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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지주 임시주주총회는 금융권에 잔잔한 파랑(波浪)을 일으키기 충분했다.
결과는 노조 측이 제안한 안건이 모두 부결되며 아쉬움을 남겼지만 금융회사 지배구조 문제를 다시 한 번 되짚어 보는 계기가 됐다.
최대 관심사는 3호 안건인 ‘하승수 사외이사 선임’과 4호 ‘대표이사 회장이 이사회 내 위원회 참석할 수 없는 정관 변경’ 안건이다.
이 중 3호 안건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국민연금의 찬성을 얻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KB금융의 과반수를 차지하는 외국인 주주의 반대 등으로 총 의결정족수 17.73%의 찬성표를 얻는데 그쳤다.
국민연금 측은 사외이사 선임에 대해 찬성표를 던진 이유로 ‘사외이사로서 결격 사유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즉, 이사회 구성원의 다양성 측면에서 접근했단 의미다.
4호 안건인 정관변경과 관련해서는 국민연금도 반대표를 행사했다.
임시주총 과정에서 노조 측이 정관 변경의 건에 대해 철회 요청을 했지만 이사회 측은 이미 상정된 안건에 대한 철회는 불가하다며 최종 부결 처리했다.
주총 서 안건이 부결될 경우 증권거래법 상 ‘3년 동안 동일제안 반복 금지’ 조항으로 인해 4호 안건은 앞으로 이사회에서 받아 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신 사외이사는 하승수 변호사 외 다른 인물을 추천할 수 있다.
국민은행 노동조합도 비록 실패는 했지만 재도전 의사를 밝혔다. 결전일은 내년 3월 정기주주총회다.
박홍배 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은 “현재 KB금융지주 9인의 이사 중 7명의 사외이사를 선임하고 있지만 주주제안에 의해 선임된 사외이사는 한 명도 없다”며 “대표이사가 사외이사 선임 과정에 참여하고 있어 사외이사들이 안건 반대 입장을 표명하기 어렵고 실제로 반대한 사례도 없다. 주주제안으로 추천된 사외이사 선임은 결론적으로 이사회의 독립성과 경영의 투명성, 주주이익실현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노조가 추천한 사외이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경영 침해를 당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경영판단과 인사권은 사측의 고유 권한이다. 이 같은 근간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다.
하지만 독일의 사례처럼 근로자 스스로 임금을 깎고 대규모 구조조정에 합의하는 경우도 있다. 국내 은행권 역시 지난 몇 차례 노사 협력으로 임금 삭감에 동의하며 신입 직원 확대에 나선 바 있다.
노사가 협력하며 상생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희망도 있는 것이다.
중요한 건 노조가 추천한 사외이사라도 주주 이익을 반해선 안된다. 결국 중재자 역할을 얼마나 충실히 이행할 수 있느냐가 그들의 책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