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역전폭 0.75%p…저물가, 고용사정 발목 잡아이주열 총재 "내외금리차 더 경계심 갖고 예의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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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이 정책금리를 0.25%포인트 또 인상하면서 한국은행은 고민이 더욱 깊어졌다.

    미국처럼 경제 성장 자신감이 넘친다면 당장 금리를 올리겠지만, 녹록지 않은 국내 경기지표 탓에 금리 인상 압박만 커지는 셈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2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2.00~2.25%로 인상했다.

    미 금리 인상으로 한미 간 금리 상단이 최대 0.75%포인트까지 확대됐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1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뒤 10개월째 연 1.50%를 유지하고 있다.

    금리 역전폭이 0.75%포인트로 확대된 것은 지난 2007년 이후 11년 2개월 만이다. 역대 최대 역전폭은 지난 2000년 5월부터 10월까지 1.50%포인트다.

    미 연준은 오는 12월 추가 금리 인상 전망도 종전대로 유지했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계속 동결한다면 연말께 금리차가 1%포인트를 넘어설 수 있다.

    올해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가 하반기 10월과 11월 두 차례 남은 가운데 시장에서는 우선 10월 금통위를 주목한다.

    이일형 금통위원이 7월과 8월 금통위에서 인상 소수의견을 주장했고, 8월 금통위 의사록에서도 금융안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이전보다 통화긴축 선호 성향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은행의 고민이 깊어지는 것은 국내 경기상황이 긍정적인 흐름을 보이지 않고 있어서다. 특히 저물가와 고용 부진, 소득 양극화 등이 발목을 잡는다.

    이에 내달 기준금리와 함께 발표하는 수정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2.9%)를 하향 조정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인 2.9%보다 낮아지는 것이다. 취업자 증가수(18만명)도 낮춰잡을 가능성이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당초보다 0.3% 포인트 내린 2.7%로 전망했다. LG경제연구원은 올해 성장률을 2.5%로 낮췄다. 
  •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오전 서울 중구 본점 출근길에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한국은행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오전 서울 중구 본점 출근길에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한국은행
    이날 이주열 총재는 미 연준의 금리 인상 결정 후 기자들과 만나 "미 연준의 결과가 이미 예견된 상황이고 향후 경로도 시장 전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므로 국내 금융·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거시경제 상황, 미국 금융불균형의 축적 가능성 등을 감안할 때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줄여간다고 했지만, 실제로 그러지 못한 것은 대내외 변수가 받쳐주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대외적으론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됐고, 대내적으론 물가와 고용이 좀 미흡했다"고 설명했다. 

    과거 인사청문회 당시 한미 금리차가 1%포인트까지 벌어지면 부담스럽다고 발언한 부분에 대해서는 "1%포인트라고 찍어 말하기는 어렵지만, 미국이 계속 금리를 올리는 만큼 내외금리차에 더 경계심을 갖고 자금흐름 추이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금리 결정에 대한 고민도 드러냈다. 그는 "당초 예상보다 금리정책을 취하는 여건이 점점 어려워지는 것이 사실"이라며 "다음 금통위 회의가 3주 남았고, 그 사이에 봐야 할 변수가 많은 만큼 정책방향을 신중히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로서 금리 역전으로 발생할 수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외국인 자본유출이다. 금리차가 벌어질수록 자금이 빠져나갈 가능성은 커지는데, 한국은행이 주장하는 대로 당장 영향을 미치진 않더라도 역전 현상이 지속될 경우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한국은행은 금리 역전폭이 확대된 가운데 미 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 움직임에 대한 모니터링을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아울러 주요국 무역분쟁, 신흥국 금융불안 등 대외 리스크의 전개 양상을 면밀히 점검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