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반나절 생활권 완성 의미 큰 데도 총리가 대신 참석SOC예산 삭감 기조·MB때 착공·철도공단 이사장 공석 등 의견 분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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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강릉 고속철도(KTX)가 오는 22일부터 운행을 시작하는 가운데 개통식 행사를 두고 문재인 정부의 철도 SOC(사회간접자본) 홀대론이 제기되고 있다.
20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원강선 KTX가 이달 22일부터 본격적인 영업운행에 들어간다.
개통식은 하루 앞서 21일 강릉역에서 치러진다. 이날 행사에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참석할 예정이다.
원강선은 2012년 6월 착공했다. 원주~강릉 총 120.7㎞ 구간에 총사업비 3조7597억원을 투입해 복선전철과 6개 역사를 건설했다.
국내 최장 대관령터널(21.7㎞)을 비롯해 전 구간의 63%쯤인 75.9㎞가 터널로 이뤄졌다.
원강선 개통은 수도권 고속열차가 강원도 지역까지 연결돼 명실상부한 전국 철도 반나절 생활권을 완성한다는 의미가 있다.
내년 2월 열리는 강원 평창동계올림픽의 접근성 향상은 물론 주말과 명절 만성적인 강원 지역 도로정체를 해결하는 데도 이바지할 거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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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철도업계 일각에선 개통식 행사를 두고 SOC 홀대론이 제기된다.
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 참석 여부를 두고 갈팡질팡하다 총리 참석 행사로 격을 낮췄다는 후문이다.
역대 고속철도 개통식은 으레 브이아이피(대통령) 참석행사로 치러졌다. 개통에 따른 사회·경제적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KTX 호남선 개통식과 경원선 기공식이 대통령 참석 행사로 열렸다.
VIP가 불참하는 경우는 중대한 사안에 발목이 잡힌 경우가 대부분이다. 2004년 KTX 경부선 개통식에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탄핵 관련 사유로 참석하지 못했다. 당시 행사에는 고건 전 총리가 참석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117년 철도 역사상 처음으로 경쟁체제를 연 수서발 고속철도(SRT) 개통식은 황교안 전 총리 참석행사로 진행됐다. 애초 박근혜 전 대통령 참석행사로 추진됐으나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으로 총리가 대신 참석했다.
철도업계 한 관계자는 "현 정부의 SOC 관련 기조 때문에 (VIP가) 단일 SOC 사업 행사에는 참석하지 않을 거라는 의견이 나온다"고 전했다.
문재인 정부는 내년 예산을 짜면서 복지 예산을 늘리고 SOC 예산은 대폭 깎았다. SOC 예산을 17조7000억원으로 짜 전년 대비 20%(4조4000억원)나 삭감했다. 철도 SOC 홀대론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일각에선 원강선이 4대강 사업 등 각종 토목사업을 벌였던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 착공돼 미운털이 박힌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보수정권에서 시작한 SOC 사업의 피날레를 굳이 VIP 행사로 격을 높여 치르고 싶지 않았을 거라는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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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 공석이 VIP 불참에 영향을 끼쳤을 거라는 분석도 있다.
철도공단은 지난달 초 강영일 전 이사장이 사의를 표명해 수장이 공석이다. 공모 결과 김상균 전 철도공단 부이사장과 김한영 전 국토부 교통정책실장이 경합을 벌이는 거로 알려졌다.
임원추천위원회가 면접 후 후보자를 압축했어도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에서 후보자 검증을 벌이는 만큼 원강선 개통식에 맞춰 신임 이사장을 임명하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철도공단이 개통행사를 주관하는 만큼 주인장 없는 행사에 VIP가 참석하는 것도 모양새가 좋지는 않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지난 19일 대통령 전용고속열차인 '트레인 원'을 타고 원강선을 점검하는 거로 사실상 개통식 참석을 대신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라는 견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