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와 우려 공존 … 비급여 통제 시작 실손보험 손해율 줄이는 방식에 갈등 고조인기과 쏠림 대신 필수의료 유입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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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료개혁의 핵심축은 비급여와 실손보험 개편이다. 의대증원이 물리적 숫자를 늘려 필수의료, 지역의료 보강에 힘을 싣는 것이었다면 이번엔 필수의료 외 영역에서 발생하는 과잉의료를 직접 억제하겠다는 셈법이다. 

    가장 큰 장벽은 본인부담 상승이다. 공적 건강보험이 보장하지 못하는 영역에서 의료비 부담을 줄이고자 가입한 사적 실손보험이 보험사의 손해율을 줄이는 방향으로 설정됐다는 점은 한계로 지목된다. 

    지난 9일 정부는 비급여 시장을 관리하기 위해 '관리급여' 신설과 '병행(혼합)진료' 금지가 담긴 의료개혁 2차 방안 초안을 공개했다. 

    개혁의 근거는 비급여 풍선효과로 늘어난 의료비 때문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비급여는 지난 2014년 11조원 수준에서 2023년에는 20조원을 돌파했다. 이 중 56%는 실손보험 유인 효과이며 실손 가입자는 미가입자에 비해 연간 의료비 지출이 4배 더 많다. 

    신설된 관리급여는 기존 과잉 우려가 있는 비급여 영역을 건강보험 체계로 편입시켜 본인부담률을 90∼95%로 적용하는 방식이다. 제도권 내에서 관리할 수 있어 가격 통제가 가능해진다. 

    과잉 의료로 뭇매를 맞고 있는 도수치료가 관리급여로 편입될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10만원에 도수치료를 받았다면 9만5000원을 환자 본인이 내고 5000원은 건강보험공단이 부담하는 형태가 된다.

    비급여 진료를 하면서 실손보험 청구를 위해 급여 진료를 함께 하는 일부 병행진료에 대한 건강보험 보장이 사라진다. 병행 진료 시 급여 진료도 모두 본인이 비급여로 부담한다. 일본은 이러한 체계에 입각해 진료행위가 이뤄진다. 
     
    일례로 다초점 렌즈를 삽입하는 백내장 수술의 경우 기존에 수술비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청구하고 다초점 렌즈 삽입은 비급여여서 개인이 전액 부담하는 식이었는데, 앞으로는 100% 본인이 부담하게 된다.

    ◆ 본인부담 상승 '실손보장 소멸' … 비급여 통제 거부감 

    비급여는 제도권 외 영역으로 건강보험 재정과는 무관하다. 오히려 관리급여 편입은 재정 지출을 늘리는 부담을 안게 된다. 일부 도덕적 해이는 분명 해결해야 할 과제이지만 '비중증 비급여'를 제한하는 방식은 보험사의 손해율에 집중한 것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다. 

    지난 9일 비급여 관리 및 실손보험 개혁 방안 정책토론회에서 보험이용자협회의 반발이 있었다. 실손보험 가입자의 44%를 차지하는 1·2세대 실손보험의 장점 중 하나는 비급여 항목에 대한 폭넓은 보장이었는데 혜택 소멸을 앞뒀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1·2세대 실손보험 가입자가 원하면 일정 보상을 하고 계약을 해지한 후 중증 비급여 부담 크게 높인 5세대로 계약을 재매입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만일 이 같은 방식만으로 초기 실손보험 가입자의 신규 계약 전환에 한계가 있다면 법 개정을 통해 초기 실손보험의 약관변경을 가능토록 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보험이용자협회 등 가입자들은 "실손은 엄연한 민영보험의 영역"이라며 "애초에 보험사가 설계를 정교하게 하지 못한 것이 문제이며, 일부 부도덕한 병원과 가입자가 이를 오용하는 문제를 선량한 가입자에게 돌리는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환자단체 차원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한 식도암 환자는 "비중증 비급여로 국한 것이라고 호도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고가의 보장이 필요한 중증질환 보장의 한계에 이어질 것"이라며 "초고령사회에 진입해 건보는 빨간불이 켜질 것이 분명한데 실손 손해율에만 입각한 정책은 막아야 한다"고 했다. 

    의료계는 원천적 반대 입장이다.

    저수가 체계에서 일부 개원가들이 살아남기 위한 수단이 된 비급여는 시장경제의 논리에 의해 공급된 측면이 있어 통제에만 집중하는 것은 질 하락을 발생시킨다는 것이다. 

    김택우 대한의사협회장은 "관리급여 신설이나 혼합진료 금지 등 제도적으로 통제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의협에 자율징계권을 주는 것이 더 현명한 처사"라며 "신의료기술 진입의 어려움, 환자의 보장성 축소 등 선택권 제한이라는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이어 "특정 항목에서 국민의 의료비 상승을 부추기는 곳이 있다면 자정 활동을 통해 분명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며 "이러한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전문가단체의 기능을 확대하는 것이 먼저다"라고 주장했다.

    한의사들은 다른 측면에서 이번 개편을 반대하고 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실손 개편안이 보험사의 이익만을 대변하고 있으며 '치료목적의 한의 비급여 치료의 실손 포함'과 같은 보장성 강화는 배제된 상태"며 "보험 혜택의 차별적 제한을 없애고 환자의 진료 선택권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인기과 대신 기피과 유입 … 필수의료 살리기 목적

    비급여·실손보험 개혁의 본질적 취지는 기피과와 인기과로 양분된 국내 의료체계의 고질병을 고치는 것이다. 비급여 규모가 높은 진료과에 막대한 수익을 가져다주고 그렇지 않은 필수과는 저수가에 허덕이는 현실을 바로잡는 대책으로 풀이된다. 

    실제 비급여 비중이 클수록 전문의 소득도 높다. 

    지난해 3월 발표된 '전문과별 전공의 지원율과 의사소득, 비급여율 간의 상관관계(정은영·나영균)' 논문에서 2020년 기준 연평균소득 1위는 안과였고 정형외과, 재활의학과, 신경외과, 피부과 순으로 집계됐다. 

    이러한 현실은 내외산소(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를 택하지 않는 경향성을 띄게 됐고 필수의료의 추락으로 이어졌다. 기피과의 몰락은 한국의료의 위험요인으로 거론된다. 기피과 전문의들은 전문성을 살리지 않고 비급여 영역에 집중하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결국 비급여·실손보험 개혁은 강제적으로 비급여 행위를 억제해 필수의료를 강화한다는 셈범이 담긴 것이다. 정부는 이러한 메시지를 강력하게 전달해야 하는데 본인부담 상승과 보험사 손해율을 개선하는 방법이라는 한계점만 강조돼 난항이 예상된다. 

    이와 관련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비급여·실손보험 개혁의 목표는 국민건강 증진과 국민 의료비 부담 경감"이라며 "왜곡된 의료체계를 정상화하고 개혁을 통해 절감한 재정은 필수의료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