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 등 해외에 진출해 법인을 둔 국내 증권사들이 한 부문에 초점을 맞춘 '특화 증권사'로는 분명한 한계를 보일 수 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현지에서 나오고 있다.
국내 시장과 마찬가지로 IB·리테일·트레이딩 등 각 영업부문별로 고른 성장과 수익성이 전제돼야 해외 시장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20일 금융투자업계 및 베트남 시장에 따르면 해외에 진출한 국내 증권사들이 수익원 발굴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시장 개척에 장애요소 극복과 물리적 시간이 필요하다.
현재 베트남을 기준으로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신한금융투자, KB증권 등이 잇따라 현지 시장에 진출한 상태다.
이 중 한국투자증권은 베트남 현지인과 교민들을 대상으로 리테일 영업에 주력 중으로, 법인 수익의 95%가 리테일 기반이다.
신한금융투자는 현지 기업과 글로벌IB 간의 대형 딜을 예의주시하며 IB 부문을 키우는데 주력하고 있다.
현지 증권사 M&A를 완료한 NH투자증권과 KB증권의 경우도 IB에 비중을 두고 조직을 셋팅하고 있다.
이들 역시 IPO 주관, 인수단 참여, 자기자본 투자 등 현지 상황과 적합 사업을 발굴하고, 타당성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외국계 증권사가 소수의 인원, 최소한의 자기자본으로 국내 시장에 진입해 활동 중인 현재 모습과 유사하다.
JP모건, 메릴린치,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크레디트스위스 등이 한국에서 IPO, M&A 자문을 맡거나 브로커리지 점유율을 높여가는 등 IB와 리테일, 트레이딩 부문에서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그러나 베트남에 진출한 국내 증권사들이 이들을 롤모델로 삼고 벤치마킹 하기에는 한계가 명확하다는 것이 현지 관계자들의 판단이다.
베트남에 법인으로 진출한 국내 증권사 관계자는 "베트남 현지에 등록돼 있는 증권사만 75개에 이르는 상황에서 법인이 명맥을 유지하고, 본사의 수익을 해서는 한 분야에 집중하는 전략으로는 시장 규모가 미미하다"며 "본사가 요구하는 ROE를 맞추기 위해서는 국내 영업과 마찬가지로 다수의 분야에서 수익을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베트남 증권업계가 상대적으로 불안정한 만큼 리스크는 분산시키고 기회 요소는 다양화 하는 전략도 필요하다.
실제 연초 이후 베트남 증시가 급락하면서 현지 고객은 물론 리테일 부문에서 손실이 컸고, 고객에게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가격 결정권인 수수료도 당국의 최저수수료 규제로 차별화에 한계가 있어 고객 유치에 한계를 갖고 있다.
대다수 국민들이 금융상품에 가입할 소득 자체가 없다는 점도 리테일 부문에서의 한계점으로 지적된다.
IB 사업 역시 현지 핵심 네트워크와 사업 진행에 대한 인프라 부분에서 많은 회사들이 고민을 안고 있다.
특히 현지 진출 한국 기업만을 대상으로는 영업망 확충에 한계가 있어 현지 및 외국계 기업들로부터 공신력을 쌓는 과정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공통된 현지 목소리다.
현지 업계 관계자는 "베트남에서 국영기업의 민영화 전환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지만 현지 증권사에 비해 문화나 인적 네트워크 부분에서 열세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며 "자본시장 역사가 짧을수록 증권사의 핵심 인프라인 인력과 IT 등에서 갈증이 크다"고 말했다.
이처럼 베트남 시장 내 특정 분야에 집중한 이후 사업에 한계를 체감한 국내 증권사들은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에 고심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각 법인들이 가진 강점을 기반으로 영업망을 확보한 이후 상대적으로 취약한 부문에 재투자하는 중장기적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베트남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한 만큼 기반을 다지는 과정도 필요하지만 단기적으로는 ROE를 높이기 위해 다방면의 분야에서 고루 성과를 내야 하는 임무도 안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