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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매일 똑같은 풍경, 갑갑한 사무실을 벗어나 훌쩍 떠나는 상상. 세달도 더 남은 여행 계획을 짜며 느끼는 설렘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때로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떠나게 되는 여행. 직장인들이 사무실 안에서 "수없이 상상한(수상한)" 여행을 떠납니다. 상상만 해왔던, 하지만 얼마든지 실제로도 가능한 '수상한 르포'가 시작됩니다.
라면의 진가는 '야외'에서 시작된다. 여름엔 계곡에서 신나게 놀다 으슬으슬 추워질 때면 라면을 하나 끓여 먹으면 딱이다. 낚시를 가면 잡은 고기를 넣어 라면을 끓이면 그야말로 최고의 '매운탕'이 되고, 캠핑의 마무리는 뭐니뭐니 해도 간이 냄비에 끓인 라면이다. 특히 추운 겨울, 뜨끈하면서도 간편하게 한 끼를 때우기에는 라면보다 좋은 게 없다. 요리하기 귀찮은 주말, 라면 하나 끓여먹으면 간편하긴 하지만 무언가 부족하다. 집 안 TV 앞에서 먹는 라면은 어딘가 처량한 느낌이 든다. 그럴 때는 과감하게 떠나자. 라면 하나 먹기 위해 누가 강원도까지 가냐고 한다면 우문이다. 라면을 맛있게 먹기 위한 여정이다.
올해 초 평창동계올림픽이 열리며 주목받은 강원도 평창. 지난해 경강선이 뚫리면서 KTX가 평창까지 편안히 모셔다준다. 자가용으로 가면 서울에서 대략 3시간 이내면 도착할 수 있다. 이중에서도 대관령IC 부근으로 들어가면 올림픽의 여운이 그대로 남아있다. 지난 17일 대관령을 찾았다. 올림픽 당시 지어놓은 기념 시설들이 반긴다. 대관령에는 '목장'이 많다. 저 멀리로는 작게 풍력발전기, 이른바 '풍차'가 보인다.
서울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들이 끊임없이 펼쳐진다. 근처 목장 두개를 지나쳐 가장 깊게 들어가다보면 푯말이 하나 보인다. "여기서부터 자연입니다." 해발 1400m까지 이르는 600여만평 대관령 삼양목장의 시작이다. 강원도 평창군 도암면 횡계2리 산1-107번지 외 60필지에 위치한 삼양목장은 1972년에 대관령 일대 초지를 개간하기 시작, 1985년 현재의 모습이 완성됐다.
삼양식품은 1963년 국내 최초로 라면을 개발한 회사다. 먹을거리가 부족하던 시절,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한 것이다. 1970년대 국가 경제가 급성장하자, 당시 문제로 지적됐던 단백질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선다. 삼양식품은 쇠고기와 우유를 생산하는 대단위 목장을 건립한다. 이곳이 바로 삼양목장이다. 서울 여의도의 7.5배, 남한 전체의 1/5000 규모다. 대관령 삼양목장은 삼양식품의 원료공급원 역할을 한다. 무공해, 무농약 목초를 먹고 자란 소는 삼양식품의 라면 제품 스프 원료로 제공된다. 이곳에서 만난 젖소에서 짜낸 최상급 품질의 원유는 우유 및 우유 제품의 원료가 된다.
매표소에서 표를 구매하면, 셔틀버스를 탈 수 있다. 셔틀버스를 타러 가면서 작은 판매부스가 보여 호기심에 기웃거렸다. 무언가를 사는 사람들로 부스 앞이 북적거렸다. 뒤쪽으로 삼양라면 박스가 빼곡히 쌓여있었다. 이곳에서 삼양라면(오리지널, 매운맛) 한 박스를 1만원에 살 수 있다. 정상가 대비 40% 가까이 할인된 가격이다. 이곳에서만 판매되는 '밀크만주'와 삼양식품 베스트셀러 박스 제품도 판매되고 있었다. 셔틀버스 출발 시각이 가까워졌기 때문에 내려오면서 사자고 마음 먹고 일단 발길을 돌렸다.
셔틀버스는 삼양목장 '동해전망대'까지 한번에 이동한다. 차창 밖으로 목장의 전경이 쉴 새 없이 펼쳐졌다. 넓은 초지가 펼쳐졌고, 곧 양떼가 나타났다. 신기할 틈도 없이 버스는 더 위쪽으로 이동, 소들이 몰려 있는 들판을 지나쳤다. 손바닥만했던 풍력발전기가 점점 커졌고, 드넓은 목장의 풍경은 계속 바뀌고 있었다. 곳곳에서 평화로운 한 때를 보내고 있는 양들의 모습은 이곳이 정말 한국인지 의심스럽게 했다. -
20분쯤 갔을까. 사실 매우 짧게 느껴진 시간이 지나자 셔틀버스가 정차했다. 해발 1140m에 발을 디뎠다. 공기가 다르게 느껴졌다. 작았던 풍력발전기는 거대한 괴물이 돼 있었다. 위를 올려다보자 까마득히 먼 하늘에서 풍력발전기 날개가 멈춘 듯 조금씩 움직이고 있었다. 대관령지역의 평균 풍속은 초속 7.9m이다. 대관령의 거센바람을 이용한 풍력발전기는 국내 최대규모로 총 53기가 세워져 있다. 총 발전량은 100mh로 소양감댐의 50%rbah 강릉시 전체 가구의 60%인 5만가구에 전기를 공급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날씨가 좋으면 동해 바다까지도 볼 수 있다.
