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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증권 주가가 매수 후보군의 윤곽이 나온 이후 급락한 반면 SK증권 지분매수에 나선 이들의 주가는 급등하며 희비가 엇갈렸다.
매수자 입장에서는 비교적 낮은 가격으로 증권업에 진출할 수 있다는 이점을 갖는 반면 매각 당사자인 SK증권이 만나게 될 새 주인의 평가가 시장에서는 평가 절하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유가증권시장에서 SK증권 주가는 전일대비 6.67% 하락한 1610원에 거래를 마쳤다.
본격적으로 매각이슈가 나왔던 지난달 30일 가격제한폭까지 급등한 이후 이달 9일 장중 주당 2000원에 육박하는 1940원까지 상승했던 것을 감안하면 이날 주가 급락은 매수 후보군에 대한 실망감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반면 매각 주관사인 삼정KPMG에 의해 선정된 적격인수후보(숏리스트)로 선정된 회사의 주가는 급등했다.
SK증권 인수 후보군으로는 사모펀드(PEF) 운용사 큐캐피탈파트너스, 케이프투자증권, 호반건설 3곳으로 압축된 가운데 큐캐피탈은 전일대비 가격제한폭(29.67%)까지 오른 12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케이프인베스트먼트를 통해 케이프투자증권지분 82.35%를 보유하고 있는 케이프(주)의 주가는 전일대비 15.16% 오른 3380원에 마감했다. 호반건설은 비상장회사이다.
숏리스트가 외부에 알려진 이후 매물인 SK증권은 가치가 급락한 반면 인수를 희망하며 후보군으로 꼽힌 회사의 가치는 급등한 것.
당초 주식시장과 SK증권 주주들 사이에서는 M&A 시장에 나온 SK증권의 새 주인으로 미래에셋, 메리츠종금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대형 증권사들이 관심을 보일 경우 주식 가치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SK증권 매각이슈가 본격적으로 제기된 지난달 30일 이후 주가가 급등했던 날 역시 대형 증권사들의 인수전 참여로 매각 흥행 기대감이 반영됐기 때문이었다.
반대로 PEF 등 투자를 목적으로 SK증권 매수를 노리는 곳이 인수자로 선정될 경우를 부정적인 경우의 수로 봤다.
결국 대형증권사는 SK증권 인수전에서 빠지고, PEF인 큐캐피탈, 건설사 호반건설, SK증권에 비해 규모가 작은 증권사인 케이프투자증권 세 곳이 지분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나자 시장이 곧바로 반응했다는 분석이다.
증권사 한 연구원은 "경영권 프리미엄 규모가 전제돼야 하지만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3곳 모두 비교적 낮은 지분율(10.04%)을 취득해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고, 증권업을 본격적으로 키우거나 새롭게 영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이점"이라고 말했다.
SK증권 주가와 관련해서는 "브랜드 유지 조건 외에는 새로운 주인을 만난다는 이슈에 대한 큰 이점이 없어 매각이슈로 올랐던 주가가 제자리를 찾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같은 분석은 SK증권 노조의 입장과도 맞물린다.
노조측은 전일 성명서를 통해 적격인수업체로 선정된 케이프투자증권, 호반건설, 큐캐피탈파트너스 모두 인수불가 입장을 밝혔다.
노조측에 따르면 이들 3곳 회사 모두가 5년 이상의 고용을 보장하는 등 입찰조건은 만족했지만 구성원들이 바라는 비전을 제시하지는 못했다고 판단했다.
인수 후보군 가운데 케이프투자증권에 대해서는 '직원들의 임금을 최저임금까지 낮춰가며 쥐어짜듯 이익을 뽑고 있는 증권사'라고 정의했다.
호반건설에 대해서는 '금융에 대한 경험과 마인드가 없는 건설업체'로, 큐캐피탈파트너스에 대해서는 '돈에 눈이 먼 구조조정 전문 회사'로 규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