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지배구조 개편 기대감에 오르락 내리락현대차·SK 주요 계열사 '오너가 이슈'에 주목주식 투자시 '호재인지 악재인지' 셈법 따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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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의 건강, 그리고 사생활'
세간의 관심이 쏠리는 이슈 중 하나입니다. 단순히 '가십'(사적인 소문)거리로 삼는 국민들이 있는가 하면 주식을 하는 투자자들에게는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중요한 사안으로 꼽힙니다. 바로 주가를 요동치게 하는 주범이기 때문이죠.
최근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의 '건강 위독설'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정 명예회장의 건강 이상설은 한 증권가의 '지라시'로부터 촉발됐는데요. 내용이 일파만파 번지며 현대차 주요 계열사인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주가가 급등하기 시작했습니다.
얌전했던 두 기업의 주가는 왜 갑자기 요동쳤을까요? 회장님의 소식과 함께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기대감이 자리잡은 것입니다. 자, 여기서 건강 이상설과 지배구조 개편이 무슨 상관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수도 있습니다. 이는 재벌가의 '경영 승계' 부분과 맞닿아 있습니다.
재벌가는 통상 지분 정리를 통해 승계 구도를 결정하는데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2020년 이미 정 명예회장으로부터 경영권 승계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아직 정 회장이 보유한 현대모비스의 지분은 0.32%로 아주 미미합니다. 지분율을 정리해 지배력을 키워야 하는데 아직 정리가 안 된 상황인 셈이죠.
반면 정 명예회장은 현대모비스의 지분 7.24%를 가지고 있습니다. 건강 이상설에 주가가 움직인 건 만약의 유고 상황시 정 명예회장의 지분 향방이 지배구조 재편으로 이어지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죠. 여기서 또 한 가지 핵심은 현대모비스가 현대차의 최대주주라는 점입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기아·모비스·현대체절·현대글로비스 간 4개의 순환출자 고리를 가지고 있는데 낮은 대주주 지분율에도 오너 경영체제를 안정적으로 유지해올 수 있었던 겁니다.
최태원 SK회장의 '이혼 소송' 이슈도 또 하나의 예로 들 수 있겠습니다. 최근 SK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주가는 최 회장의 이혼 법원 판결에 따라 주가가 엇갈렸는데요. 법원이 최 회장에게 재산 분할로 1조3808억원, 위자료로 20억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기 때문입니다.
이대로 대법원의 판결이 확정된다면 최 회장은 현금 마련을 위해 주식을 넘기거나 처분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SK그룹의 지주회사인 SK의 지배구조에도 변화가 생기겠죠. 자 그럼 SK 주요 지배구조를 살펴봅시다.
SK는 계열사 지분들을 보유한 그룹 전체의 주인 격입니다.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스퀘어 등 많은 상장사들을 포함해 많은 비상장 기업까지 끌어안고 있죠. 이런 막강한 지배력을 가진 SK의 최대주주가 최 회장(17.73%)입니다.
만약 1조3808억원의 재산분할을 위해 지분을 넘기거나 매각하면 최대주주가 달라질 수 있는 것이죠. 최 회장이 현재 보유한 지분을 현재 시세인 15만원선에서 가정한다면 2조원가량의 주식이 넘어가는 것입니다.
그만큼 지분구조는 경영 승계·기업 가치 재편으로 이어져 투자자들이 가장 유심히 봐야할 대목 중 하나입니다. 특히 주식 초보인 '주린이'들에게는 더 그러합니다. 실제 주식을 정성(?)들여 하는 투자 전문가들은 바로 이런 지배구조 셈법을 따져가며 나에게 '호재'인지 '악재'인지를 구분하는 것입니다.
이제 막 주식에 발을 들인 주린이 분들도 더 깊이 있고 재밌는 주식을 위해 기업들의 지배구조를 뜯어보는 맛을 키워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