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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부산시장에 출마할까, 안 할까.
이는 지난 5월 김 의원이 장관에 내정되면서부터 줄곧 제기된 궁금증이다. 6월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도 이에 대해 질의가 쏟아졌다.
당시 김 장관은 출마할 생각이 없다고 답했다. 다만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겠다며 여지를 남겼다.
김 장관은 취임 100일을 넘긴 지난 25일 기자들과 만나 소회를 밝혔다. 이 자리에서도 김 장관의 부산시장 출마설과 관련한 질문이 나왔다.
김 장관은 "하고 싶지 않다. 그전엔 시장 후보감도 없었고 하려는 사람도 없었다. 이젠 여당이 됐으니 나 말고도 사람 많다"며 "해수부 장관 잘 하는 게 부산에도 도움 되는 일이다. 내가 부산시장 나가면 정부로서 체면이 안 서는 일 아니겠냐"고 밝혔다. 출마설을 종식하는 발언인 셈이다.
그러나 김 장관의 말은 "개인적으로는…"이라는 단서가 붙었다.
개인적으로는 안 나가지만, 윗선에서 차출하면 어쩔 수 없다는 전제가 깔렸다. 결국 기존의 입장과 달라진 게 없는 셈이다.
개인적으로 김 장관의 답변은 비겁해 보인다. 빠져나갈 구멍을 마련해놓고 하는 입에 발린 소리로 들린다. 나중에 출마하고도 '나는 전혀 나오기 싫었는데 차출돼버려 어쩔 수 없다'는 변명거리로 활용될 듯하다.
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면 레퍼토리처럼 문재인 대통령을 거론해왔다. 은연중에 대통령과의 이심전심을 과시했다.
취임식 때 해양강국의 꿈을 갖자고 '거꾸로 세계지도'를 걸려 했더니 문 대통령이 어떻게 알았는지 모든 부처 장관실에 걸자고 제안하더라며 자신의 페이스북에 일화를 소개한 게 대표적이다.
김 장관은 이번 간담회에서도 임기 중 하고 싶은 일로 국가해양전략위원회 설치를 언급하며 문 대통령을 대화에 끌어들였다. 그는 "대통령 지지 하에, 대통령 프로젝트로 만들어야지 내가 직접 할 일은 아니다"고 부연했다.
해수부 장관으로서 하고 싶은 일인데, 대통령이 만들어야 한다면 대통령이 만들게 유도할 수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김 장관은 문 대통령 당선의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장관으로 지명됐을 때 해수부 내부에서 '힘 있는' 장관이 온다고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던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김 장관은 간담회에서 "해수부 직원이 위축되고 사기가 떨어져 있다. (취임 이후) 정체성을 같이 만들어 가고 사기를 올리는 작업에 노력을 많이 들였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해수부 직원 관점에서 수장이 내년 3월 부산시장 출마를 위해 나갈 시한부 장관이라면 그를 의지하고 따를 마음이 들지는 생각해볼 문제다.
김 장관은 "내가 직원들에게 무섭게 한다고 하더라"고 했다. 직원들에게 김 장관은 정권 초기 반짝 군기 잡다가 나갈 사람, 부산시장 스펙 쌓으려고 온 정치인쯤으로 비칠 수도 있다.
지난 23일은 김 장관 취임 100일째이지만, 한편으론 내년 3월15일 이임까지 174일이 남은 날일 수도 있는 것이다. 공직선거법 제53조1항1호에 따르면 장관 등 정무직 공무원이 지방선거에 출마하려면 선거 90일 전까지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김 장관은 지금이라도 내년 지방선거 불출마에 대해 대통령과 담판을 짓겠다고 말하면 된다.
그는 '부산시장 할 경쟁력 있는 후보가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시장선거도 중요하지만, 문재인 정부 전체의 평판도 중요하고 집권 초기 성과를 만들려면 최소 1년이 걸린다"고도 했다.
해수부와 지방선거에 양다리를 걸친 채 어중되게 있지 말고 소신 있게 태도를 분명히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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