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맥주는 '출고가' 기준, 수입맥주는 '수입원가' 기준으로 가격 책정 "종량세로의 전환, 맥주 세금체계 기준점 바로잡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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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련 사진. ⓒ뉴데일리DB
    가끔 시중 편의점이나 마트, 식당, 유흥업소 등에서 주류 1+1 행사를 진행할때가 있다. 현행법상 국산주류 할인판매는 금지 돼 있다고 알려져있는데 어떻게 이러한 행사가 가능한 것일까. 

    아리송한 주류 1+1 행사를 둘러싼 궁금증을 뉴데일리경제에서 짚어봤다.

    ◇ 주류 1+1은 불법일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불법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 그 기준은 제품의 '출고가'와 행사를 진행한 주체가 누구냐에 달려있다. 

    최근 한 GS25 편의점에서는 음료와 주류 1+1 행사를 진행했다. 행사 내용은 오로나민C 2개에 1000원, 펩시콜라 600ml 2개에 1800원, 에비앙 500ml 2개 1600원, 카스 1600ml 페트 2개 1만원 등이다.

    편의점 행사는 본사가 전점에서 일괄적으로 진행하는 경우와 편의점주가 홍보를 위해 자체적으로 마케팅을 하는 두 가지 경우가 있다. 확인 결과, 위 이벤트는 편의점주가 본사와 협의를 거친 뒤 자체적으로 진행하고 있었다.

    해당 이벤트 상품을 제조하는 업체와의 협업도 아니었고 편의점주가 자체적으로 할인 행사를 진행한 것이었다.

    카스 제조사인 오비맥주 측은 "가끔 편의점이나 식당 등에서 카스 할인행사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러나 카스는 공장에서 제조된 뒤 일괄 도매상을 거쳐 전국 소매점과 유흥채널 등으로 공급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장에서 도매상으로 제품을 공급할때는 정해진 출고가를 기본으로 판매하게 된다"며 "정해진 출고가 이하로 제품을 소비자에게 판매를 하게 되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 주류 출고가의 비밀 

    국산 주류 제품은 '출고가'를 바탕으로 제품 가격이 결정된다. 국산 맥주의 '출고가'는 제조원가에 주세((출고원가의 72%), 교육세(주세의 30%), 부가가치세(출고원가와 주세, 교육세를 합친 가격의 10%)가 붙는 구조이다.

    예를 들면 오비맥주 '카스' 1600ml 페트 제품의 출고가는 3794.71원이다. 이 제품이 도매상을 거쳐 마트와 편의점, 유흥채널 등으로 공급된다. 현재 마트에서는 4200원, 편의점에서는 6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엄밀히 따지면 위 편의점에서 진행하고 있는 '카스' 1600ml 2개에 1만원 행사는 1+1이 아닌 2000원 할인 행사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편의점에서 6000원에 판매하는 제품을 2개 구매시 2000원 할인해주는 방식인 것이다. 할인을 하더라도 제품 출고가나 마트 판매가격 보다는 높은 개당 5000원이 된다.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주가 일정 부분 자신의 마진을 줄이고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이같은 할인 정책을 펼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만약 제품을 출고가 이하로 할인 판매할 경우엔 시장 교란의 우려가 있어 문제의 소지가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법적으로 제재할 근거는 없다"고 밝혔다. 
  • ▲ 수입맥주 관련 사진. ⓒ롯데마트
    ▲ 수입맥주 관련 사진. ⓒ롯데마트
    ◇ 수입맥주 4캔에 1만원 할인행사는 어떻게 가능할까? 

    편의점을 중심으로 시작된 '수입맥주 4캔에 1만원' 할인 행사는 소위 '대박'을 쳤다. 1캔 당 3000~4000원인 수입맥주를 평균 2500원에 싸게 살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최근에는 마트와 일반 수퍼마켓에서도 이같은 행사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게 됐다.

    일부 편의점에서는 4캔에 5000원 짜리 수입맥주도 등장했다.

