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노조, 동일 업무에 비용 2중 지출… 국민 혈세 낭비 지적SR "구체적 내용 확인 어려워"… 국토부도 "객관적인 수치 아냐"철도전문가 "선로사용료 등 따지면 경쟁 따른 편익이 더 커"
  • ▲ KTX산천-SRT.ⓒ연합뉴스·SR
    ▲ KTX산천-SRT.ⓒ연합뉴스·SR
    내년 3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에스알(SR) 통합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 오른 가운데 고속철 분리운영에 따른 중복비용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철도노조는 중복 투입되는 인력 등으로 말미암아 연간 560억원 이상의 혈세가 낭비된다고 주장한다. 반면 SR은 경쟁에 따른 편익이 더욱 크다는 견해다. 일각에선 철도노조가 구체적인 내용 없이 중복비용을 뻥튀기하고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10일 철도업계에 따르면 철도노조가 주장하는 코레일-SR 통합론 중 고속철도 분리운영에 따른 국민 혈세 낭비가 쟁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철도노조는 같은 종류의 업무에 이중으로 투입되는 인력 등을 고려할 때 연간 566억원쯤의 중복비용이 발생하고 이는 곧 국민 세금 낭비로 이어진다는 태도다. 인터넷 아이디(ID) 홍**은 "SRT와 KTX가 나뉘어서 매년 발생하는 중복비용이 500억원 정도로 국민 세금이 낭비되고 있다"며 "SRT가 얼마나 국민의 세금을 빼앗고 있는지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런 내용이 포함된 코레일-SR 통합 관련 국민청원도 진행 중이다. 이 청원에는 현재 13만2000여명이 참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일각에선 차량 정비를 비롯해 SR의 자력갱생을 막는 법적·제도적 정비가 미흡한 상황에서 중복비용 발생만을 도드라지게 강조하는 것은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가령 SR이 코레일의 비싼 위탁정비 비용 등을 고려할 때, SRT가 정비차량의 90%를 차지하는 광주차량기지를 국가로부터 넘겨받아 직접 운영하고 싶어도, 국유재산법 등의 정비가 미흡해 코레일과 같은 국유재산의 무상사용이나 현물출자 등의 혜택을 볼 수 없는 상황에서 차량정비 등을 코레일이 공짜로 해주는 것처럼 비쳐선 안 된다는 것이다.

    철도노조가 주장하는 중복비용의 근거도 미약하다는 지적이다. 철도노조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상혁 의원이 제기한 중복비용 문제를 인용한다. 당시 박 의원은 국토교통부가 코레일-SR 통합 논의를 위해 인하대 산학협력단에 의뢰한 '철도 공공성 강화를 위한 철도산업 구조 평가' 연구용역을 근거로 제시했다. 하지만 이 연구용역은 연구진의 전문성 부족과 코레일에 유리한 설문조사 등이 문제로 지적되면서 공정성 시비가 끊이지 않다가 2018년 말 강릉선 KTX 탈선 등 철도 사고가 잇따르면서 용역이 중단됐다. 인용된 연구용역 중간보고서 자체가 불완전한 상태라는 얘기다. 국토부도 지난 6월 말 내놓은 해명자료에서 "고속철 분리 운영에 따른 중복비용 559억원에 대해선 검토가 완료되지 않은 수치로, 객관적인 수치로 보기 어렵다"면서 "코레일-SR 통합 문제는 분리운영에 따른 중복비용 외에도 경쟁으로 인한 유·무형의 사회적 편익 등 다양한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 ▲ 고속철(KTX) 정비 모습.ⓒ뉴데일리DB
    ▲ 고속철(KTX) 정비 모습.ⓒ뉴데일리DB
    중복비용을 산출한 내역도 구체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 연구용역에선 SR 본사인력 260명에 대한 인건비 180억원과 감가상각비 64억원, 사옥임대료 등 지급수수료 59억원 등을 중복비용으로 계산했다. 이에 대해 SR 측은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할 수 없는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반박한다. 연구용역대로라면 SR 본사 직원 260명은 구조조정 대상으로 일자리를 잃을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는 데다, 사옥임대료의 경우도 각 지역본부를 운영하고 있는 코레일이 관리사무실도 없이 수서지역의 철도업무를 맡아볼 수 있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특히 철도 전문가들은 SRT 운영에 따른 경쟁의 편익이 중복비용 발생보다 크다고 말한다. SRT가 2017년 이후 국가에 낸 선로사용료는 총 1조1421억원쯤이다. 철도건설이나 유지·보수에 재투자되는 선로사용료는 매출액을 기준으로 각 운영사가 일정 비율을 낸다. 코레일은 매출액의 34%, SR은 50%를 내고 있다. SRT가 KTX보다 4년간 3665억원을 더 많이 부담했다는 얘기다. 철도노조가 주장하는 중복비용을 566억원으로 가정했을 때 4년간 발생한 중복비용 2264억원보다 SRT 운영에 따른 경제적 편익이 1391억원 더 많은 셈이다. 이를 SRT 면허기간인 30년으로 계산하면 10조2000억원에 달한다. KTX보다 3조3000억원을 선로사용료로 더 내는 셈이다. 정부로선 그만큼 철도산업에 재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커진다는 얘기다. 돌려 말하면 국가철도공단이 선로사용료로 시설투자비를 회수하지 못해 국민 혈세로 메워야 하는 구멍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말도 된다.

    SRT가 KTX보다 거리당 요금이 낮은 데서 오는 국민의 교통비 절감 효과를 따지면 경쟁에 따른 편익은 더 확대된다. SR은 KTX 기준운임과 할인율을 고려했을 때 지난 4년간 SRT 운행에 따른 고속철도의 교통비 절감효과가 4221억원쯤이라고 자체 추산한다. 경부선을 기준으로 KTX보다 17㎞쯤 짧은 운행거리를 보정해도 운임할인 효과가 2921억원쯤이라고 주장한다. 한 철도전문가는 "(SR이 주장하는) 교통비 절감 효과는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면서 "다만 선로사용료 등에 대한 경제적 편익은 SRT가 KTX보다 훨씬 많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