목장을 내려갈 때는 목책로를 이용해 걸어도 되고, 셔틀버스를 타도 좋다. 구간마다 셔틀버스가 정차하기 때문에 원하는 곳에서 내리거나 탈 수 있다. 안내 책자를 보니 총 80분 코스. 서울을 벗어난 기념으로, 라면을 더 맛있게 먹기 위해 걷기로 결정했다. 목책로를 따라 걷다보니 양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가족들과 함께 이곳을 찾은 아이들은 울타리에 매달려 양을 신기한듯 구경하고 있었다. 좋은 공기를 마시고 양과 대화도 나누다보면 '연애소설 나무'가 나타난다. 이곳은 다수 영화와 드라마 등의 촬영지로 사용됐다. 아무데서나 찍어도 화보같은 배경이 계속해서 나타났다.
반쯤 내려왔더니 이번에는 소들이 반겼다. 텔레비전에서 봤던 작은 축사가 아닌 드넓은 목초지를 누비는 소들은 마치 누가 그려놓은 것처럼 '자연' 같았다. 이곳에서는 현재 젖소 800두, 면양 260마리, 타조 8마리를 사육하고 있으며, 연간 900톤의우유를 생산하고 있다. 특히 삼양목장은 유기농 목초와 자연방목으로 사육 과정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최소화하여 건강하게 젖소가 자랄 수 있는 환경을 갖춘 동물복지의 요람이다.
소들을 지나쳐 더 내려오면 원래는 '양몰이 공연'이 펼쳐지는 공연장이 나온다. 하지만 현재는 양몰이 공연이 중단된 시기다. 아쉬움을 달래며 광장까지 터덜터덜 걸었다. 1시간이 넘도록 걸었다는 것은 그제서야 실감이 났다. 땀이 조금씩 나고 있었지만 날이 추웠고, 배가 고파왔다. 라면 냄새가 감도는 삼양마트로 향했다. 현재 삼양식품에서 나오는 모든종류의 라면 및 스낵류를 판매하고 있으며 대표상품은 오리지널 삼양라면이다. 높은 할인율 및 신선한 맛으로 구매율이 상당히 높다.
음식 조리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컵라면만 이곳에서 먹을 수 있다. 이곳에서는 삼양식품의 다양한 라면 제품을 모두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기호에 맞게 선택하면 된다. 삼양라면 매운맛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붓자 괜시리 기분이 좋아졌다. 삼양라면을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을 충실히 실천한 후여서 뿌듯함까지 밀려왔다. -
라면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삼양라면이 이런 맛이었던가. 하는 생각이 밀려왔다. 언젠가, 어디선가 먹었던 삼양라면과는 비교 불가의 맛이었다. 대관령 삼양목장의 공기와 만나 다른 맛이라도 내는 걸까. 완전히 다른 맛의 라면이었다. 이곳에서 만난 젖소가 주는 기념품인 삼양목장 유기농우유와 소프트 아이스크림까지 디저트로 해치우고 밀크만주 한 박스, 라면 한 박스를 들고서야 삼양목장을 떠날 수 있었다.
이곳 소프트아이스크림은 삼양목장에서 나온 건강한 유기농우유가 90%이상 함유된 부드러운 프리미엄 소프트 아이스크림이다. 동글동글 귀여운 모양으로 SNS 인증 필수 아이템이 되기도 했다. 유기초지인증, 유기축산인증을 획득하고 청정목장에서 유기농목초와 사료를 먹고 자연방목으로 자라난 건강한 젖소에서 생산된 우유인 유기농우유도 필수적으로 먹어봐야 한다. 이곳은 젖소가 사육과정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넓고 위생적인 우사와 방목지를 제공한다. 우유의 맛과 영양은 지키고 유해세균만 제거하는 유럽식 저온살균법인 파스퇴라이제이션 공법으로 대관령 유기농 우유만의 건강한 고소함을 느낄 수 있다.
고 전중윤 삼양식품 명예회장은 삼양목장에 대해 "식품회사를 하면서 목장 운영하는 회사가 삼양식품말고 어디 있어요. 다시 말하면 하지 않아도 될 목장을 해야겠다고 결심했을 때는 이유가 있었다는 얘기야. 내가 라면에 어떤 정신을 심고 있었는가 하는 것은 대관령 목장을 보면 알 수 있을거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삼양식품이 소고기라면을 시작한 동기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잘 먹이자'는 의미다. 고 전 명예회장은 "그래서 소를 직접 길러야겠다. 직접 키워 건강한 소고기를 듬뿍 넣자하고 시작한게 목장 사업의 계기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