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중앙공원 개발 비리 의혹④]시행사, 헐값에 원주민 토지 강제 수용50만~100만 원에 수용한 토지 감정가 수십배 폭등원주민들 "민간업자 배만 불려주는 특혜 사업"
  • 광주광역시 중앙1지구 개발사업 부지에 걸린 현수막에
    ▲ 광주광역시 중앙1지구 개발사업 부지에 걸린 현수막에 "조상주신 소중한땅, 눈떠보니 이용섭(전 광주시장)땅"이라 성토하는 내용이 담겼다. ⓒ김상진 기자
    "공익 사업을 한다고 해서 조상님이 물려주신 문중 땅을 헐값에 넘겨줬더니 몇 개월 만에 땅값이 20배나 올랐어요. 그럼 아파트라도 잘 지어서 좋은 가격에 시민들이 편안하게 살게 해줘야 되는데 아직까지 공사도 시작 못하고 개발 업자들 배만 불려 준 꼴이 됐죠."

    '광주판 대장동'으로 불리는 광주광역시 중앙1지구 민간공원 개발 사업 예정지 토지주였던 A씨(55)의 하소연이다.

    A씨 일가는 지난 2021년 말 100년 간 조상으로부터 대대로 물려받아 소유해 온 토지 2만평(6만6천여)을 강제 수용 당했다. 

    시행사인 '빛고을중앙공원개발(빛고을SPC)'이 A씨 문중에 토지보상비로 지급한 돈은 평당 50만~60만 원이었다. 이 땅은 이후 자연녹지에서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형질이 변경돼 평당 1600만 원짜리 '금싸라기' 땅이 됐다.

    중앙1지구 사업 예정지 원주민들은 대부분 A씨처럼 헐값에 땅을 수용 당했다. 보상비는 개발 용도와 필지 종류에 따라 평당 50만~100만 원으로 책정됐다.

    대부분이 평생을 애지중지해 온 재산 목록 1호였지만 시민들을 위한 사업이라는 말에 억울해도 참았다. 텃밭을 잃은 원주민들은 그나마 시민들을 위한 멋진 공원이 들어설 것이라는 점에 위안을 삼았지만 사업을 둘러싼 잡음이 속출하면서 좌초 위기를 맞았다.

    원주민 B씨(60)는 "토지 보상 과정에서 원주민들과 그 어떤 협의도 없었고 특례사업이라는 명분 하에 주변 시세의 30% 가격에 강제로 땅을 빼앗아갔다"며 "일부 원주민들은 보상비 책정에 반발해 이의신청도 하고 소송도 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 중앙1지구 내 풍암호 북쪽 언덕에는 사람이 살았던 것으로 보이는 사유지 흔적이 남아있다. ⓒ김상진 기자
    ▲ 중앙1지구 내 풍암호 북쪽 언덕에는 사람이 살았던 것으로 보이는 사유지 흔적이 남아있다. ⓒ김상진 기자
    ◆50만~100만 원에 수용된 땅이 1천600만 원..."시행사 배만 불려" 분통

    중앙1지구 사업 예정지 가운데 아파트가 들어서는 비공원부지는 총 19만5천456(5만9천여평)에 달한다. 토지 소유주 250여명이 150여 필지를 보유하고 있었다.

    빛고을SPC는 이 사유지들을 지난  2021년 11월부터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강제 수용했다. 원주민들의 반발이 컸지만 수용 절차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빛고을SPC 측이 이 토지들을 수용하는데 쓴 보상비는 530여억 원으로 알려졌다. 평당 90만 원 선에 토지를 수용한 것이다. 하지만 이 땅은 이후 감정평가를 통해 평당 1천600만 원, 총 토지 감정가는 9490여억 원으로 무려 17배가량 가액이 뛰었다.

    원주민들은 이런 토지 감정가액 폭등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원주민 C씨(59)는 "토지를 수용할 때는 공공 사업을 내세워 주민들을 설득해 놓고 얼마 지나지 않아 땅값을 수십배나 부풀렸다는 게 가장 화나는 일"이라며 "광주시가 시행업자와 결탁해 주민들을 농락한 것"이라고 울분을 터뜨렸다.

    현재 사업지구 내 토지들은 대부분 강제 수용이 완료됐다. 2만3천여㎡(약 7천평) 만이 추가 협의를 진행 중이거나 강제 수용 절차를 밟고 있다.

    남아 있는 원주민들은 제대로 된 보상을 받기 위해 광주시청을 찾아 시위를 이어가고 시민사회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지만 결국 땅을 빼앗길 수밖에 없는 처지다.

    원주민들은 "결국 광주시는 시민들을 위한 공익 사업이란 명분을 내세워 특정 민간 업자들의 배만 불려주고 있는 것"이라며 "주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관청이 특정 업자의 편의만 봐주고 있으니 한통속이란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 원주민들이 중앙1지구 일부 구역에서 재배하던 작물들이 남아있다. ⓒ김상진 기자
    ▲ 원주민들이 중앙1지구 일부 구역에서 재배하던 작물들이 남아있다. ⓒ김상진 기자
    ◆"대장동 사건과 판박이...민간 업자만 수익 챙기는 사업 구조"

    광주 중앙1지구 개발 사업은 세간을 뜨겁게 달궜던 '대장동 사건'과 닮은 구석이 많다.  

    헐값 토지 강제 수용은 물론 민간 업자에게만 유리한 방향으로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렇다 할 명분도 없는 상황에서 사업계획이 수차례 변경됐고 사업 인허가 과정에서도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났다. 시행사의 수익을 보장하기 위한 꼼수들도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광주시는 민관유착 의혹을 일축하고 있지만 관련 업계는 사업 진행 과정이 상식적이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원주민 D씨(59)는 "매스컴에서나 접했던 일을 막상 당하다 보니 처음에는 믿기지 않았다"며 "보상금으로는 광주 변두리 땅도 못 산다"고 말했다. 땅을 강제 수용 당한 원주민들 중에는 D씨처럼 아직까지 새롭게 정착할 곳을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이 적지 않다.

    원주민들은 "광주시와 시행사에 땅을 절대 넘길 수 없다고 맞섰지만 결국 땅을 빼앗겼고 시행사는 본인들이 제시한 보상금을 법원에 공탁했다"며 "힘 없는 주민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었다"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현재 빛고을SPC는 본인들의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사업계획 변경을 재차 추진 중이다.

    사업계획 변경안에 따르면 해당 지역에 들어설 아파트의 분양가는 평(3.3㎡)당 2천200만 원이다. 사업이 문제 없이 마무리되면 빛고을SPC가 가져갈 수익은 2천200여억 원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