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에 을(乙) 폭발… 청와대에 탄원서 제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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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사드 보복과 문재인 정부 출범으로 올해 상반기 유통업계는 가파른 변화의 시기를 보냈다. 식음료와 외식업계 등 물가는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프랜차이즈 업계에는 '갑질' 논란이 들끓는 등 올해 상반기 국내 유통업계는 웃음보다 고민이 깊어졌다. <편집자주>
2017년 정유년(丁酉年) 상반기 유통업계는 대내외적인 사회 변화 흐름에 맞춰 살아남기 위한 치열한 생존 경쟁을 펼쳤다.
다년간 이어진 '갑질'에 을(乙)들은 폭발했고, 1인 가구 증가와 IT 기술 발전에 새로운 소비형태도 탄생했다. 장기적인 경기 침체와 文정부 출범으로 소비자들의 목소리가 강하게 기업들에 전달되며 유통채널은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변모를 시작했다.
올해 상반기를 뜨겁게 달군 유통업계 10대 뉴스를 한눈에 살펴본다.
◇역대 최악의 AI… 달걀 대란 장기화 -
지난해 12월 시작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올해도 이어지면서 달걀 대란이 장기화되고 있다. 특히 지난 1월에는 미국산 달걀을 롯데마트가 수입하면서 1990년 이후 자취를 감춘 '하얀 달걀'이 오랜만에 시중에 나타났다.
4월 이후 주춤했던 AI가 6월 다시 확산하면서 닭고기, 달걀 가격도 재차 인상 조짐을 보였다. aT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달걀값은(등급 중품, 단위 30개) 26일 7991원, 27일 8002원, 28일 8002원, 29일 7981원을 기록 중이다. 이는 평년과 비교하면 최고 44.7% 이상 높은 가격이다.
◇미세먼지 한반도를 덮치다… 공기청정기·마스크 '불티' -
지구온난화와 중국발 황사 등의 영향으로 미세먼지가 상반기 유통가 주요 키워드로 떠올랐다.
이러한 현상으로 공기청정기와 마스크 매출은 급증했다. 일례로 미세먼지 문제가 이슈로 떠오른 5월 1~24일 위메프에서 공기청정기 매출은 전년 대비 877% 신장했다. 뒤를 이어 11번가 567%, G마켓 408%, 티몬 234% 등 e커머스(전자상거래)에서 모두 세 자릿수 이상 급증했다.
편의점에서는 황사마스크 판매량이 급증했다. 황사와 미세먼지가 겹쳤던 3월, CU에서는 마스크 매출이 전년 대비 48%, GS25 97.6%, 세븐일레븐은 72.8% 증가했다.
미세먼지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 없는 이상 두 상품의 판매량은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中 사드보복 장기화… 고개 숙인 면세점 -
사드 배치(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반발로 중국 당국이 지난해 시행한 금한령(禁韓令)이 장기화되면서 올해도 면세점 업계가 고개를 떨궜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 4월 국내를 찾은 외국인은 106만9800여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7.2% 감소했다. 특히 중국인 관광객은 22만7800여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66.6% 급감했다.
금한령이 장기화되면서 지난해 면세점 특허를 따낸 신세계·현대면세점은 관세청에 신규사업자의 영업개시일 연장을 추진한 상태다.
롯데면세점은 팀장급 간부사원과 임원 40여명의 연봉 10% 자진반밥을 결정했고, 한화갤러리아 면세점도 사업 적자로 '비상 경영'에 들어갔다. 임원은 연봉 10%를, 부장과 차장급 등 중간관리자들은 상여금은 800%에서 700%로 축소했다. 두타면세점 역시 영업면적을 기존 9개 층에서 7개 층으로 줄였다.
◇1인 가구의 힘… "편의점 진열대를 바꾸다" -
1인 가구 증가와 함께 폭발적으로 성장한 편의점이 소용량 상품을 주력으로 배치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에서 분석한 결과 소용량 포장 과일 매출은 2015년 34.5%, 2016년 37.3%, 2017년 46.2%로 지속 신장하고 있다.
가정 간편식 매출도 매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CU 도시락 매출신장률은 2014년 10.2%에서 2015년 65.8%, 2016년에는 168.3%로 폭발적으로 상승했다.
'1코노미'를 겨냥한 상품들도 지속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GS25는 2~3kg의 소용량 수박인 블랙망고수박을 출시했으며, 세븐일레븐도 이와 비슷한 '노란미니수박'과 '애플수박'을 판매하고 있다.
◇한국 최고층 '마천루'… 롯데월드타워 마침내 오픈 -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국내 최고층 건축물 롯데월드타워가 지난 4월 그랜드 오픈했다. 이는 2010년 11월 착공해 만 6년 3개월, 2280일 만이다.
롯데월드타워 건설에 쓰인 철골만 약 5만톤으로 이는 파리의 에펠탑 7개를 지을 수 있는 양이며, 사용된 22만㎥의 콘크리트로는 32평형(105㎡) 아파트 3500세대를 지을 수 있다.
신격호 롯데 명예회장의 꿈으로 시작된 롯데월드타워는 높이가 총 555m(123층)의 건축물로 세계에서 5번째로 높다.
◇"드디어 올 것이 왔다"… 아이코스 '열풍' 시장 강타 -
전자담배계의 아이폰이라고 불리는 아이코스(IQOS)가 지난 6월 한국에 정식으로 출시됐다. 아이코스는 직영점 및 서울 2000개 CU에서 구매가 가능하다.
