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관리' 쟁점 밀려 제대로 논의조차 못돼…내년 개헌 이후 2차관제 도입 가능성 열었지만 의료계 "실망"
  • "보건복지부 2차관제 도입을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서 적극 검토한다."


    문재인 정부가 대선 과정에서 의료정책 중요성을 이유로 약속했던 보건복지부 2차관제 논의가 사실상 후순위로 밀려난 모습이다. 더욱이 청문회를 마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전형적인 복지통인지라 의료계는 우려와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


    앞서 여야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합의, 지난 20일 본회의에서 이를 의결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과거 대선 과정에서 ▲복지부의 책임성과 전문성 강화(2차관제 도입) ▲질병관리본부의 자율성과 독립성 확립(독립적 전문조직 개편) 등을 당론으로 내세운 바 있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보건의료 관리체계에 대한 중요도가 높아졌기 때문.

    특히나 이례적으로 자유한국당 이명수 의원, 바른정당 박인숙 의원 등 야당 의원들까지 잇따라 관련 개정안을 제출, 필요성에 대해 여야 공감대가 이뤄졌다. 그간 보건의료정책 소외 현상을 호소해온 의료계에서는 문재인 정부 2차관제 도입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

    이번에 의결된 개정안에는 보건복지부 2차관제 도입을 국회 안전행정위원회가 적극 검토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조직 개편 내용 중 복지부의 2차관제 도입은 부대조건으로, 말그대로 검토를 약속한 수준에 그쳤다. 질병관리본부의 청 승격은 아예 빠졌다.

    정작 정부조직 개편 논의 과정에서는 여당이 미온적인 태도를 취했다는 전언이다. 오히려 야당 측이 2차관제에 대한 논의 검토를 적극 요구하면서 막판 극적으로 부대조건에 들어갔다는 것.


    안행위 관계자는 "여야 협의 과정에서 물관리 환경부 일원화 등 쟁점이 뜨거운 사안에 밀려 아예 논의가 되지 않았었다"고 설명했다.


    이명수 의원실 관계자는 "막판까지 논의선상에 2차관제 내용이 포함되지 않자 법안 발의자인 이명수 의원 등 야당 의원들이 지도부에 검토를 요청했다"면서 "그나마 부대의견으로 검토되는 수준으로 정리된 것"이라고 전했다.


    추후 2차관제 도입을 검토하도록 했지만 이마저도 불확실하다. 통상 시간이 지날수록 조직 개편 추진 동력을 잃기 때문.


    다만 여당은 문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내년도 6·13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가 이뤄질 경우 이후 추가적인 정부조직 개편 가능성에 기대고 있다.


    여당 관계자는 "정부 조직 개편에 대한 단계가 있다. 2차관제와 질병관리본부 승격 등은 2, 3단계 우선순위로, 당장 이번 조직개편을 목표로 한 것은 아니었다"면서 "지방선거 이후 개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명수 의원실 관계자는 "부대의견조차도 불투명했던 상황이지만 야당 측이 적극 나서면서 이번에 포함된 만큼, 개헌 앞두고 위원회에서 적극적으로 논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면서 "논의가 흐지부지되지 않도록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2차관제 도입의 불확실성을 차지하고서라도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보건의료 정책 중요성을 강조했던 것과 다소 달라진 분위기에 의료계에서는 실망감과 쓴소리가 나온다.

    의료계와 정치권에서는 보건의료 분야에 대한 정책 집중도가 복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가가 대세였다. 올해 복지부 전체 예산 57조6628억원중 건강보험을 제외한 보건의료 예산은 4.0%에 불과한 2조3353억원에 불과하다.

    의료계 관계자는 "후보 시절 문 대통령이 보건의료 정책에 대해 관심을 많이 기울이는 것 같아 기대감이 높았는데 최근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복지전문가가 지명되는 것부터 2차관제 도입 불발까지 실망스럽다"면서 "또 다시 보건의료 정책이 소외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또다른 의료계 관계자는 "정부조직 개편을 하면서 여당 당론과 일치해 야당 의원들이 법안을 발의한 이례적인 상황"이라면서 "보건의료 문외한 복지장관 후보자까지 겹치면서 보건의료 정책을 전담할 2차관 신설은 당위성이 충분한데도 오히려 여당은 미온적"이라고 비판했다.


    대한의사협회 김주현 대변인은 "부대의견으로라도 합의가 돼 다행"이라면서 "향후 적극적인 검토를 통해 2차관제 도입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