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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이동통신 기본요금 폐지 움직임이 속도를 내고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최근 문 대통령 '통신 기본료 폐지' 공약에 대해 미래창조과학부가 관련 공약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줄 것으로 요구했다.
"이동전화 기본료는 통신망을 깔고 통신설비를 만드는데 드는 비용이지만, 이미 LTE에서 투자가 끝났다"며 "이해 관계자간 첨예한 이해 대립과 상충이 있어 고려가 필요하지만, 사회적 약자에 대한 통신료 절감의 취지가 반드시 이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통신 기본료 폐지' 공약은 사실상 '통신기업은 이익을 내면 안 된다'는 논리로, 이는 시장경제 원리에 맞지 않는 논리다.
이동통신 산업은 막대한 초기 투자가 요구되는 장치산업으로 서비스 초기에는 투자금액 대비 낮은 요금을 적용하지만, 이용자 증가에 따라 초기 손실을 만회하고 그 수익을 토대로 또 다시 신규 서비스에 투자하는 구조다.
또 설비 구축부터 철수까지의 비용과 망 고도화에 필요한 비용 모두 이용자가 분담토록 설계돼, 기본료 폐지 주장은 통신요금 구조 전반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처사다.
특히 문 대통령의 공약대로 월정액 1만1000원을 일률적으로 인하한 후 이통3사의 2014년 실적에 대입해 보면, 이통사의 영업이익 감소액은 2014년 기준 약 7조5000억원에 이른다. 이를 기존 영업이익에서 빼보면 기본료 폐지로 인한 적자 규모가 최대 5조4000억원에 달한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뿐만이 아이다. '통신 기본료 폐지' 정책이 실현된다면, 주 대상이 되는 2G, 3G 고객이 대부분인 알뜰폰 사업자도 피해가 커, 가계통신비 인하 목적으로 설립된 40여개 알뜰폰 기업들이 줄도산할 가능성이 크다.
새정부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소비자들의 후생을 생각해야 한다.
기본료 폐지가 당장에는 소비자들의 주머니 사정을 낫게 할지는 모르겠으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통신기업들의 배를 굶기면 사업자들은 점차 곳간을 닫아 '사업자-소비자'간 대립은 더욱 첨예해질 것이다.
새정부는 기본료 폐지를 논의하기보다 국내 이통사들이 ICT 시대 4차 산업혁명을 현명하게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게 오히려 더 국민들의 후생을 위한 길이다.
미국은 애플, 페이스북, 구글 등을 앞세워 4차산업을 주도하고 있고 중국 역시 알리바바, 바이두, 텐센트 등이 미국에 도전장을 내고 추격 중이다. 일본도 올해 자율주행차 분야에만 3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다짐한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 속 글로벌 ICT 기업들과 경쟁을 펼쳐야 함은 물론, 플랫폼 회사로 발돋움하고 있는 국내 이통사들의 앞길을 막는다면, 국내 소비자들의 '거시적 후생'이란 있을 수 없다.
통신비 기본료 폐지 정책이 기존 소비자들에게 유리한 것처럼 보여질 수는 있으나, 거시적으로 국민경제나 국가의 가치 생산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문 대통령이 새 정책을 내놓는 과정에서, 업계와 충분한 논의를 통해 기업과 소비자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통신정책을 다시 내놔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