이 제품은 지난 2015년 9월 일본에서 출시된 제품으로 아이코스 전용 담배 제품의 일본 시장 점유율은 4월 중순 기준 8.8% 달할 정도로 열풍을 이끌고 있다.
아이코스가 첫 출시되자 직영점에는 상당한 인파가 모이며 놀이동산처럼 긴 줄을 서는 진귀한 광경이 연출됐다. CU에서도 아이코스가 사전 예약으로만 완판됐다는 보도가 잇달았다.
아이코스가 전용스토어와 함께 국내 유통업체 중 유일하게 CU에서 독점 판매를 결정하면서 BGF리테일의 주가도 연일 상종가를 갱신했다.
◇쿠팡 vs 쿠팡맨… "갑질인가? 을의 횡포인가?" -
쿠팡이 자체 택배 기사인 쿠팡맨에 대한 도 넘은 갑질을 하고 있다는 불만이 쏟아지면서 결국 이들의 탄원서가 청와대로 향했다.
지난 5월 강병준 쿠팡 사태대책위원회 위원장은 광화문 국민인수위원회의 국민 제안 접수창구 '광화문 1번가'에 쿠팡맨 75명(전현직) 명의로 탄원서를 냈다.
강 위원장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쿠팡은 216명에게 계약해지를 통보하고 부당해고했다. 현재 근무하고 이는 쿠팡맨 전체 인원은 2237명으로 쿠팡 측에서 밝힌 3600명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점도 폭로했다.
이에 대해 쿠팡은 '사실무근'이라는 일관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 논쟁의 진실공방은 현재 진행 중이다.
◇"신기루의 땅 중국?!"… 국내 유통업계 '고전' -
중국 당국의 금한령(禁韓令) 시행 이후 중국에 진출한 국내 유통업계가 고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5월 31일 킨텍스에서 열린 신세계그룹과 파트너사 채용 박람회에서 정용진 부회장은 '이마트 중국 사업 공식철수'를 선언했다. 이는 이마트가 1997년 중국 상하이에 1호점을 개장한 후 정확히 20년만이라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를 가진다.
이마트 관계자는 "중국의 사드보복 이후 중국내 사업이 더 힘들어졌고 다양한 요인들이 얽혀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롯데마트 역시 중국 당국의 제재로 99개 매장 중 74개가 영업정지 상태다. 남은 25개 중 13곳도 정상영업이 어려워 자율 휴업 중이며, 12곳도 사실상 휴점 상태에 들어가 있다.
홈쇼핑 업계도 중국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롯데홈쇼핑에 따르면 중국 진출 지역 3곳 중 현재 2곳의 운영권 매각을 추진 중이다. 현대홈쇼핑도 지난 4월 중국 당국의 사드보복 조치 이후 원할한 방송을 못하는 상황이다. 현대홈쇼핑의 현지 합작사인 가유홈쇼핑도 현대홈쇼핑 측에 사업 종료를 요구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文정부 "정규직 늘려라"… 유통업계 발맞춰 자신감 -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정규직을 늘릴 것을 기업들에 강하게 요청하면서, 유통업계도 발맞춰 정규직 전환률을 높이고 있다.
롯데그룹은 3년간 비정규직 근로자 1만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것을 약속했고 신세계 그룹 역시 정규직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현대백화점그룹도 200여명에 정도의 비정규직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 그룹 부회장은 신세계그룹과 파트너사 채용 박람회에서 "신세계 그룹은 이미 비정규직 비중을 많이 낮췄다"며 "비정규직을 없애기 위해 십 년 이상 노력해왔다. 정부 정책에 잘 맞춰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편의점 등 다수의 아르바이트(이하 알바)를 채용하는 분야에서는 정규직 채용을 두고 혼란 양상이다. 가맹점에서 일하는 알바의 경우 점주가 사실상 기업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를 강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에서 말하는 정규직 비중을 늘리라는 이야기에 알바를 포함할 경우 시장의 혼란은 불가피하다"며 "알바의 경우 이 문제와 따로 봐야 한다는 해석이 많다"고 설명했다.
◇온라인마켓 위기설 '솔솔'… 실적 악화 지속 -
온라인마켓을 찾는 고객이 증가하면서 시장규모는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지만, 출혈 경쟁 등으로 관련 업체들은 적자를 이어갔다.
쿠팡은 2015년에 이어 지난해 5617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면서 2년 누적 손실만 1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2015년 소프트뱅크로부터 투자받음 금액 10억달러(약 1조1300억원)를 2년 만에 거의 다 소진한 셈이다. 최근 쿠팡의 위기론이 최근 불거지는 것도 이때문이다.
티몬도 영업손실액이 직전년도 대비 12%가량 증가한 1585억원을 기록해 어려움을 이어갔다. 유일하게 국내기업들 중 위메프만 직전년도 보다 55.3% 적자폭을 줄이며 분투하긴 했지만, 여전히 63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흑자전환에는 실패했다.
11번가와 옥션, G마켓도 실적이 직전년도보다 악하됐다. 11번가는 직전년도보다 60배 이상 손실 규모가 커진 3651억원의 손실을 냈고, 옥션과 G마켓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도 직전년도 대비 16% 금액이 줄어든 67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데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e커머스의 성장은 확실하고 경쟁에서 살아남는 기업은 미국의 아마존처럼 막대한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이 살아남기 위한 경쟁은 지속될 것"이라며 "올해 역시 출혈경쟁이 점쳐져 실적 악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