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미·한양·태영·호반 등도 수주전서 잇단 낭보높아진 브랜드 인지도·가격경쟁력 강화로 인기
  • ▲ 서울 성북구 장위뉴타운. ⓒ성재용 기자
    ▲ 서울 성북구 장위뉴타운. ⓒ성재용 기자


    대형건설사들이 서울 강남권 재건축사업장에서 '수주혈전'을 벌이는 사이 중견사들이 시나브로 수주고를 쌓아올리고 있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실제 동부건설과 중흥건설 경우 대림산업·포스코건설·현대엔지니어링 등 대형사보다 많은 1조원대 수주를 달성했으며, 우미건설·한양·태영건설 등도 약진 중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동부건설은 올 들어 재건축·재개발 사업지 6곳의 시공권을 따내면서 총 1조1000억원 수주실적을 거둬들였다. 지난해 과천주공12단지·대구 범어현대빌라 단 2곳에서 500억원 규모 재건축만 따낸 것에 비하면 비약적인 성장세다.

    더욱이 동부건설은 대우건설과 함께 부산 최대 정비사업인 부산 남구 감만1구역 시공사로 선정됐으며, 최근에는 서초구 반포현대 재건축 사업을 따내면서 12년 만에 강남권에 재입성했다.

    이밖에 △경기 의왕시 오전다구역 재개발 △인천 남구 주안7구역 재개발 △서울 서초구 '서초중앙하이츠 1·2구역' 재건축 △서울 은평구 '역촌1구역' 재건축 등을 수주했다.

    중견건설 A사 관계자는 "반포현대 재건축 사업의 경우 공사비가 260억원 규모로 크지 않아 대형건설사들이 관심을 두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이촌동과 대치동에 이어 반포에도 '센트레빌' 깃발을 꽂게 됐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상징성이 있다"고 말했다.

    동부건설은 현재 기존 주택 브랜드 '센트레빌'과 차별화된 신규 프리미엄 브랜드를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운 프리미엄 브랜드명으로는 '센트레빌'에 특화된 단어를 덧붙이는 방안이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새 프리미엄 브랜드는 서초구 반포현대 재건축 사업에 처음으로 적용될 예정이다.

    동부건설 측은 "아직까지 신규 프리미엄 브랜드 출시 시점 및 적용 조건 등 구체적으로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서울시내 가시화된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있는 만큼 브랜드 고급화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중흥건설도 2015년에 이어 올해 다시 정비사업 수주액 1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에는 전국 4곳에서 8000억원 규모 수주를 달성하며 목표인 1조원 수주를 하회했지만, 올 3분기에만 전국 5곳 사업지를 연속으로 확보, 1조1000억원의 수주고를 확보했다.

    중흥건설은 △대구 달서구 달자3지구 재개발 △대전 중구 산성2구역 재개발 △경기 안산시 선부동3구역 재건축 △서울 강동구 천호1구역 도시환경정비 △부산 금정구 서금사 촉진6구역 등 시공권을 따냈다.

    우미건설이 올해 수주한 정비사업 실적은 모두 6640억원에 달한다. △경기 고양시 능곡6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 △경기 김포시 북변3구역 재개발 △부산 동구 범일3-1구역 도시환경정비 △대전 동구 성남동1구역 재개발 등을 수주했다.

    한양도 올해 약진했다. 한양은 지난해 진행 사업장 관리에 주력하며 수주활동이 뜸했지만, 올해 시장에 복귀해 △경기 안양시 진흥·로얄아파트 재건축 △안양 역세권지구 도시환경정비 △경기 김포시 북변4구역 재개발 등 수도권에서만 3곳·약 6000억원의 수주를 달성했다.

    한양은 특히 동부건설처럼 프리미엄 브랜드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양은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동부청과시장 정비사업에 들어서는 주상복합 공급시기에 맞춰 프리미엄 브랜드를 론칭할 계획이다.

    일단 입지가 뛰어난 지역 중심의 주상복합에 프리미엄 브랜드를 적용하고, 점차 아파트 단지까지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한양 측은 "현재 고급 브랜드에 대한 네이밍 작업이 진행 중이며 심사숙고 끝에 후보군을 뽑아 임원진에 보고를 마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태영건설(약 4000억원), 호반건설(약 3400억원), 아이에스동서(1560억원) 등 중견사들도 정비사업 수주전에서 낭보를 전했다.

    이처럼 중견사들이 정비사업 수주전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브랜드 인지도 면에서는 대형사에 밀리지만, 시공능력이 대형사 못지않은데다 가격경쟁력을 따지면 조합원 입장에서는 '솔깃'한 제안이 될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분양업계 한 관계자는 "지상에 차 없는 아파트 단지나 4면 발코니, 짜임새 있는 수납공간 등과 같이 입주민이 선호하는 특화설계의 상당수는 중견사들의 머리에서 나온 것들"이라며 "공사비를 낮추고 단지를 차별화하려는 노력은 도전정신이 있는 중견사들이 더 많이 한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동부건설은 은평구 역촌1구역 수주전에서 경쟁사인 롯데건설보다 낮은 공사비를 제시해 시공권을 확보했다.

    중견건설 B사 관계자는 "브랜드에 따라 집값 상승 차가 크다보니 수주권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최근에는 공사비를 낮추는 등 조합이 갖는 혜택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의 지속적인 부동산 규제책이 잇달아 발표되고 있는데다 대규모 입주물량으로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주택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은 중견사들에게 고민거리다. 주택사업 비중이 높은 만큼 대형사에 비해 주택경기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특히나 내년 서울 강남권 재건축 물량이 올해 7조원에 비해 크게 줄어든 1조원 규모로 쪼그라들 것으로 보이면서 대형사와의 경쟁이 한층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주택협회 관계자는 "정부의 택지개발 사업 공급이 끊기면서 새 먹거리를 찾기 위해 중견사들도 정비사업에 무게를 두고 활발한 수주활동을 펼치고 있다"면서도 "내년 강남권 재건축 물량 규모가 급감할 것으로 예상해 대형사들이 서울과 지방, 재건축과 재개발을 가리지 않고 진출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중견사들이 틈새시장을 찾기도 버거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