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올 3월 취업자 실제 비교
  • ▲ ⓒ뉴데일리DB
    ▲ ⓒ뉴데일리DB

     

    "올해 2∼3월 취업자 수가 10만명 대로 둔화하고 청년층 고용이 악화하는 등 고용상황이 좋지 않다. 이는 지난해 동기 대비 기저효과, 조선과 자동차 업종 등의 구조조정에 기인한 것이다. 최근 2∼3월 고용부진을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으로 보기는 어렵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5차 경제장관회의에서 했던 말이다. 그러나 이를 완벽히 뒤집는 조사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올해들어 최저임금이 16.4% 인상되면서 46만여명이 일자리를 잃었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최저임금과 일자리를 연계해 실제적 수치가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파이터치연구원은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직업별 취업자 수를 분석한 결과를 25일 내놨다. 이번 조사에서는 올해 최저임금을 적용하기 전인 지난해 11월과 올해 3월 취업자 수를 비교했다.

     

    이에 따르면, 관리자의 경우에는 지난해 11월 33만5000명에서 올해 3월 35만4000명으로 취업자가 1만9000명 늘었다. 같은기간 전문가와 관련 종사자, 사무종사자도 545만8000명, 467만9000명에서 546만4000명, 471만2000명으로 각각 6000명, 3만3000명 증가했다.

     

    반면 서비스 종사자는 297만6000명에서 291만9000명으로, 판매 종사자는 306만1000명에서 303만3000명으로 기능원 및 관련 기능 종사자는 237만1000명에서 230만4000명으로, 장치·기계조작 및 조립 종사자는 318만2000명에서 316만5000명으로 줄었다. 지난 4개월 사이 서비스 분야에서 5만7000명이, 판매에서 2만8000명이, 기능원 및 관련 기능에서 6만7000명, 장치·기계조작 및 조립에서 1만7000명이 일자리를 잃었다는 얘기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으로 농림어업 숙련 종사자와 단순노무 종사자들이 직업을 잃은 경우가 많았다. 농림어업 숙련 종사자의 경우 지난해 11월 126만8000명이었던 취업자 수가 올해 3월 111만8000명으로 15만명이나 줄었다. 단순노무 종사자도 369만명에서 348만7000명으로 20만명 넘게 급감했다. 

     

    그동안 파이터치연구원은 "올해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자리 47만개가 줄어들 것"이라는 주장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이번 분석 결과가 이를 확인해주는 주요 증거라는 게 파이터치연구원의 설명이다.

     

    파이터치연구원 라정주 산업조직연구실장은 "최근 고용이 위축된 이유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여파가 아니라 조선과 자동차의 구조조정 등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다"며 "조선과 자동차의 종사자는 직업별 취업자 중 기능원 및 관련 기능종사자, 장치·기계조작 및 조립종사자에 해당되는 데 이들의 고용감소는 지난해 11월 대비 올해 3월 각각 6만7000명, 1만7000명이다. 그러나 단순노무 종사자의 경우는 20만3000명이 줄었다. 고용노동부에서 발표하는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에 따르면, 직업별 취업자 중 임금이 가장 낮은 근로자는 단순노무 종사자이다. 이들의 대부분이 최저임금 대상자이다. 따라서 최근의 고용감소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여파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은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앞서 파이터치연구원은 지난달 27일 '최저임금 인상이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란 연구보고서를 내놓으며 '반복적 단순노무 노동자와 비반복적 육체 노동자가 각각 28만9000명, 31만2000명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비반복적 인지 노동자와 반복적 비단순노무 노동자는 각각 3만7000명, 9만5000명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비반복적 인지 노동자는 기업 CEO(최고책임자), 정부기관 부서장, 연구·전력공급·영업부서·여행업체 관리자, 생명과학 연구원, 응용소프트웨어 개발자, 데이터베이스 개발자, 환경공학 기술자, 항공기 조종사, 도시계획 설계가, 의사, 물리 치료사, 사회복지사, 교수, 컴퓨터 강사, 판사, 검사, 금융상품 개발 전문가, 방송작가, 디자이너, 배우, 화가 등 국제표준직업분류상 전문가와 관리자 등을 말한다.

     

    아파트 경비원과 낙농업자, 벌목원, 어패류 양식원, 정육원, 도축원, 재단사, 가죽의복 제조원, 간판 제작 설치원, 용접원, 주조원, 자동차정비원, 공업기계설치원, PC 수리원, 철근절단공, 도배공, 인터넷 서비스 설치원, 배관공, 방역원, 영차 기관사, 택배원, 환경미화원, 재활용품 수거원, 주방보조원, 주유원, 가스점검원 등은 반복적 단순노무 노동자에 해당한다.

     

    반복적 비단순노무 노동자로는 경리사무원, 단순자료 입력원, 은행출납·보험청구·법무 사무원, 통계자료 집계원, 예약·발권 사무원 등이 있다.

     

    커피숍 종업원, 헤어디자이너, 간병인, 승무원, 관광안내원, 음식점 종업원, 자동차 영업사원, 백화점 판매원, 매장 캐셔, 휴대전화 판매원, 텔레마케터, 경찰관, 소방관, 보안요원 등은 비반복적 육체 노동자로 분류된다.

     

    라정주 실장은 "급격한 최저임금은 일자리에 긍정적인 효과 보다 부정적인 효과를 더 많이 불러일으킨다는 것이 확인됐다"며 "내년 최저임금 논의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 ⓒ파이터치연구원
    ▲ ⓒ파이터치연구원

     

    한편,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30일 최저임금위원회에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요청했다. 그런만큼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은 최저임금위원회의 자료 분석과 전문위원회의를 거쳐 근로자·사용자·공익위원의 합의로 오는 6월29일까지 결정된다.

     

    하지만 공익위원 인선이 늦어지면서 현재까지 최저임금위원회를 구성조차 못한 상황이다. 기존 최저임금위원회 위원 27명 가운데 25명의 임기가 지난 23일로 끝났다.

     

    최저임금위원회에는 근로자·사용자·공익위원이 각각 9명씩 들어온다. 사용자·근로자 위원은 노사 단체가, 공익위원은 고용부가 추천하고 고용부 장관이 제청한 뒤 대통령이 임명한다. 임기는 3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