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왕자, 5000억달러 미래형 신도시 건설 계획 발표10기 이상·100조원 규모 원전 계획에 민·관 적극 참여
  • ▲ 삼성물산이 시공한 사우디아라비아 라빅2 민자복합화력발전소 전경. ⓒ뉴데일리경제 DB
    ▲ 삼성물산이 시공한 사우디아라비아 라빅2 민자복합화력발전소 전경. ⓒ뉴데일리경제 DB


    "신도시 사업이야 우리가 늘 해오던, 자신 있는 분야고 원전도 기술이랑 인력풀이 있으니 수주로 연결만 된다면 대박이죠. 가뜩이나 분위기가 안 좋았는데, 사우디에서 수주 낭보가 전해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

    부동산 경기침체와 SOC예산 감축, 여전히 불확실한 해외발주 여건 등 어두웠던 건설시장 전망에 한 줄기 빛이 내려왔다. 사우디아라비아 왕자가 대규모 신도시 개발 청사진을 밝힌데다 원자력발전소 신축계획까지 들려오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모마하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제1 왕위계승자는 최근 리야드에서 열린 '미래 투자 이니셔티브(FII)' 행사에서 미래형 주거·사업용 신도시 '네옴(NEOM)'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사우디 북서부에 서울의 44배인 2만6500㎢로 조성되는 '네옴'은 풍력과 태양광만으로 발전된다. 2025년 완공을 목표로, 5000억달러가 투입될 전망이다.

    국내 대형사들이 이미 사우디에서 다양한 신도시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것은 '네옴' 프로젝트 수주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포스코건설은 사우디 국부펀드(PIF)와 현지 합작 법인 펙사를 만들어 '메디나 하지시티' 신도시에서 9억달러 규모 호텔 건설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PIF는 포스코건설 지분 38%를 보유한 2대 주주다.

    대우건설과 한화건설은 현재 사우디 수도 리야드 인근에 7만가구가 들어설 '다흐얏 알푸르산' 신도시 사업을 준비 중이다. 지난해 3월 사우디 주택부와 MOU를 체결했고, 올해 5월에는 마스터플랜 발표회를 열었다.

    대우건설 측은 "전체 사업비만 200억달러로, 한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해외 건설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사우디 원전사업에 진출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아델 빈 무하마드 파키흐 사우디 경제기획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사우디가 추진하는 원전 건설 사업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사우디는 총 2.8GW 규모 원전 2기를 2030년까지 지을 계획이다. 사업 규모는 200억달러 이상으로 추산된다. 사우디는 입찰 일정을 조만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백운규 장관은 파크흐 장관에게 한국이 40년 이상 원전건설과 운영경험을 바탕으로 국내외에서 원전시공과 사업관리 역량을 입증해왔다는 점을 설명했다. 또 한국이 예산과 공기를 준수하면서 중동 지역에 원전을 건설한 경험을 가진 유일한 국가라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 한국은 2009년 UAE에서 원전 4기를 수주했으며 1호기 준공을 앞두고 있다.

    사우디는 2040년까지 총 17GW 용량의 원전을 설치해 현재 0%인 원전 비중을 15%로 높인다는 계획이다. 발주가 임박한 2기 외에 10기 이상이 추가 발주될 예정으로, 사업비 규모는 100조원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사우디는 이미 2015년 중소형 스마트 원전 공동 설계 MOU를 체결하고 실질적인 원전 협력을 하고 있기 때문에 대형 원전 수주전에서도 경쟁국보다 한 발 앞서 있다.

    국내 건설기업들은 '사우디 특수'를 기대하고 있다. 대형건설사들은 해외 주재원과 사우디 현지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네옴' 프로젝트의 구체적인 계획안을 파악하는 한편, 관련 사업 수주를 위한 TF 설치 준비에 나섰다.

    대형건설 B사 관계자는 "사우디 신도시 개발사업에서 신도시 건설 노하우와 IT를 접목한 스마트시티 기술을 앞세워 수주전에서 좋은 결과로 이어지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라 원전 건설 관련 기술이나 인력의 손실이 우려됐는데, '일감 절벽' 우려와 함께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며 "첫 프로젝트 수주에 성공하게 되면 이후 추진되는 사업 진출에 힘을 받는 만큼 현지 네트워크 등을 통해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사우디는 한국 건설기업의 해외건설 누적 수주액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대표적인 '텃밭'으로 꼽힌다.

    1973년 삼환기업이 알울라~카이바 고속도로 공사를 따낸 이후 국내 건설기업들이 사우디에서 총 1789건·1391억달러에 달하는 공사를 수주했다. 이는 국내 건설기업의 해외수주 총액 7730억달러의 18%를 차지한다.

    기성액은 2012년 단일국가로는 처음으로 100억달러를 돌파한 이후 2013년에는 최고치인 116억달러를 달성했다.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누적 기성액은 725억달러로 이 기간 전체 기성액 3829억달러의 19.0%를 차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