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따리상 위주로 면세점 성장… 월드타워·코엑스 '직격탄'"신세계·현대 오픈할 경우 강남권 면세점 활성화 가능성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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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면세점 로고. ⓒ롯데면세점
중국 당국의 사드보복으로 직격탄을 받은 롯데면세점이 경쟁사인 신세계면세점 강남점과 현대백화점면세점 오픈을 기다리는 '웃픈' 상황에 놓였다. 사드보복 이후 중국인 관광객이 줄면서 보따리상 일명 따이궁(代工) 위주로 매출이 증가해 강북권 지역의 성장세는 도드라진 반면, 강남권에 위치한 월드타워점과 코엑스점(롯데디에프리테일 보세판매장)이 부진하기 때문이다.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면세점은 지난해 14조원을 돌파하면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지난해 방한 외국인 관광객은 1335만5758명으로 직전년도 대비 22.7% 감소했다. 면세점 매출 대부분이 보따리상 위주로 신장했다는 이야기다.
보따리상들의 경우 관광이 목표가 아닌 상품 구매가 목적으로 통상적으로 면세점이 몰려 있는 강북권 지역을 선호한다. 강북권의 경우 롯데면세점 본점, 신라면세점 서울점, 신세계면세점 명동점 등 주요 면세점이 몰려있는 반면, 강남권은 사실상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이 유일한 브랜드 면세점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영향으로 강북권 면세점들의 매출은 증가했지만, 강남권 지역은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관세청 및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의원실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롯데면세점 본점이 연매출 3조1619억원을 달성해 1위, 신라면세점 서울점이 연매출 2조1239억원 2위,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이 1조3510억원을 기록해 3위를 차지했다.
4위 신라아이파크면세점(8326억원), 8위 두타면세점(4436억원), 9위 갤러리아면세점63(3312억원)이 차지하면서 매출 TOP 10에 서울 강북권 지역만 6개가 이름을 올렸다.
강남권역에서 유일하게 이름을 올린 롯데월드타워점의 경우 5721억원의 연매출을 올리면서 6위를 기록했다. 이는 롯데월드타워면세점이 사업권을 잃기 직전인 2015년도 연매출과 비교하면 순위(3위)와 매출(6116억원) 모두 하락한 수치다. 코엑스점의 경우 2159억원을 기록해 전체 점유율 1.5%를 차지하는데 그쳤다.
두타면세점이 지난해 4436억원을 기록해 전년대비 299.6%라는 성장세를 올렸다는 점과 비교하면, 강남권역의 면세점 부진은 도드라진다.
강남권역 면세점의 부진이 이어지면서 롯데면세점의 전체 점유율도 하락했다. 관세청 및 윤호중 의원실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의 점유율은 2013년 52.3%, 2014년 50.8%, 2015년 51.5%, 2016년 48.7%, 2017년 41.9%로 급감하면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롯데가 점유율 회복을 위해선 현실적으로 중국과 외교 정상화가 단기간에 이뤄질 가능성이 적다는 점에서 보따리상의 매출을 강남권역까지 확대해야 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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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면세점 매출. ⓒ윤호중 의원실
강남권 면세점으로 보따리상을 확대하려면 '브랜드' 면세점이 인접해있을수록 좋다. 보따리상의 특성상 '인기 재고', '하루 안에 여러 매장을 거칠 수 있는 동선', '수수료 혹은 높은 할인율'을 주요하게 따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황상 신세계와 현대면세점이 오픈할 경우 롯데 잠실과 코엑스는 자연스럽게 해당 조건을 충족하게 되고 수혜를 볼 가능성이 있다.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코엑스점과 현대백화점면세점 및 신세계면세점 강남점은 지하철 및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최소 6분이면 이동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중국의 사드보복으로 단체관광객이 줄어든 시점에서 강남권역의 면세점을 살리기 위해선 보따리상의 유입을 늘리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이라며 "신세계와 현대백화점면세점의 오픈은 보따리상들을 강남권으로 끌어올 수 있다는 점에서 롯데가 양사의 오픈을 기다리는 아이러니한 상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러한 의견에 대해 롯데면세점 측은 가능성은 있지만, 무조건적으로 양사의 오픈이 자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라는 입장을 밝혔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금한령이 시작된 이후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줄고 보따리상 위주로 매출이 증가하는 비정상적인 시장 상황" 이라며 "강남권역 활성화를 위해 양사의 면세점 오픈이 보따리상을 유입하는 데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경쟁사가 생긴다는 측면에서는 무조건 기대하기는 어렵다.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한·중 관계가 정상화되면서 자연스럽게 관광객이 오는 구조가 되길 바란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