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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의 대표적 보건의료정책이었던 '원격의료'가 채 피지도 못하고 질 처지에 놓였다. 바뀐 문재인 정부는 당정청 모두 반대 입장을 천명하고 있다.
여당인 민주당은 의료인과 환자 간 원격진료를 가능하도록 하는 의료법 개정은 절대 불가 방침이다. 청와대는 대표적 반대론자인 김용익 라인의 강성인물들로 채워져 있다.
총대를 맸던 보건복지부는 말도 꺼내지 말라며 쉬쉬하는 분위기다. 정부정책에 따라 수천억원대의 투자를 통해 신수종 산업으로의 성장을 기대했던 민간업계들은 한숨만 내쉬고 있다.
◆ 朴 정부 '원걱의료' 남다른 애착… 드라이브
전임 정부는 지난 4년간 원격의료 활성화에 공을 들여왔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은 시범사업이 이뤄지는 노인요양시설을 직접 찾고 각종 회의 때 마다 원격의료 활성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단체의 정책 건의에 따른 보건의료 분야 규제 기요틴 과제 중 하나로, 朴 정부의 대표적인 의료산업정책으로 추진되면서 기승전'원격의료'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
원격의료는 환자가 병원에 가지 않고도 의료 IT 장비를 이용해 가정이나 직장에서 진료받을 수 있는 의료서비스 개념이다. 때문에 원격의료는 의료 공급자인 의사들에게는 '의료영리화' 확산의 주범, 원격의료 인프라를 창출하는 산업계에는 '스마트헬스케어 발전'이라는 정반대의 의미를 갖고 있다.
현행 의료법상 의료인과 의료인 간 원격의료는 허용되지만 의료인과 환자 간 원격의료, 쉽게 말해 의사가 환자를 직접 대면하지 않는 원격의료는 불법이다. 원격의료가 대중적으로 확산되려면 환자와 의료인 간 원격의료가 가능해야 하기에, 정부와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은 의료법개정 추진에 사활을 걸었다.
지난 19대국회에서 추진됐던 원격의료법은 의료계와 당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반대에 밀려 폐기됐다. 복지부는 20대 국회 문이 열리자마자 첫 정부법안으로 '원격의료법'을 재추진했으나 현재 소관 상임위원회인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복지부는 법개정 추진과 별도로 시범사업을 다각도로 추진했다. 대선 직전까지도 원격의료 활성화 정책 추진에 집중해왔다. 정부는 도서벽지, 교정시설·격오지부대, 노인·장애인 등을 상대로 한 원격의료 사업에 공을 들여왔으며 촉탁의제도와 만성질환관리제도 등 일부에서 원격의료를 활용하고 있다.
◆文정부, 원격의료 전면재검토 원칙… "대폭 축소 불가피"정권 교체 이후 분위기가 급변하면서 복지부 차원의 정책 추진은 대폭 축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원격의료는 의료인과 의료인 사이의 진료 효율화를 위한 수단으로만 한정한다'는게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다. 후보자 시절부터 의사 단체인 대한의사협회 미래정책기획단과 같이 논의해왔던 부분이다.
의료 공공성을 강조했던 김용익 전 의원이 보건복지부장관 내정자로 유력히 점쳐지고 있는데다, 청와대 사회수석실 비서관과 행정관에 발탁된 이진석 서울의대 교수와 여준성 정춘숙의원실 보좌관 모두 김 전 의원 라인으로, 원격의료 등 의료산업화 정책에 반대하는 기조를 분명히했던 인물들이다.
원격의료 정책의 전면 재검토를 원칙으로, 의료전달체계 개선에 한해 지금 보다 대폭 축소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여당 관계자는 "대통령 공약은 기존 정부가 했던 방식에 대해 동의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앞으로의 보건의료정책 원칙을 천명한 것"이라면서 "격오지나 의료취약지 등 공공의료프레임으로 가는 부분은 일정 동의할 부분이 있지만 의료법개정이 필요한 비대면진료는 전면재검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원격의료는 의료인과 의료인 사이에서 진료 보조 정도로 충분하다"면서 "만약 그이상이 필요하다면 오진 등 안전성 문제에 대해 충분한 검토가 이뤄진 뒤에 사회적 논의가 이어질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향후 시범사업 평가 결과에 따라 원격의료 안전성·유효성 논란도 불거질 전망이며 사업 확대를 주도해 온 복지부의 행정적인 책임을 묻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여당 관계자는 "그동안 원격의료 안전성 평가와 관련해 정부가 시범사업 결과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었다"면서 "지난 3년간 정부 예산이 허투로 들어간 것으로 결론 난다면 이 부분에 대한 행정적인 책임은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정보정책과라는 정식직제까지 마련하며 원격의료에 부처 총력을 집중했던 복지부에서도 달라진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원격의료 정책을 활발히 홍보하며 당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각을 세웠던 복지부 인사들은 긴장감 속에 몸을 납작 엎드린 모습이다. 초대 실무과장은 하반기 연수를 앞두고 있어 추진 동력 자체가 힘을 잃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복지부도 달라진 분위기를 의식해 의료인과 의료인 간 원격의료에 한해 공공의료프레임 선에서 정리하겠다고 태세를 바꿨다.
복지부 관계자는 "대통령 공약에서 의료인과 환자 간 원격의료는 불가하다고 돼 있어 현행법상 가능한, 의료 영리화 우려가 생기지 않는 범위를 방향성으로 시범사업을 가져갈 것"이라면서 "어느 정도가 될지 예단하기는 힘들지만 공공의료와 조화시킨 틀 내에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격의료 산업계 '후퇴'이같은 기조 속에 일부 대기업들이 꾸준히 공들여왔던 원격의료의 대대적인 확산은 요원해진 모습이다.
정부의 원격의료 시범사업은 삼성, SK, LG, KT 등 통신망산업 및 휴대용기기를 생산하는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이들 기업은 원격의료 기반의 u헬스케어 서비스 모델을 개발하는 데 적극 뛰어들었다.
그간 대표적으로 원격의료에 관심이 높았던 업체는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0년 초음파 진단기 전문업체 메디슨을 인수하면서 본격적으로 의료기기사업에 뛰어들었다. -
이후 원격의료 관련 진단기기 개발을 추진해왔고, 이미 원격의료 서비스 구현에 필요한 다양한 제품 허가까지 마친 상태다.
원격의료와 모바일 헬스케어 사업 분야를 향한 높은 관심을 반영하듯 2007년부터 지난 10년간 기반기술이 되는 생체계측 기술 분야에서 국내 특허출원을 가장 많이 한 곳도 삼성전자였다.
여당 관계자는 "진단의료장비 또는 표준형 모듈에 대한 상업적 요구 때문에 발생한 것이 원격의료"라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모듈이나 연결장치들을 많이 개발해 많이 팔겠다는 게 주 목적이었다. 그 입장에서 볼 때 앞으로는 분명 더뎌지거나 후퇴하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