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장관 "현장 잘못 판단, 악의는 없어"
  • ▲ 국회 농해수위 전체회의에 참석해 사과하는 김영춘 해수부 장관.ⓒ연합뉴스
    ▲ 국회 농해수위 전체회의에 참석해 사과하는 김영춘 해수부 장관.ⓒ연합뉴스

    24일 국회에서 열린 세월호 뼈 발견 은폐와 관련한 해양수산부 현안보고에서는 김영춘 장관의 조직 장악력과 해수부 직원들의 조직적 장관 패싱(무시)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김 장관은 믿는 도끼에 발등 찍혔다는 태도를 보였다. 다만 그는 현장 근무자들이 악의는 없었다고 옹호했다.

    야당은 실무자 꼬리 자르기를 경계하며 장관, 대통령으로 책임 범위를 확산하려고 맹공에 나섰다.

    여당은 김 장관을 감싸면서도 한편으론 이번 은폐 사건이 촛불 민심으로 태동한 문재인 정부의 신뢰성에 타격을 줄까 전전긍긍하며 장관을 질책하는 모습도 연출했다.

    ◇해수부 "장례 후 보고가 도리라 생각" vs 국회 "장관 판단할 몫을 자의적으로 결정"

    이날 현안보고에서는 은폐를 사전 협의한 것으로 알려진 이철조 전 세월호현장수습본부장과 김현태 전 부본부장이 출석해 몇 가지 의혹에 대해 답변했다.

    김 전 부본부장은 지난 17일 오전 11시40분 현장수습본부 대외협력팀장으로부터 보고를 받고서 2시간 반 동안 이 전 단장에게 보고하지 않은 것에 관해 입장을 밝혔다.

    그는 "혼란스러웠다. 그날 현장 관리자로서 장례식 전날 몇 시간 만이라도 미수습자 가족이 마음을 정리할 시간을 주는 게 도리라고 생각했다. 알릴지 아니면 (제가) 책임지고 장례 후 자초지종을 말씀드릴지 고민하다 그렇게 했다"고 밝혔다.

    20일 오후 5시께 뒤늦게 보고를 받은 김 장관이 미수습자 가족에게 알리는 등 절차에 따라 조치하라고 지시했음에도 21시간이 지나서야 상황을 알린 것에 대해서도 설명이 나왔다.

    이 전 단장은 "장관으로부터 지시를 받고서 이를 전달했다"고 했다.

    김 전 부본부장은 "지시를 받았지만, 장례를 마친 미수습자 가족에게 바로 연락드리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선체조사위원회에 보고가 늦은 데 대해선 "위원장을 직접 찾아뵙고 상황을 보고하려고 일정을 잡다 보니 21일 오후 3시에 상황보고가 이뤄졌다"고 부연했다.

    이에 대해 의원들은 정상적이지 않다고 질타했다.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은 "(김 전 부본부장 답변은) 현장 관리자가 아니라 장관이 판단할 몫"이라며 "장관이 판단할 수 있게 제때 보고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김현권 의원은 "장관이 20일 보고받고서 신속한 조치를 지시했는데도 만 하루가 지날 때까지 이행하지 않았다. 이게 정상적인 부처의 기능인가.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김 장관은 "현장에서 뼈를 찾고도 비공개하자고 결정한 것은 잘못이지만, 결코 장례식을 해 일을 털어버리고 손을 씻고자 했던 것은 아니다"며 "현장수습본부는 장례식 후에도 본부로 복귀하지 않고 내년까지 현장에서 선체조사위를 지원한다. 사실을 알려 장례 일정이 늦어진다고 해서 (현장 공무원이) 구체적으로 얻는 실익이 없다"고 해명했다.

    ◇野 "구조적 문제, 실무자 꼬리 자리기 안 돼" vs 與 "장관 지시 영 안 먹혀, 패싱 심각"

    이날 여야 의원은 해수부의 보고체계가 엉망이라고 지적했다.

    김 장관에 대해선 해수부의 조직적 왕따, 김 장관 패싱 문제가 집중 거론됐다.

    자유한국당 권석창 의원은 "현장 실무자가 안이한 행동을 한 원인과 구조적 문제를 따져야 한다"며 "장관이 보고받은 이후에는 청와대 보고나 언론·유가족 대응에 관해 대책을 마련했어야 한다"고 장관의 관리능력을 문제 삼았다.

    국토교통부 관료 출신인 권 의원은 "구조적인 문제다. 이 전 본부장은 토목직 공무원이다. 토목직 밑 행정직 공무원 말 잘 안 듣는다. 장관도 완전히 당한 거다. 해수부 내부의 총체적인 문제다. 청와대에도 보고 체계가 엉망이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김성찬 의원도 "청와대에 지금도 해양비서관이 없는 등 보고 통로가 없다"고 거들었다.

    김 장관은 "책임 있는 공무원은 문책하고, 앞으로 다시는 같은 문제가 생기지 않게 조직 기강 등을 정비하겠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권 의원은 "실무자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도 문제"라고 질타했다.

    같은 당 이완영 의원도 "장관이 보고를 받고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해야 한다는 생각을 안 했느냐"며 "장관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안일하게 대처했다"고 거들었다.

    같은 당 이군현 의원은 "일각에서 (정부가) 실무자 문책 선에서 꼬리를 자르려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행정의 핵심은 2가지다. 지시하고서 확인하는 것이다. (장관도) 이번 사안의 엄중함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 아니냐"고 날을 세웠다.

    같은 당 김성찬 의원은 "세월호 문제는 대통령 탄핵의 원인을 제공한 중요한 일인데 장관이 대통령, 국무총리와 사전에 통화한 적도 없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이 정부는 은폐 정부"라며 "대통령이 언론보도를 통해 알았다는 건 기막힌 일이다"고 질타했다.

    여당 의원은 김 장관을 옹호하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이개호 의원은 단원고 고 조은화·허다윤양의 가족이 김 전 부본부장에게 '뼈가 한 조각씩 나올 때마다 알리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는 언론보도와 관련해 "이런 부탁이 늑장 보고에 영향을 줬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김 장관은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는 늑장 보고의 원인을 미수습자 가족에게 돌리려는 의도로 읽힐 수 있어 물타기 시도라는 논란이 일 전망이다.

    여당 일각에선 이번 뼈 은폐 사건이 문재인 정부의 신뢰성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은 "국민이 분노하는 것은 촛불 민심으로 태동한 문 정부는 다를 거라 생각했는데 이번 일이 터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반성해야 한다. 저희(여당)도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실무자가 자의적 판단을 하고 뼈가 발견됐는데 선체조사위에 보고도 안 했다. 매뉴얼상 불가능한 일이다"며 "장관이 지시했으면 이행돼야 하는데 만 하루가 걸려서야 이행된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장관이) 조직적으로 왕따를 당한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덧붙였다.

    같은 당 박완주 의원은 김 장관이 이 전 본부장 등의 잘못된 판단에 악의는 없었다며 옹호하자 "이들은 (누구) 지시를 받았든, 자발적이든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활동을 방해하고 진실 규명을 막던 일을 했던 분들"이라며 "(이번 사건에서도) 자의적으로 늑장 보고하고, 장관 지시사항에 대해서도 늑장 시행했다. 미수습자를 2번 죽이고 장관 거취 문제까지 흔들어대는 일을 했다. 김 장관을 조직적으로 패싱한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문제를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