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목적 부당하지 않아"… 국민연금 합병 찬성 의결권 인정절차 '정당성-당위성' 적합… '서민 노후자금 전횡' 비난 사라질 듯"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데일리DB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데일리DB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반대해 합병 무효를 청구한 일성신약의 민사소송이 1심에서 기각됐다. 

    재판부가 '합병과 국민연금 찬성에 위법성이 없었다'고 판단함에 따라 승계를 위해 국민 노후자금을 노렸다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비난도 사그라들 전망이다. 더욱이 삼성물산 합병이 부정한 청탁의 중요 현안으로 꼽히는 만큼 이 부회장의 항소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6부(함종식 부장판사)는 19일 삼성물산의 옛 주주였던 일성신약이 삼성물산을 상대로 낸 합병 무효 소송에서 "합병 절차에 위법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효청구를 패소 판결했다.

    특히 1주당 5만7234원의 주식매수 청구 가격과 합병 비율이 불공정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불리했다고 단정할 수 없으며 비율이 다소 불리했다고 해도 이를 현저히 불공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실형 5년을 선고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1심 판결이 합병의 부당성을 보여주는 근거라는 일성신약의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삼성물산 합병이 총수의 지배력 강화와 연결됐다는 주장도 인정하지 않았다. 되려 합병에 지배력 강화 목적이 수반됐다고 할지라도 합병 목적을 부당하다고 판단할 순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경영상 합목적성이 있었고 지배구조개편으로 인한 경영안정화 등의 효과가 발생했다고 판단한 셈이다.

    국민연금 투자위원회의 찬성 의결에 대해서도 문제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찬성 의결이 거액의 투자손실을 감수하거나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배임적 요소라 인정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재판부의 판단에 삼성은 환영의 뜻을 보냈다. 또 이 부회장의 1심 재판부 역시 '합병에 문제가 없었다'고 판단한 만큼 당연한 결과라는 반응이다. 다만 주식 매수가격과 관련된 사건 2심 재판부가 주식매수 청구 가격 조정을 권고한 만큼 조심스러운 태도다. 또 그룹 총수인 이 부회장의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어 안심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더욱이 '반재벌-반기업' 정서가 이 부회장 항소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까 우려스러워 하고 있다. 이 부회장의 실형 선고가 여론에 휩쓸린 판결이라는 분석이 우세해 안심할 수 없다는 우려다.

    한편 법조계 안팎에서는 합병무효 소송이 이 부회장의 항소심 간접적인 영향은 미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변호인단이 합병무효 소송의 판결문을 관련증거로 제출할 가능성이 높고 판결에 따른 여론이 긍정적으로 흐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민사와 형사사건으로 분리된 만큼 직접 영향은 적을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럼에도 국민연금 투자위원회의 찬성 의결의 정당성에 대한 판단은 이 부회장 항소심을 넘어 문형표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과 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의 항소심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투자손실 또는 주주가치 훼손을 인정하지 않은 것은 다른 말로 합병 과정에 부당한 압력이 없었다는 의미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재판부가 합병 절차의 정당성 또는 당위성을 적합했다고 판단함에 따라 삼성물산 합병과 관련된 대부분의 혐의들은 사실상 무력화됐다고 볼 수 있다"며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다수 국민의 노후자금을 전횡했다는 비난도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