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대통령으로 최종 당선된 가운데, 통신 업계가 이번 대선 결과에 그리 달갑지만은 않은 분위기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대선 공약 중 가계통신비 정책으로 '통신 기본료 폐지 방침'을 내놓은 바 있는데, 통신 기본료가 폐지될 경우 이통 3사의 적자 규모가 최대 5조4000억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의 '통신 기본료 폐지' 공약은 사실상 '통신기업은 이익을 내면 안 된다'는 논리로, 이는 시장경제 원리에 맞지 않는 것은 물론, 통신시장의 중소기업이라 할 수 있는 알뜰폰 업체들도 유탄을 맞을 수 있단 지적이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대선 유세기간 중 '가계통신비정책'을 발표하며 "한 달에 1만1000원씩 내는 기본료를 완전 폐지해 기업에 들어가는 돈을 사회 취약계층에 다시 돌려드리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어 그는 "이동전화 기본료는 통신망을 깔고 통신설비를 만드는데 드는 비용이지만 이미 LTE에서 투자가 끝났다"고 말했다.
다시말해, 이통3사의 영업이익과 사내유보금이 수조원에 달하므로 자체 운영에 아무런 문제가 없고, 통신기업에게 돌아가는 과도한 통신비를 줄여 그 돈으로 사회 취약계층에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당시 관련 업계는 현실성 없는 '선심성 공약'이라며 쓴소리를 끊임없이 내뱉었다.
이동통신 산업은 막대한 초기 투자가 요구되는 장치산업으로 서비스 초기에는 투자금액 대비 낮은 요금을 적용하지만 이용자 증가에 따라 초기 손실을 만회하고 그 수익을 토대로 또 다시 신규 서비스에 투자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또한 설비 구축부터 철수까지의 비용과 망 고도화에 필요한 비용 모두 이용자가 분담토록 설계돼, 기본료 폐지 주장은 통신요금 구조 전반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공약이란 이유에서다.
아울러 월정액 1만1000원을 일률적으로 인하할 경우, 이통3사의 적자 규모는 최대 5조4000억원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었다.
문 대통령의 공약대로 월정액 1만1000원을 일률적으로 인하한 후 이통3사의 2014년 실적에 대입해 보면, 이통사의 영업이익 감소액은 2014년 기준 약 7조5000억원에 이른다. 이를 기존 영업이익에서 빼보면 기본료 폐지로 인한 적자 규모가 최대 5조4000억원에 달한다는 주장이다.
때문에 업계는 문 대통령의 당선에 전전긍긍 하는 모습이다. 권력의 최고 자리라 할 수 있는 대통령에게 정권 초반부터 밉보여 좋을 것 없다는 생각에 불만을 공식적으로 드러내 보이지는 않았으나, 쉬쉬하며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는 모양새다.
뿐만 아니라 알뜰폰 업체들도 실망한 기색이 역력한 모습이다.
유력 대선 후보였던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전파 사용료 면제 기간 연장 및 망 도매대가 인하를 약속한 반면, 문 대통령은 알뜰폰에 대한 언급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문 대통령의 '통신 기본료 폐지' 정책이 실현된다면, 주 대상이 되는 2G, 3G 고객이 대부분인 알뜰폰 사업자에 피해가 커 거부감을 보이고 있는 모습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동통신 요금은 가입비, 기본료 등 고정수익과 이용자의 사용량에 따른 통화료(음성·데이터), 기타(부가서비스 등)로 구성되는데, 2G나 3G 요금제의 경우 '기본료+통화료'로 구성되는 표준요금제가 있지만, 국민 70% 정도가 쓰는 LTE는 기본료 항목 자체가 없는 통합요금제 방식"이라며 "사실상 1만1000원의 기본료가 폐지된다고 해도 실제 대상은 전체 이통 가입자가 아닌 2G나 3G 고객이 대부분이여서, '2G-3G' 고객이 80% 정도를 차지하는 알뜰폰 업체들이 피해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대해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통신비 기본료 폐지 정책이 기존 소비자들에게 유리한 것처럼 보여질 수는 있으나, 거시적으로 국민경제나 국가의 가치 생산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문 대통령이 새로운 참모진을 꾸린 후 관련 새정책을 내놓는 과정에서, 업계와 충분한 논의를 거쳐 기업과 소비자들이 수긍할 수 있는 통신정책을 다시금 내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