양광 발전업계가 11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5월9일)에 대한 기대감을 표하고 있다. 유력 대선후보들이 내세우고 있는 에너지 정책공약이 원자력과 석탄화력 발전에 대해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28일 업계는 각종 여론 조사에서 선두권을 달리고 있는 유력 후보들의 에너지믹스(energy mix) 정책공약이 환경 친화적인 방향으로 흐르고 있어 원자력과 석탄화력 발전 보다 LNG와 태양광 발전 업계가 차기 정권에서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하고 있다.
여론조사에서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에너지믹스 정책공약에서 '원자력과 석탄화력 발전소를 줄이고 친환경 에너지원인 태양광과 풍력을 활용한 발전소를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를 제외한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의 공약은 큰 맥락에서 문재인, 안철수 후보와 비슷하게 反원전-反석탄을 에너지믹스 정책공약으로 선택하고 있다.
홍준표 후보는 석탄발전소의 대기오염물질 배출기준을 대폭 강화한다는 공약은 내걸었지만 석탄발전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은 가지고 있지 않다. 미세먼지의 원인으로 중국을 지적하며 경유차와 석탄발전소에 책임을 전가했던 前 정부를 비판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통령은 선거가 끝나야 결정되는 것이지만 현재까지는 문재인과 안철수 후보가 홍준표 후보 보다 더 당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며 "원자력과 석탄화력 발전 비중이 에너지믹스에서 줄어들면 이를 천연가스와 태양광 발전소가 대체할 것인데 이는 발전 업계의 지각 변동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국가 전력 생산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발전 단가였다.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는 원자력과 석탄발전이 에너지믹스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할 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
여름철 전력 사용량이 크게 증가하는 일이 없으면 3순위인 천연가스 발전은 전력 생산을 일부 중단하면서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구조였다.
당선 가능성이 높은 문재인, 안철수 후보를 포함해 유승민, 심상정 후보는 모두 에너지믹스 정책공약에서 기존의 전력 생산 기준이었던 발전 단가를 환경이라는 새로운 기준으로 변경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원자력과 석탄을 활용한 발전 보다 천연가스를 활용하면 탄소 배출이나 사고 위험에서 안전하다는 장점은 분명하지만 전기료 인상을 피할 수 없다는 단점도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에너지믹스를 환경적인 측면만을 보고 결정하고 있는 대다수의 대선 후보들의 공약은 현실을 모르는 탁상공론이라고 비판한다.
원전과 석탄에 비해 월등히 발전 단가가 높은 천연가스와 태양광을 사용한다면 국민들이 내야하는 전기료는 지금 보다 몇 배나 올라야 한다는 것이 문제를 제기하는 이들의 주된 주장이다.
천연가스와 태양광 발전업계 역시 대선 분위기가 친환경으로 흘러가면서 기대감도 표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실현가능성에 대한 불안감도 피력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는 문재인, 안철수 후보 등의 에너지믹스 정책공약을 기대감을 가지고 검토한 바 있지만 실현 가능성은 확신하기 쉽지 않았다"며 "천연가스는 물론 태양광이 원자력과 석탄화력 발전의 빈자리를 대체하기에는 국민들의 비용 부담이 지나치게 높아진다"고 말했다.
학계에서도 친환경 에너지믹스 정책공약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원전을 줄이겠다는 후보들의 공약을 막상 적용하면 전기료가 지금보다 최소한 5배가 오른다"며 "국민적 합의를 도출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 역시 "원전과 석탄에서 신재생과 천연가스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전기요금 인상, 전력공급 안정성, 과세 형평성 등 에너지 전반에 대해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접근을 통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