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량 증가에도 요지부동, 국내 제지 업체 죽을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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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지의 주요 원자재인 펄프 가격이 이상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X자 수요·공급 곡선과는 다른 그래프를 그리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수요 곡선과 공급 곡선이 만나는 지점에서 가격이 형성된다. 하지만 펄프는 국제적으로 공급이 늘고 수요가 주는 데도 가격은 1년 넘게 오르고 있다. 국내 제지 업체들이 글로벌 펄프 회사들의 '짬짜미(담합)'를 의심하는 이유다.

     

    3일 한국수입협회 원자재 가격정보에 따르면, 국제 펄프 가격(활엽수 기준)은 지난 2016년 8월 1톤당 550달러를 기록한 이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1톤당 855달러까지 치솟았다. 올해 2월 현재는 전년 동월 대비 31.25% 오른 840달러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상한 것은 공급은 늘고 수요는 주는 데 가격은 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지난해 말 브라질의 대표적인 펄프업체인 FIBRIA의 트레스 라고아스 공장 2호기 가동과 인도네시아 APP사의 OKI 공장 가동으로 펄프 생산 능력은 120만톤 가량 증가했다. 또 Sodra의 Varo공장과 Metsa Fibra의 Ananekoski 공장이 가동을 시작했고, Domtar의 ashdown 공장과 IP의 Riegelwood 공장이 본격적으로 생산에 들어갔다.

     

    펄프·제지산업 연구기관인 호킨스라이트(Hawkins-wright)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마켓펄프 생산능력은 전년보다 230만톤(3.7%) 가량 증가한 6410만톤으로 집계됐다.   

     

    반면 스마트폰과 전자문서, 전자책 등의 영향으로 종이 사용량이 감소하면서 펄프 수요는 생산량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줄어든 출하량이 이를 뒷받침한다. 호킨스라이트(Hawkins-wright) 자료에 의하면 지난 2015~2017년 동안 펄프 생산능력은 총 620만톤 증가했지만 출하량은 이보다 훨씬 낮은 500만톤 증가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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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와 관련 국내 제지 업계 한 관계자는 "국제 펄프 시장에서 수요는 줄고 공급은 늘고 있는데도 가격이 오르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는 시장경제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으로 국제 펄프 회사들의 담합이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1년 반이 넘게 지속된 국제 펄프 가격 상승으로 국내 제지 업체들의 한숨은 깊어지고 있다.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어서다. 펄프는 제지 생산원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국내 업계 1위 한솔제지는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 66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44.6%나 줄어든 수치다. 한국제지도 지난해 영업이익이 79억원으로, 전년보다 68.0%나 쪼그라들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국내 제지 업체들의 제보가 접수되면 글로벌 펄프 회사들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현재는 실태를 파악하고 있지는 않다"면서도 "제보가 접수되면 실태 파악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