    이같은 인기에 힘입어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서는 수입맥주의 매출 비중이 50%를 넘어섰다. 관세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맥주 수입액은 2억6309만달러(약 2807억원)로 전년대비 45% 증가했다. 국내 맥주 시장은 그야말로 수입맥주 전성시대가 됐다.

    그렇다면 비싼 수입맥주는 어떻게 이러한 파격적인 할인이 가능한것일까.

    현재 시중 A편의점에서 진행하고 있는 '4캔에 1만원' 행사에 포함된 수입맥주 중 단가가 가장 높은 제품은 '파울라너'(500ml 캔)으로 개당 가격은 4800원이다. 이 제품을 4개 사려면 원래 가격은 1만9200원이지만 행사를 통해 약 48% 할인된 1만원에 살 수 있다. 거의 반값 수준이다. 

    오비맥주 '카스' 500ml 캔 제품이 편의점에서 개당 2700원에 판매되는 것과 비교하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비싼 수입맥주를 파격 할인된 가격에 훨씬 싸게 마실 수 있다고 느끼게 되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입장에서 비슷한 제품이라고 하더라도 수입 브랜드 2만원 짜리를 반값에 사는 것과 일반 브랜드 1만원 짜리를 제값 주고 사는 것을 똑같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파격 할인을 받아 비싼 제품을 싸게 잘 샀다는 심리적 요인이 수입맥주 4캔에 1만원 행사를 더욱 활성화 시킨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국산맥주는 할인을 할 수 없는게 아니라 각종 세금이 다 붙어있는 출고가 기준으로 제품 가격이 매겨지기 때문에 할인폭이 좁을 수 밖에 없다"며 "그러나 수입맥주는 수입 신고가를 기준으로 가격을 책정하기 때문에 파격 할인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수입맥주가 이같은 파격 할인을 할 수 있는 비밀은 '수입 신고가'에 있다.

    국산 맥주는 제조원가를 바탕으로 각종 세금이 붙는 것과 달리 수입 맥주는 제조를 해외에서 하다 보니 공장 출고가에 운임비 등을 더한 수입 신고가를 기준으로 세율을 부과한다.

    주류 업계 관계자는 "수입 맥주의 신고가는 수입업체가 직접 신고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정확한 원가를 알 수가 없는 구조"라며 "그렇기 때문에 얼마든지 파격 할인이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한 수입맥주의 수입원가가 한 캔 당 2000원이라고 가정해보자. 이 수입원가를 3000원이라고 부풀려 신고한 뒤 시중가격을 4000원으로 책정한다.

    이후 소비자들에게는 할인 행사를 펼쳐 4000원짜리 제품을 3000원에 판매하면 소비자들은 비싼 제품을 마치 싸게 산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고 수입업체 입장에서는 파격 할인을 하더라도 충분한 이윤을 남길 수 있는 구조인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입 원가가 정확하지 않기 때문에 실제 파격 할인인지조차 확인할 수 없다"며 "때문에 국산 맥주제조업체들이 수입맥주의 개당 판매 가격을 낮춰서 표기해달라고도 건의해봤지만 무산됐다"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 때문에 국산 맥주 제조업체들은 맥주의 과세 체계를 수입 맥주와 차별없이 바꿔달라고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내년도 세법개편안 심의에서 맥주 종량세 전환은 끝내 개정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국내 맥주 제조업체들은 '세금 역차별'을 바로 잡아야만 국산 맥주가 수입 맥주에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산 맥주 업계 관계자는 "맥주 세금 체계가 종량세로 바뀌면 수입맥주 4캔에 1만원 행사가 사라진다는 잘못된 정보가 퍼지면서 소비자들의 반대에 부딪혔다"며 "그러나 이는 잘못된 시각일 뿐 오히려 종량세로 바뀌게 되면 비싼 프리미엄 맥주를 지금보다 싼 가격에 마실 수 있고 이름 모를 저렴한 수입맥주는 가려낼 수 있는 기준이 생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