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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 폐지 논쟁이 재점화되고 있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낙태죄 폐지를 청원하는 글은 한 달만에 23만명의 지지를 받으며, 사회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시대 변화에 발맞춰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입장과 현행을 유지해야 한다는 생명윤리적 가치판단의 입장 등 내부적으로는 의견이 분분하다.
◆"낙태죄 폐지·유산약 '미프진' 허용"…'국민청원'·헌재 재심, 논쟁 가열
'낙태죄 폐지와 자연유산 유도약(미프진) 합법화 및 도입을 부탁드립니다.'
지난 9월 30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온 이 글이 이른바 '낙태죄' 폐지 논쟁의 도화선이다.
낙태죄로 명명되는 현행법에서는 임신한 여성이 약물을 이용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낙태한 경우 1년 이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낙태 시술을 한 의사도 2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받는다.
청원인은 "원치않는 출산은 당사자와 태어나는 아이, 국가 모두에 비극"이며 "현행법은 여성에게만 죄를 묻고 처벌하고 있으나, 여성에게만 독박책임을 물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현재 119개국에서 합법으로 인정하는 자연유산 유도약 '미프진'을 국내에서도 합법으로 인정하면 원치 않는 임신으로 고통받는 여성들을 구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청원했다.
현행법에서는 임신한 여성이 약물을 이용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낙태한 경우 1년 이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낙태 시술을 한 의사도 2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받는다.
이 청원은 한 달 만에 무려 23만여명의 지지를 얻었다. 청와대는 '한 달간 20만명 이상의 국민이 추천한 청원에 대해 정부나 청와대가 공식적인 답변을 내놓는다'는 원칙에 따라 조만간 최초 제안된 낙태죄 폐지 청원에 대한 입장을 낼 예정이다.헌법재판소도 지난 2012년 낙태죄 위헌 판결 이후, 이에 대한 재심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낙태죄 폐지를 둘러싼 논쟁은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의료계 "현실 맞게 개정" VS "생명 윤리 중요, 법 유지" 의견 엇갈려
산부인과의사회 등 의료계 단체들은 시대 변화에 발맞춰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지만, 윤리적 가치 판단과 무관치 않은 논쟁의 성격상 내부적으로는 의견이 분분하다.
우선 산부인과의사를 대표하는 단체들은 현실에 맞게 제도 변화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태아의 생명을 존중해야 함은 당연함과 동시에 여성의 자기결정권 및 건강권 또한 보호받아야 마땅하다"면서 "이번에야말로 인공임신중절과 관련해 산부인과 의사로서 모성건강을 위한 측면에서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법개정 노력이 시작돼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임신주수에 따라 낙태 허용요건을 세분화하고, 윤리적 사유를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임신 초기(1~12주)에는 임신부 요청에 따라 제한 없이 낙태를 허용하고, 임신 중기(13~24주)에는 윤리적·의학적 사유를 고려해 허용 범위를 조정하는 식이다.
미프진 도입 허용에 대해서는 우려하고 있다.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미프진은 우리나라에서 불법 유통되는 약물로, 신부전이나 간 장애, 출혈성 경향이 있는 여성은 사용금기"라면서 "복용 시 구토, 현기증, 심한 복통이 있을 수 있고 불완전 유산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그러나 사회적으로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것처럼 의료계 내부에서도 낙태죄 폐지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가 분명하다.
의료윤리연구회 이명진 前회장(의사평론가)는 "의사들은 생명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면서 "배속에서나 배밖에서나 똑같은 생명으로, 보호되고 그 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 '주수'는 인간들이 인위적으로 정한 것일 뿐, 그 가치를 가를 수 없다. 다수의 의견이라고 할지라도, 결코 바뀔 수 없는 가치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 한 종합병원 산부인과 과장은 "의학적 사유로 허용된 낙태 외 사유에 의사가 낙태를 찬성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면서 "낙태 예방 효과를 이룰 수 있다록 질서가 세워져야 하는 것이 낙태죄 논쟁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자신이 종교인이라고 밝힌 경기도 한 개원의사는 "현행대로 법을 유지시키는 것이 맞다. 현실에 맞게 법을 고쳐야 한다는데, 임상에서 보면 이미 사후피임제로 낙태는 확실히 줄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