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투자 등 경제 지표 감소세… 경기 침체 우려 높아져비상계엄·탄핵 정국·제주항공 참사 등 소비 심리까지 위축야당 잦은 탄핵 추진에 국정 공백 심각… "국회 권력 남용" 비판
  • ▲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열린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중대본 4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12.30. ⓒ뉴시스
    ▲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열린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중대본 4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12.30. ⓒ뉴시스
    한국 경제가 위기다. 내수, 설비투자, 건설 실적 등 주요 경제지표가 수개월째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장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으로 경제 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최근 발생한 무안 제주항공 참사까지 더해지며 실물경제에 미칠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물가는 하락하는데 소비가 살아나지 않은 'D(디플레이션, 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공포'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자칫 경기 대응이 지연될 경우 실제 디플레이션에 직면할 수 있는데도 국회에서 다수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은 탄핵과 정치적 공방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30일 통계청이 발표한 11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전(全)산업 생산(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 지수는 112.6(2020=100)으로 전월 대비 0.4% 감소했다. 이는 9월(-0.4%), 10월(-0.2%)에 이어 석 달 연속 감소한 것이다.

    광공업(-0.7%), 건설업(-0.2%), 서비스업(-0.2%), 공공행정(-0.9%) 등 모든 부문에서 감소세를 보인 것은 올해 3월 이후 8개월 만이다. 특히 건설업은 건축 공사 실적 감소로 7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1997년 이후 최장 감소 기간을 나타냈다.

    현재 경기를 보여주는 경기 동행 지수 순환 변동치는 97.6으로 전달보다 0.5포인트(P) 하락했다. 이 지수는 소매 판매, 건설 기성, 숙박·음식업, 운수·창고업 등 서비스업 생산 지수를 종합해 계절적 요인을 제거한 수치다. 100 이상이면 경기 호황, 100 미만이면 침체를 뜻하며 이 지수는 지난 3월(99.8) 이후 9개월 연속 100을 밑돌고 있다.

    내수도 회복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88.4로 전월 대비 12.3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계엄과 탄핵 정국의 영향을 반영한 수치로 코로나19 초기인 2020년 3월(18.3포인트 하락) 이후 최대 낙폭이다. 지수 수준은 2022년 11월(86.6) 이후 최저치다. 이 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소비자 기대 심리가 장기 평균보다 낙관적이면 100 이상, 비관적이면 100 이하를 뜻한다.

    여기에 탄핵 정국과 무안 제주항공 참사로 소비 심리가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대형 사고는 소비 심리를 급격히 위축시키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정부와 민간 기업들의 연말·연초 각종 행사가 잇따라 취소되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12월은 우여곡절이 많은 달이었다. 탄핵 정국과 월말 상황이지만 여객기 사고도 소비에 일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언급했다.
  • ▲ 내수.ⓒ뉴데일리DB
    ▲ 내수.ⓒ뉴데일리DB
    여러 복합 위기에 더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은 경제 하방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 내년과 내후년에도 1%대 저성장이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경제 기초 체력이 약화된 상황에서 과거처럼 빠른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경제 위기 속에서도 민주당은 일명 쌍특검법(내란일반특검·김건희특검법)을 거부하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탄핵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제주항공 참사 이후 민주당은 정부의 거부권 행사 여부를 지켜본 뒤 대응 전략을 수립할 계획이지만, 참사 수습 후 다시 탄핵 정국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

    박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윤석열에 대한 탄핵심판 진행과 동시에 진상 규명과 처벌이 꼭 필요하다"며 "최 권한대행도 역사와 민심의 흐름, 시대적 과제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특검법 수용을 압박했다.

    여당에선 이를 두고 비판이 이어졌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민주당의 무책임한 줄탄핵으로 국정 공백이 심각하다"며 "지금 정부에는 총리도, 행안부 장관도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안타까운 참사 와중에도 민주당이 줄탄핵을 실행할 것인지 묻고 싶다"며 "나라를 먼저 생각하라"고 꼬집었다.

    실제 탄핵 정국으로 인한 국정 마비는 무안 제주항공 참사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을 포함해 1인 4역을 맡고 있는 최 권한대행의 부담이 커지면서 컨트롤타워의 기능이 약화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날 예정돼 있던 2025년 경제정책방향 발표를 내년으로 미뤘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탄핵 정국으로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행정부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것은 국회의 권력 남용에 가깝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