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러시아에도 수색 협조 요청
  • ▲ 물 마시는 김영춘 해수부 장관(오른쪽.)ⓒ연합뉴스
    ▲ 물 마시는 김영춘 해수부 장관(오른쪽.)ⓒ연합뉴스

    정부가 북한에 나포됐던 복어잡이 어선 391흥진호의 실종 수색과정에서 총체적인 안전 불감증을 드러내 비난을 사고 있다.

    어선 관리 주무 부처인 해양수산부는 수색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조난 등으로 말미암은 인명 피해가 우려되는 데도 이를 언론을 통해 국민에게 알리지 않았다.

    해양경찰은 북한 나포 가능성을 열어 두고 해군 등에 상황을 전파했으나 국방부 장관은 언론보도를 통해 나포 사실을 알았다고 밝히는 등 무책임한 발언을 해 논란을 일으켰다.

    해경은 31일 흥진호 관련 주요 조치사항과 관련한 보도자료를 내고 수색 과정과 상황 전파 등에 대해 밝혔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전날 국회 법사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흥진호 북한 나포 사실 인지 시점에 관한 질문을 받고 "(저는) 언론에 보도된 것을 보고 알았다"면서 "보고받은 적이 없다. 문제가 크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해 논란이 인데 따른 조처다.

    해경에 따르면 동해·포항해경은 지난 21일 오후 10시31분께 수협중앙회 포항 어업정보통신국으로부터 흥진호가 '위치보고 미이행 선박'이라는 신고를 받고 수색에 나섰다.

    선박안전조업규칙에 따르면 출항한 어선은 해역에 따라 하루 1~3회 이상 수협 어업정보통신국에 위치를 보고해야 한다.

  • ▲ 흥진호.ⓒ연합뉴스
    ▲ 흥진호.ⓒ연합뉴스

    흥진호는 지난 16일 낮 12시48분 울릉도 저동항을 출발해 17일 새벽부터 동해 대화퇴어장에서 조업에 나섰다. 흥진호는 20일 오전 10시19분 어업정보통신국에 마지막으로 위치를 보고한 후 보고를 하지 않았다.

    대화퇴어장은 한·일 공동수역으로 하루 1회 이상 위치를 보고하는 일반해역에 해당한다. 하지만 어장 서북쪽 밖은 북한해역으로 하루 2회 이상 위치를 보고해야 하는 조업자제해역이다.

    해경이 관계 기관에 상황을 전파하면서 북한 나포 가능성을 염두에 둔 이유다.

    해경은 신고를 받은 다음 날인 22일 오전 8시2분께 청와대와 국무총리실, 국가정보원, 해수부, 해군, 중앙재난상황실 등에 상황을 전파했다고 밝혔다.

    무선통신으로 흥진호와 계속 교신을 시도하는 한편 동해 해상을 지나는 선박에 흥진호 발견 즉시 통보해달라는 교통문자방송(NAVTEX)도 보냈다.

    조난이나 북한 나포 등의 가능성을 열어 두고 일본, 러시아 등 인근 국가 구조 당국에도 수색 협조를 요청했다는 게 해경 설명이다.

    해경은 22일부터 북한 발표로 흥진호 납북 사실이 알려진 지난 27일까지 함정 20척과 항공기 9대를 투입해 동해 인근 해상을 광범위하게 수색했다고 강조했다.

    심지어 해경은 흥진호 선주(전 선장)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22일 오전 8시20분께 흥진호 (선장과) 통화했다. 당시 북동 170해리에서 안전하게 조업 중이니 경비(수색)세력도 투입하지 말라"는 말을 들었음에도 수색을 멈추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해수부는 수색 기간이 길어지는 데도 이런 상황을 언론 등을 통해 국민에게 알리지 않았다.

    광범위한 수색에도 배가 발견되지 않아 조난에 따른 인명 피해를 우려할 수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국민 알 권리를 무시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영춘 해수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사건 발생 일주일간 나포를 모르고 있던 일에 책임 장관으로서 국민께 죄송하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자유한국당 안상수 의원이 흥진호 나포 인지에 대해 질의하자 "지난 22일 통신두절로 수색을 했다는 보고를, 하루가 지나지 않아 선주 측에서 '현지 선장과 휴대전화 통화가 됐다'는 2차 보고를 받았다"며 나포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점을 거듭 사과했다.

    하지만 흥진호 나포가 알려지면서 해수부 내부에서 북한 해역에서의 불법 조업 가능성이 제기됐던 만큼 해수부가 상황의 심각성을 몰랐을 리 없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어선 관리 주무 부처가 대국민 홍보나 관련 부처와의 소통에 안이하게 대처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이는 대목이다.

  • ▲ 질의 듣는 송영무 국방부 장관.ⓒ연합뉴스
    ▲ 질의 듣는 송영무 국방부 장관.ⓒ연합뉴스

    국방부는 상황 인지와 내부 전파, 판단에 있어 총체적인 문제점을 노출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경이 북한 나포 가능성도 열어 두고 상황을 공유했음에도 국방부 장관이 국감장에서 무책임한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해경청 관계자는 "해군과 상황을 공유했으나 납북 사실을 알린 건 아니다"고 해명했으나 상황을 종합적으로 봤을 때 장관의 발언이 부적절했다는 여론이 적지 않다.

    한편 북한은 지난 21일 새벽 동해 북측 해역을 침범한 흥진호를 단속했으나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배와 선원을 27일 오후 6시30분 남측으로 돌려보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