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행 탄핵소추안 발의… 외신 "韓정치 마비 심화"원·달러 환율 15년 만의 최고치… 기업 경기 전망도 암울신용등급 강등 우려… "대외신인도 심각한 타격 입힐 것"
-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 후 한덕수 국무총리의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로 전환된 후 안정세를 찾아가던 경제에 다시금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한 야당이 한 권한대행마저 탄핵에 나서자 외환·금융시장이 발작을 일으키는 등 나라 경제를 벼랑 끝으로 몰고 있다.국회는 27일 오후 3시 본회의를 열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표결할 예정이다.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안이 본회의에 상정되고 표결이 이루어지는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한 권한대행은 전날 대국민 담화에서 "여야가 합의한 안을 제출할 때까지 헌법재판관 임명을 보류하겠다"고 발표했으나 더불어민주당은 즉각 탄핵안을 발의했다. 탄핵안 발의의 주요 배경으로는 김건희 여사 특검법 및 채해병 특검법 거부,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 등 5가지 사안이다.탄핵안이 가결되면 한 권한대행의 직무는 정지되며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권한대행직을 맡게 된다. 최 부총리가 권한대행직을 수행할 경우 경제부총리와 기재부 장관 업무에 더해 대통령과 국무총리 역할까지 겸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질 전망이다.이에 따라 미국 등 우방국의 지원으로 한 권한대행 체제가 겨우 안정을 찾아가던 상황에서 한 권한대행 체제가 붕괴될 경우 한국에 대한 신뢰가 크게 흔들리며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외교·경제가 파탄 나든 말든 알 바 아니란 듯 야당의 폭주로 망국의 길로 향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이런 상황임에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7일 오전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현 상황을 두고 "경제안정을 위해선 불확실성을 줄여야 하는데, 내란세력 준동이 불확실성을 극대화하며 경제와 민생을 위협한다"며 "내란 수괴 윤석열과 내란 잔당이 대한민국의 가장 큰 위협"이라고 선동했다.정치권 안팎에선 외환·금융시장 변동성이 크게 확대된 데는 야당의 줄탄핵 엄포와 특검 공세가 가장 큰 이유라는 견해가 더 많다. 말로는 여·야·정 협의체를 띄워 민생경제를 챙길 듯한 태도를 보였지만 한덕수 대행 체제 무너뜨리기에 몰두하며 경제는 뒷전으로 내팽개치고 있는 것이다.앞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통과로 정국의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되자 금융시장은 다소 안정세를 보인 바 있다. 원·달러 환율은 1420원대로 내려왔고 코스피는 2510선으로 회복했다. 이재명 대표가 환율 폭등 원인으로 정부·여당 탓을 했지만 야당의 정치 폭거가 더 큰 '경제 불안' 요소로 작용한 셈이다.실제 야당이 밀어붙이는 '한덕수 대행 탄핵'의 본회의 처리 시점인 27일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2.7원 상승한 1467.5원으로 거래를 시작했으며 오전 장중에는 1470원을 돌파하더니 1480원까지 넘어섰다. 이는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3월 이후 15년 9개월 만의 최고치다.설상가상으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이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돌파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 경우 원화 약세는 수입 물가 상승을 초래해 민간 소비 감소, 기업 생산비용 증가로 인한 투자 및 고용 위축 등 내수 경제 악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
-
BSI가 기준치인 100보다 높으면 전월 대비 경기 전망이 긍정적이고, 낮으면 부정적이라는 뜻이다. BSI는 2022년 4월 이후, 34개월 연속 기준선인 100을 넘지 못하고 있다. 한경협이 1975년 1월 조사를 시작한 이래 역대 최장 기간이다.한국개발연구원(KDI)도 13개월 연속 내수 부진을 진단했으며, 소비 지표인 소매판매액 지수는 2022년 2분기 이후 10개 분기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내년 성장률은 잠재성장률(2.0%)을 밑도는 1.9%로 전망된다. 최악의 경우 투자 심리가 극도로 위축되어 경제성장률이 0%대로 떨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내수가 부진한 가운데 그나마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 됐던 수출도 악화하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트럼프의 관세 부과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를 적용해 추정한 결과, 우리의 대미 수출은 9.3~13.1%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대미 수출액이 1157억달러(약 169조7300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최대 22조원의 수출이 감소할 수 있는 것이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인 무디스, 피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1997년 IMF 사태 이후 처음으로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이는 정치적 불안정성이 장기화될 우려 때문이다. 무디스는 최근 정치적 분열을 이유로 프랑스의 국가 신용등급을 강등한 사례를 들며 한국도 유사한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주요 외신은 탄핵소추안 발의를 상세히 보도하며 한국 정치 위기의 심화 가능성을 우려했다. AP통신은 "한덕수 권한대행에 대한 잠재적 탄핵은 고위급 외교를 중단시키고 금융 시장에 혼란을 초래하며 정치 마비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보호무역 정책이 수출 의존 국가인 한국 경제에 타격을 줄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경제를 더욱 압박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재 원·달러 환율 상황은 준금융위기 수준으로, 이처럼 큰 폭의 상승은 이례적"이라며 "원화 약세는 외국인 자금 이탈을 가속화하고 기업의 자금 조달을 어렵게 만들어 실물 경제와 기업 활동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 긴급 입장 발표를 통해 "국가적 비상 상황 속에서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우리 경제와 민생의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이라는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를 감당할 수 없다"며 "권한대행 체제에서 겨우 안정된 경제 시스템과 대외 신인도가 또다시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했다.최 부총리는 이어 "글로벌 통상 전쟁이라는 국가적인 비상시국에 국정 컨트롤 타워의 부재는 원달러 환율 급등에도 보듯이 우리 경제의 대외 신인도 안보와 국민 경제, 국정의 연속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것"이라며 "이와 같은 혼란은 잠시라도 지속되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