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는 균형 맞췄지만, SR측 대표는 코레일 출신국토부 연구용역도 공정성 흔들… 연구책임자가 통합찬성론자
  • ▲ KTX산천-SRT.ⓒ연합뉴스·SR
    ▲ KTX산천-SRT.ⓒ연합뉴스·SR

    국토교통부가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에스알(SR)의 통합 여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철도산업 구조평가 협의회'(이하 평가협의회)를 구성한 가운데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논의가 이뤄질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 공정성 논란이 예상된다.


    국토부는 코레일과 SR 통합과 관련한 연구용역을 공정하게 진행하고 이해관계자와 국민 의견을 수렴하고자 23일 평가협의회를 구성했다고 밝혔다.

    평가협의회는 철도산업 구조 평가기준을 마련하고 대안을 검토하는 것은 물론 연구용역 추진 과정에서 공정하고 객관적인 의견을 연구진에 개진하는 역할을 맡는다.

    국토부 황성규 철도국장은 "평가협의회 구성으로 연구용역이 공정하게 추진될 기반이 마련됐다"며 "중요한 사안인 만큼 연구가 치우침 없이 객관적으로 추진될 수 있게 힘쓰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평가협의회 구성이 이미 통합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평가협의회는 총 12명으로 짜졌다. 코레일과 SR, 한국철도시설공단 3개 철도기관의 노사 각 1명과 철도전문가 4명, 시민대표 2명 등이 포함됐다. 국토부는 기관별 노사 대표는 각 기관이 명단을 제출했고 철도전문가는 연구진이 철도구조개혁과 관련한 언론기고 등을 살펴 균형 있게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시민대표도 연구진이 소비자단체와 국토부가 운영하는 철도서비스 시민평가단에서 추천받아 선정했다.

    한 철도전문가는 "전문가 구성은 한쪽으로 치우치진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문제는 철도기관 대표의 구성이다. 겉으로는 철도 관련 기관의 노사 대표가 같은 수로 안배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SR은 최근 통합에 반대했던 이승호 전 사장이 임기를 못 채우고 물러난 데 이어 신임 사장으로 권태명 전 코레일 광역철도본부장이 취임했다. 노조에서 여전히 반대 의견을 내더라도 사측 대표는 입장이 다를 수 있다. 특히 사측 대표인 최덕율 SR 신임 영업본부장은 코레일 물류본부장 출신이다.

    철도공단도 '철도청' 출신인 김상균 이사장이 온 이후 친코레일 성향을 보인다는 의견이 적잖다. SR이 선로사용료를 더 내고 있음에도 철도 관련 이슈 때마다 오영식 코레일 사장과 의기투합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철도업계 일각에선 코레일과 철도공단이 SR을 왕따 놓는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익명을 요구한 철도업계 한 관계자는 "철도공단 사측 대표로 참여하는 신동혁 기획조정실장은 SR 출범에 일정 부분 관여했던 인물로 안다"면서 "그러나 (정부 눈치를 봐야 하는 공단 처지에서) 대놓고 반대 목소리를 내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설상가상 국토부가 발주한 '철도 공공성 강화를 위한 철도산업 구조 평가' 연구용역을 수행하는 연구진도 공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연구책임자인 김태승 인하대 물류전문대학원장은 철도 경쟁체제를 강하게 반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의 연구용역 공고 이후 사임하긴 했으나 직전까지 코레일 철도발전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것으로 드러났다. 2014년엔 철도경쟁체제 도입을 반대하는 민주당과 통합진보당 추천으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산하 철도산업발전소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했다.

    한편 철도산업 구조평가 연구용역은 오는 12월19일까지 수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