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율 악화·충당금 반영… 영업이익 시장기대치 하회'우울'한 국내업황에 믿었던 이란마저… 수주잔액 급감
  • ▲ 서울 종로구 소재 대림산업 본사. ⓒ성재용 기자
    ▲ 서울 종로구 소재 대림산업 본사. ⓒ성재용 기자


    대림산업이 지난해 4분기 업계 기대치를 하회하는 영업실적을 기록했다. 일각에선 '어닝쇼크' 진단을 내렸지만 더 큰 문제는 비어가고 있는 곳간이다. 연간 신규수주액이 절반 수준으로 쪼그라들면서 역성장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대림산업은 2017년도 4분기 연결기준 매출 3조2877억원·영업이익 925억원을 기록했다. 매출 경우 전년동기에 비해 27.4% 증가했고, 영업이익도 49.6% 늘어났다.

    대림산업 측은 "국내 주택사업 호조지속과 삼호의 연결 편입, 대림에너지·DSA(사우디아라비아 시공법인) 등 연결 종속회사의 흑자전환에 따라 이익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주택부문을 제외한 전 부문에서 원가율이 악화되면서 영업이익이 컨센서스 1650억원을 크게 밑돌았다.

    특히 토목부문에서 평택대교 붕괴사고 이후 재설계, 싱가포르 도로의 TBM 장비고장, 익산 진입도로 공기지연(설계변경) 등이 이어지면서 원가율이 전년동기 100.2%에서 135.9%로 크게 뛰었다.

    뿐만 아니라 영업외비용에 주택부문과 SOC부문 자산평가에 따른 충당금 1900억원이 반영되면서 순손실 388억원을 기록했다. △미착공 주택 PF사업지인 오산세마와 파주 헤이리 사업장 △신분당선 추가 반영 △필리핀 등 일부 해외사업장 추가 반영 △환 관련 손실(390억원) 등이 주요 상각 대상이었다.

    A금융투자 건설담당 애널리스트는 "3분기부터 토목 부문 추가 공사비 발생에 대한 우려가 있었는데, 예상했던 수준 이상의 손실이 발생했다"며 "일회성인 만큼 개선 여지가 있다고 판단할 수도 있겠지만 삼호의 연결 편입 효과(294억원 추정), YNCC 지분법이익 825억원 등 흑자에도 불구하고 세전이익이 684억원 적자를 기록한 점은 부담"이라고 분석했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이 '어닝쇼크'라고 말할 만큼 저조한 실적을 기록한 것도 문제지만, 역성장 전망이 제기되는 것 또한 우려사항이다. 여기에는 반토막 난 신규수주와 그에 따른 수주잔액 감소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대림산업 잠정실적을 보면 4분기 신규수주금액은 모두 1조7367억원으로, 전년동기 3조4956억원에 비해 50.3% 급감했다. 연간 신규수주액도 10조4380억원에서 6조1123억원으로 41.4% 줄어들었다.

    수주잔액도 2016년 말 30조원에서 지난해 말 25조원으로 15.6% 감소했다. 특히 플랜트부문 잔액이 3조8695억원으로, 2016년 말 7조347억원에 비해 55%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B금융투자 연구원은 "향후 실적은 분양 증가로 주택이 외형 버팀목은 되겠지만, 여전히 해외수주 증가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올해 연결 매출액은 수주 부진에 따라 감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며 반등 계기를 잡지 못하면 2019년에도 역성장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진단했다.

    신규수주 확보 역시 난제다. 정부의 잇단 부동산 규제책과 SOC예산 감소 등으로 국내 건설업황은 침체될 전망이고 대림산업 해외수주의 핵심인 이란 시장도 여전히 불확실성이 가시지 않았다. 지난해 대림산업은 이란 내 7개 파이프라인을 확보하면서 연간 수주 목표를 4조원으로 잡았으나, 실제 해외수주는 8000억원에 그쳤다.

    여기에 지난 1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제재면제 조치를 조건부로 연정한다고 밝혀 급한 불은 끈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인증이 마지막이 될 것이라며 JCPOA(포괄적공동행동계)의 대대적인 수정을 조건으로 내걸어 이란 정세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이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제재유예 결정에는 120일이라는 유효기간이 붙은 것으로, JCPOA 수정이 없을 경우 미국은 즉각 핵 협정에서 탈퇴할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C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핵심 손익 개선요인은 지난해 2000억원 이상 손실을 낸 토목사업의 정상화"이라면서도 "사우디 마덴 암모니아(1조원), 싱가포르 투아 스핑거(1조원) 등 신규수주 성공여부와 지난해 계약을 맺은 이란 아스파한 정유공장 프로젝트(2조원)의 파이낸싱 문제해결 등 중장기 성장동력 확보가 키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와 관련 대림산업 관계자는 "지난해 국제유가 여건이 최근 반등세를 타기 이전이다 보니 글로벌 플랜트시장 자체가 위축돼 있었고, 기대했던 이란 시장도 미국과의 관계로 수주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목표액에 비해 한참 모자라는 수주실적을 받았다"며 "올해도 목표를 보수적으로 책정해 수익성 중심의 선별 수주 전략으로 접근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각에서 제기되는 역성장 우려의 경우 연간 매출 목표를 보수적으로 잡으면서 불거진 것으로 보인다"며 "단순히 미진했던 지난해 수주만 볼 것이 아니라 이전 사업년도부터 진행돼 온 프로젝트들이 있는 만큼 급격한 매출 감소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