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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경영평가를 잘 받아 성과급을 더 받으려고 고객만족도 조사를 조작한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지난해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철퇴를 맞았다. 수서발 고속철도(SRT)를 운영하는 ㈜에스알(SR)도 공기업이 된후 처음으로 받은 경영평가에서 '미흡'(D)을 받았다. 철도 공공기관중에선 한국철도시설공단만 '우수'(A) 등급을 받았다.
전체 129개 공기업·준정부기관 평가에서 기관장 24명이 무더기 '경고' 처분을 받았다. 최하위 등급인 '아주미흡'(E) 평가를 받은 준정부기관 우체국물류지원단은 기관장 해임 건의 대상이었으나 이사장이 이미 해임된 상태다.
기획재정부는 19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주재로 제6차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고 지난해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결과를 심의·의결했다. 올해 평가는 중국발 코로나19(우한폐렴) 영향으로 기관 실사평가가 비대면 화상회의로 이뤄졌다.
기재부는 올해 평가는 안전과 일자리 등 사회적 가치와 고객만족도 조사 조작 등 윤리경영 분야를 엄격히 평가했다고 밝혔다.
129개 공기업·준정부기관에 대한 경영평가 결과 A등급 21개(16.3%), '양호'(B) 51개(39.5%), '보통'(C) 40개(31.0%), '미흡 이하'(D·E) 17개(13.2%)로 나타났다. 최우수 등급인 '탁월'(S)은 올해 단 1곳도 없었다. 2년 연속 S등급 기관이 나오지 않았다. A등급은 공기업(55.6%), D등급은 강소형 기관(16.3%) 비율이 높았다.
A등급은 공기업 중에선 △한국감정원 △한국남동발전 △한국도로공사 △한국조폐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받았다. 준정부기관에선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건강보험공단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예금보험공사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한국관광공사 △한국국제협력단 △한국에너지공단 △한국주택금융공사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이름을 올렸다.
'낙제점'에 해당하는 D등급은 공기업 중에선 △대한석탄공사 △SR △코레일이 포함됐다. 고속철 운영기관 2곳이 나란히 포함됐다. 준정부기관에선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한국산업단지공단 △한국산업인력공단 △한국승강기안전공단 △한국시설안전공단 △한국전력거래소가 낙제점을 받았다.
특히 지난해 집배원 과로사 논란과 우체국 소포의 불법 위·수탁 계약은 물론 김병수 이사장의 폭언과 상갓집 관용차 사용 등으로 논란에 휩싸였던 우체국물류지원단은 공공기관 통틀어 유일하게 E등급을 받았다. 우체국물류지원단은 기관장 해임 건의 요건에 해당했으나 김 이사장이 이미 해임된 상태여서 해임 건의가 이뤄지진 않았다. -
62개 기관 상임감사에 대한 평가에선 A등급 11개(17.7%), B등급 29개(46.8%), C등급 16개(25.8%), D등급 6개(9.7%)로 분류됐다.
공기업 중에선 △그랜드코리아레저 △한국남부발전 △한국동서발전 △한국수자원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 △LH △한전KDN 등 7개 기관, 준정부기관에선 △국민체육진흥공단 △기술보증기금 △신용보증기금 △한국전기안전공사 등 4개 기관이 A등급을 받았다.
D등급은 공기업 중에선 △SR △한국전력기술 2개 기관, 준정부기관에선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한국국토정보공사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한국장학재단 등 4개 기관이 받았다. SR은 기타 공공기관에서 공기업으로 공공성이 강화된 이후 첫 평가에서 경영실적·감사 모두 낙제점을 받았다. -
올해는 실적 부진으로 D등급 이하를 받은 17개 기관의 재임 기간이 6개월 이상 남은 기관장 15명이 경고 조처됐다. 고객만족도 조사를 조작해 물의를 일으킨 코레일은 실적 부진에 따른 기관장 경고에 이어 2중으로 경고 조치를 받았다. 기재부는 개선계획을 제출하도록 하는 한편 고객만족도 조사 조작 관련자를 인사 조처하도록 요구했다. 국토교통부 차관 출신인 손병석 사장은 경영실적뿐만 아니라 윤리경영과 리더십에 생채기가 났다.
석탄공사와 한국해양수산연수원 등 중대 재해가 발생한 11개 기관의 임기가 반년 이상 남은 기관장 9명도 경고 조치됐다. 감사평가에서 D등급을 받은 6개 기관 중 장학재단 감사도 옐로카드를 받았다. 낙제점을 받은 28개 기관의 기관장 24명이 무더기 경고를 받은 것이다.
기재부는 이번 평가결과를 내년도 공공기관 경상경비 등 예산 편성에 반영할 방침이다. 성과급도 차등 지급한다.
재정당국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고통 분담 차원에서 모든 임원이 성과급의 10% 이상, 금융형 기관은 15% 이상을 자율 반납하도록 권고했다. 직원에 대해서도 단체협약을 거쳐 최소한 성과급의 일부를 지역사랑상품권이나 온누리상품권 등으로 지급하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