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총리·행안장관 공석 상황서 재난대응 차질 우려경험 없는 경제부총리가 '권한대행'으로 수습 맡아 지휘 중줄탄핵 정국 몰아넣은 野 책임론 부각 가능성… 외신들 지적
  • ▲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9일 오후 전남 무안공항 여객기 사고 현장에서 탑승객 가족들을 만난 뒤 굳은 표정으로 나오고 있다.ⓒ연합뉴스
    ▲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9일 오후 전남 무안공항 여객기 사고 현장에서 탑승객 가족들을 만난 뒤 굳은 표정으로 나오고 있다.ⓒ연합뉴스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항공기 사고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지만 이를 수습해야 할 국가 컨트롤타워가 사실상 마비 상태에 놓이면서 국민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대통령, 국무총리, 경찰청장 탄핵에 이어 행정안전부 장관의 사퇴까지 더해지면서 재난 대응 체계의 총체적 위기가 우려되고 있다.

    29일 오전 9시7분께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제주항공 소속 7C 2216편이 착륙 도중 활주로를 이탈하면서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소방당국은 사고 발생 43분 만에 화재를 초진하고 구조 작업을 이어가고 있으나 생존자 수색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같은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컨트롤타워의 역할이 필수적이지만 대통령과 국무총리를 포함해 재난 대응 주요 수장들이 부재한 상태여서 현장 대응에 혼란이 예상된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가결됐고, 이어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던 한덕수 국무총리마저 야당 주도의 탄핵으로 직무가 정지됐다. 재난을 총괄해야 할 행정안전부 장관도 사의를 표명한 상태며, 경찰청장은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한 내란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된 상황이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국무총리 직무대행까지 맡게 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사고 수습의 책임자로 나섰지만 기재부에는 재난대응 조직이 전무한데다 나락 직전인 경제 대응에 총력을 다해야 하는 상황이라 국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본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최상목 권항대행 1인이 대통령, 총리, 경제부총리 3역을 한다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며 "사실상 국정마비 상태"라고 비판했다.

    ◇ '공백' 재난 대응 컨트롤타워… "최 권한대행 역량 어느때보다 중요"

    재난 대응 컨트롤타워 주요 책임자가 대거 이탈한 가운데 경험 없는 경제부총리의 재난 대응 역량이 부족한 상황이라 정부 안팎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커진다.

    한 재난관리 전문가는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는 명확한 지휘와 결정이 필요하지만 지금 체제에서는 그런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재난 대응의 속도와 효율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최 권한대행은 이날 오전 9시57분 정부서울청사에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열었다. 통상적으로 재난사고 발생 즉시 상황을 보고받고 관계기관에 올바른 대처를 위한 긴급지시를 하달하는데 사고 발생 50분이 넘어서야 관련 지시를 내렸다.

    '대행의 대행' 체제에 있다보니 즉시 대응에 다소 늦은감이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 권한대행이 회의 소집 이후 지시를 내린 후 사고 현장에 직접 방문하기로 한 결정은 이런 지적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처로 풀이된다.

    최 권한대행이 수장으로 있는 기재부에 재난 대응 관련 조직이 없는 점도 문제로 거론된다. 권한대행을 보좌해야 하는 대통령실과 총리실이 기재부와 협조해 관련 대응에 나선 상황이지만 유례없는 '대행의 대행' 체제에 제대로 된 협업이 될지도 미지수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대통령과 총리가 공백인 상황에서 일어난 국가적 재난사태를 어떻게 극복하는지는 최 권한대행의 역량에 달렸다"며 "사고 원인을 명확히 분석해서 이것이 인재인지 아닌지 규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주요 외신들도 잇따라 보도… "한국 정치 위기로 컨트롤타워 부재"

    무안공항 사고와 관련해 주요 외신들도 한국의 정치적 위기로 컨트롤타워가 부재한 상황을 우려했다. 사고 수습 과정에 문제가 생길 땐 '줄탄핵' 정국으로 몰아넣은 야당의 책임론도 부상할 수밖에 없다. 

    AP는 이번 사건을 두고 "한국이 윤 대통령의 기습 계엄 선포와 그에 따른 탄핵으로 촉발된 거대한 정치적 위기에 휘말린 가운데 발생했다"며 "국회의원들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을 탄핵하고 직무를 정지시켰으며, 최 부총리가 자리를 대신 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도 소식을 웹사이트 상단 메인 뉴스로 비중 있게 다루며 소식을 실시간 보도했다.

    NYT는 "(사고가) 윤 대통령이 수십년 만에 처음으로 계엄령을 선포한 이후 한국이 정치적 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발생했다"고 언급했다.

    CNN도 "한국 정부가 본격적인 정치적 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사고가 발생했다"며 "윤 대통령 탄핵 이후에도 행정부 수뇌부 혼란이 멈추지 않고 있다"고 조명했다.

    NHK와 아사히 등 일본 주요 매체도 사고 소식을 헤드라인으로 다뤘다.

    아사히는 관련 기사로 지난 1월 일본 하네다 공항에서 발생한 여객기 충돌 사고 관련 "범인 색출보다 원인 규명에 집중해야 한다"는 일본 항공 전문가 의견이 담긴 과거 보도를 소개했다.

    대통령과 총리의 권한을 대행하게 된 최 대행이 재난 수습은 물론, 나락 직전의 경제 위기를 극복해야 할 상황에서 '줄탄핵' 강행에 여념없는 야당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야당은 헌법재판관 임명과 특검법 관련 쟁점을 이유로 줄줄이 탄핵을 예고하면서 매주 권한대행이 교체될 가능성이 나온다. 만약 최 대행이 한 총리와 마찬가지로 헌법재판관 3인 임명을 보류한다면 탄핵소추가 또다시 추진될 수 있다.

    학계 한 인사는 "절체절명의 국가 위기 상황에서 야당은 정치적 이익만 따지지 말고 국익과 국민의 삶을 직시하고 나라를 망가뜨리는 분탕질을 이제 그만 멈춰야 한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