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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며 2년 연속 업계 최고수준의 인센티브를 지급한 현대해상이 올해는 이를 대폭 줄일 조짐이다.
저금리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금리상승으로 인한 대규모 자본 축소가 불가피해 비용절감에 나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1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대해상 사측은 지난주 전체 직원들에게 성과급 지급기준 변경을 검토 중이라고 공지했다.
현대해상 노조 관계자는 "구체적인 성과급 지급 변경안에 대한 내용은 없으나 향후 기준 변경 시 노사합의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고 사측에 입장을 전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성과급 기준 변경 시 노사 간 합의해야 할 의무가 없어 결국 사측이 통보하는 수순으로 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현대해상은 올해 6월부터 노사 간 임금단체협상(이하 임단협)을 시작한다는 계획인데 향후 노사 간 차질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현재 직원들이 성과급으로 받을 수 있는 최고액은 기본급의 700%다. 현대해상은 지난해 사상 최대의 순익을 내면서 2년 연속 최고 수준인 기본급의 700%(연봉의 23% 내외)를 직원들에게 지급한 바 있다.
사측은 이를 축소 혹은 확대하는 등 세부 지급기준을 바꾸겠다는 것인데 업계에서는 성과급 지급 축소를 위한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 배경으로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대비해 선제적 대응과 다양한 경영체질 개선 노력의 일환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 기준으로 국내 보험사가 2021년 IFRS17 도입 시 추가로 확충해야 할 자본 규모는 약 55조 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여기에 금리 상승기로 접어들면서 보험사가 보유한 채권 평가손실도 한몫하고 있다. 현대해상은 과거 저금리 기조 속에서 채권평가이익을 노리고 만기보유증권을 매도가능증권으로 대거 분류해 금리 인상으로 타격이 예상되고 있다.
보험사들은 2014년부터 저금리 기조 속에서 이런 채권 재분류를 통해 채권평가이익을 얻어왔다. 현대해상은 지난해 말 기준 18조3414억 원의 매도가능증권을 보유하고 있다.
재무제표상 증권을 만기보유증권 계정으로 분류하면 장부가격과 이자만 반영되지만, 매도가능증권 계정에 쌓으면 금리변동에 따른 평가 손익이 반영된다.
매도가능증권은 저금리에선 채권평가이익이 발생해 보험사들의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RBC)비율이 오르는 효과가 있다. 반면 금리가 오를 때는 채권을 시가로 평가하기 때문에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 게다가 보험사의 금융자산 계정 재분류는 한번 바꾸면 3년간 변경할 수 없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IFRS17 도입을 대비하고 갈수록 어려워지는 업황을 고려해 경영개선 전략의 하나로 성과급 지급규모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