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委 "9월 재심의"… 환경단체 "이낙연 총리가 재상정 배경"
  • ▲ 흑산공항 위치도.ⓒ국토부
    ▲ 흑산공항 위치도.ⓒ국토부
    총리 관심 사업으로 눈도장 찍었던 사업들이 지지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목포~제주 해저터널사업은 제주 제2공항, 흑산공항은 환경단체 반대에 발목이 잡힌 상태다.

    해저터널은 제주도 협조가 필요해 장기화가 불가피한 가운데 우선 제4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에 반영될지가 관건이다. 흑산공항은 이르면 오는 9월 사업추진 여부가 결정될 전망으로,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해 눈길을 끈다.

    31일 환경부와 환경단체 등에 따르면 지난 20일 다도해 해상국립공원 흑산공항 건설 공원계획 변경안이 국립공원위원회(공원위)에 재상정됐으나 주요 쟁점에 대한 추가 확인과 논의가 필요해 결론을 미뤘다. 다음 회의는 오는 9월에 열릴 계획이다.

    흑산공항 건설은 2015년 12월 국토교통부가 환경부와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를 마쳤다고 밝히면서 본격화했다. 당시 환경부는 철새 습성에 맞춰 대체 서식지를 조성하는 등 공항 건설이 철새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요구했고, 국토부는 2016년 실시설계를 수립해 2017년 초 착공하겠다고 발표했다.

    흑산공항은 활주로 길이 1200m, 폭 30m의 국내 최초 소형 공항이다. 50인승 항공기가 운항할 수 있는 규모다.

    사업은 공원위가 2016년 11월 열린 심의에서 철새 등 조류 보호대책 등을 요구하며 결정을 보류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환경단체는 사업 백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종교·지역·환경단체로 이뤄진 한국환경회의는 지난 10일 기자회견에서 "흑산공항 건설은 설악산 케이블카처럼 앞선 정부에서 규제 완화를 빌미로 자연공원법을 고쳐 추진한 사업으로,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을 훼손하고 과도한 수요예측으로 예산 낭비만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공원위에 재상정돼 다시 추진하는 데 이낙연 국무총리 사업이라는 배경이 있는 건 아닌지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총리는 전남도지사 시절부터 흑산공항 추진을 수차례 확약해왔다. 지난 1월에는 광주 지역언론 합동인터뷰에서 "국토부는 물론 저도 '해야 한다'는 쪽이다. 좋은 결과가 나오도록 노력하겠다"고 사실상 재추진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환경회의는 "흑산공항 건설 시행사로 국내 최다 입찰담합 비리를 저지른 금호산업 컨소시엄이 선정돼 있다. 전남권 기업인 금호산업이 도지사 출신 총리 사업에 연관돼 있어 위험할 수 있는 관계를 우려한다"며 "혹여 공원위 상정에 총리실이 관여돼 있다면 본분을 망각한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흑산공항은 2013년 기획재정부 의뢰로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시행한 예비 타당성조사에서 비용대비 편익비율(B/C)이 4.38, 정책성과 지역균형발전 등에 관한 계층화 분석(AHP)값이 0.814로 나와 사업성을 인정받았다. B/C는 1.0, AHP는 0.5를 넘겨야 예타를 통과한다.

    공항이 건설되면 서울에서 흑산도까지 KTX, 버스, 여객선 등을 갈아타고 7시간 이상 걸리던 게 1시간대로 줄어든다. 국토부는 공항이 들어서면 관광수요가 늘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이바지할 것으로 본다.

    흑산도 주민으로 구성된 흑산도 국립공원 해제 추진위원회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국립공원 해제를 요구하는 글을 올렸다고 31일 밝혔다. 이들은 "국립공원 지정은 전두환 군부정권 시절 주민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이뤄져 주민들은 규제와 차별을 받아왔다"며 "철새 때문에 숙원사업인 흑산공항 건설이 좌초 위기에 처했다. 흑산도에는 철새만 사는 게 아니라 섬사람들도 산다"고 호소했다.
  • ▲ 폭설에 발 묶인 제주공항.ⓒ연합뉴스
    ▲ 폭설에 발 묶인 제주공항.ⓒ연합뉴스
    이 총리가 도지사 시절 건설을 공식 제안했던 목포~제주 해저터널 사업은 장기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사업추진을 위해선 제주도 협력이 절실한 가운데 제주 2공항 건설이 여전히 선결과제로 남아있어서다.

    목포~제주 해저터널 건설은 서울과 제주를 서울과 제주를 고속철도로 연결하는 사업이다. 이를 위해 목포~해남 66㎞ 구간에 지상으로 고속철도를 신설하고, 해남~보길도 28㎞ 구간에 교량, 보길도~제주 73㎞ 구간에 해저터널을 뚫자는 구상이다.

    총연장 167㎞에 이르는 고속철도를 건설하는 데 16년이 걸리고 총 16조80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사업비가 든다. 하지만 사업이 완료되면 고속철로 서울에서 제주까지 2시간28분이면 갈 수 있다.

    전남도는 자체 연구용역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으나 B/C가 0.8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기준치인 1.0을 밑돌지만, 전남도는 AHP값에 기대를 거는 눈치다. 평가 기준에 지역균형발전 등의 요소가 포함되기 때문이다.

    전남도 한 관계자는 "사업을 멈춘 것은 아니고 내년쯤 있을 것으로 보이는 제4차 국가철도망계획 수립에 반영하고자 국토부에 계속 건의하는 중"이라고 했다. 이어 "제주도에 가서 업무 담당자와 이야기를 나눴다. 먼저 2공항 건설에 진척이 있으면 해저터널 건설을 공동건의하는 등 힘을 모으기로 의견을 나눴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이 총리가 뒷배를 봐줄 가능성에 대해 "(개인적으로는) 관심을 두고 계실 수 있겠으나 (총리가 된 이후로) 따로 자료를 보내드린 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