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검팀, '최순실-이상화' 문자복원… "박창민을 차기사장으로"
  • ▲ 전국 건설기업노동조합이 '최순실 낙하산' 의혹을 받고 있는 박창민 대우건설 사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 박지영 기자
    ▲ 전국 건설기업노동조합이 '최순실 낙하산' 의혹을 받고 있는 박창민 대우건설 사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 박지영 기자


    대우건설 매각작업이 본궤도에 오른 가운데 최고경영자 리스크가 '돌발변수'로 떠올랐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하던 중 대우건설 사장 인선에도 이들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정황이 속속 들어나면서부터다.

    이에 전국 건설기업노동조합은 1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KDB산업은행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대우건설 매각작업 중단과 함께 박창민 사장의 즉각 사퇴를 촉구했다.

    이러한 결과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박창민 사장 선임을 두고 온갖 설들이 여러 루트를 통해 난무했다.

    실제 대우건설 사장추천위원회(이하 사추위)는 지난해 6월 중순까지만 해도 박영식 전 사장 또는 이훈복 전략기획본부장(전무) 중 한 명을 새 수장으로 추대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박 전 사장 임기만료를 20여일 앞둔 24일 돌연 입장을 바꿨다.

    이제껏 일들을 백지화하고 느닷없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겠다고 한 것이다. 사추위 측의 수상쩍은 행보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애초 7월1일로 예정돼 있던 재공모 마감일정도 일주일 연기된 데 이어 최종후보 선정일도 차일피일 미뤄져 8월 초에서야 윤곽이 드러났다.

    의문스러운 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사추위 측이 박창민 사장을 단독후보로 공식 발표한 것은 지난해 8월5일이었지만 이미 그를 신임사장으로 낙점한 듯한 뉘앙스를 풍기는 인사말들이 오고간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건설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박영수 특검팀은 이상화 전 KEB하나은행 본부장 휴대전화에서 지난해 7월1일 최순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복원하는데 성공했다. 해당 메시지에는 박창민 사장을 대우건설 신임사장으로 추천한다는 내용이 담겨져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우건설 노조 관계자는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이 바로 문자를 주고받은 날짜가 7월1일이라는 점"이라며 "누가 사장후보로 등록할지 모르는 시점에서 이미 최순실은 박창민 이름을 알고 있었고, 측근인 이상화 본부장에게 '그(박창민)가 어떤 사람이냐'고 물었다는 것은 이미 박창민을 대우건설 사장으로 낙점했다는 얘기"라고 비판했다.

    박창민 사장을 둘러싼 의혹은 이뿐만 아니다. 그를 최종후보로 선정할 때도 정확한 일정과 장소를 공개하지 않아 논란을 빚기도 했다.

    노조 관계자는 "서울시내 모처에서 진행된 사추위 회의에 모 국회의원 측 인물이 드나들며 사외이사들이 반대하는 인물을 내정할 것을 두고 갑론을박을 벌였다고 한다"며 "당시 업계에서 관련자로 거론됐던 국회의원은 C·Y의원으로, 모두 친박으로 분류되던 인물"이라고 지적했다.

    노조 측은 특히 최순실의 사장인선 개입을 두고 이권을 챙기려는 의도가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노조 관계자는 "검찰수사서 밝혀진 최순실 행태로 미뤄봤을 때 민간기업 사장인선에 개입했다는 것은 이권을 챙기려는 의도"라며 "최순실-산업은행-박창민으로 이어지는 관계에서 매우건설을 매각한다는 것은 박창민을 사장으로 낙점하면서 설계했을지 모를 최순실 계획이 그대로 실행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