램시마·트룩시마·허쥬마 美 FDA 허가 성공… 14조 규모 '메이저 리그'에 돌입낮은 가격 할인율, 오리지널사 견제 등 유럽에 비해 어려운 환경 돌파가 관건
  • ▲ 셀트리온 CI ⓒ셀트리온
    ▲ 셀트리온 CI ⓒ셀트리온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 3종이 모두 본격적인 미국 진출을 앞두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셀트리온의 항암 항체 바이오시밀러 '허쥬마'가 미국 허가를 받으면서, 셀트리온의 3개 바이오시밀러 제품이 모두 미국 허가 승인에 성공했다.

    앞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램시마'는 지난해 4월에, 혈액암 치료제 바이오시밀러 '트룩시마'는 지난달 29일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바 있다.

    이로써 셀트리온은 제약 산업의 메이저 리그 미국에서 14조원 규모의 '빅 게임'에 돌입하게 됐다. 지난해 램시마, 허쥬마, 트룩시마의 오리지널 제품인 레미케이드, 허셉틴, 리툭산의 글로벌 매출은 약 24조원 규모였다. 이 중 미국 매출은 약 14조원에 이른다.

    셀트리온은 유럽 출시 이후 일부 국가에서는 오리지널 시장의 절반 정도를 장악할 만큼 공세를 보여온 만큼, 미국 시장 진출에도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램시마는 올해 유럽 시장점유율 54%를 기록했으며, 지난해 4월 출시된 트룩시마는 시장점유율 32%를 기록했다. 지난 5월 출시한 허쥬마도 프랑스 등에서 입찰 수주에 성공하며 빠르게 시장을 선점해나가고 있다.

    그러나 미국 시장의 바이오시밀러 진출이 유럽만큼 순항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퀀타일즈IMS연구소(Quintiles IMS)에 따르면, 바이오시밀러의 지역 점유율은 유럽이 87%, 미국은 3% 수준에 불과하다. 유럽에 비해 미국에서의 바이오시밀러 제품의 시장 점유율 확장이 더딜 수 있는 이유다.

    가격 경쟁도 유럽에 비해 미국에서 더욱 치열하게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 유럽은 바이오시밀러 출시와 동시에 오리지날 의약품 대비 30% 할인으로 시작하지만, 미국은 15% 할인으로 시작한다. 첫 할인폭이 적은 상태에서 가격 경쟁이 심화되면서 수익성이 악화될 여지도 있다.

    미국 FDA는 바이오시밀러를 사용하려면 교체처방을 할 수 있는 임상데이터를 요구하고 있다. 문제는 현재 미국에서 교체처방 허가를 받은 바이오시밀러가 없다는 점이다.

    최근 교체처방 연구 결과와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는 등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된 유럽과는 상황이 다른 셈이다.

    이에 대해 셀트리온 측은 "미국에서의 의약품 유통 경쟁은 정부의 시장경쟁 유도 정책 기조에 따라 더욱 활성화되고 있는 추세"라며 "높은 품질에 합리적 가격, 고가 의약품과 동등한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한 바이오시밀러는 이러한 미 정부의 정책에 가장 부합하는 의약품"이라고 설명했다.

    다행인 점은 FDA가 교체처방 가이드라인 최종안을 마련하는 중이라는 것이다. FDA의 최종안 발표에 따라 미국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개선될 가능성도 상당하다.

    앞으로 셀트리온이 오리지널 의약품 업체들의 리베이트 등 견고한 방어 전략을 어떻게 타개할지도 관건이다.

    미국에서는 병원이 의약품을 구매할 때 보험사로부터 일정한 리베이트를 지급 받는다. 대개 바이오의약품 등 고가의 의약품일수록 리베이트 규모도 크기 때문에 비교적 저가인 바이오시밀러는 리베이트와 관련해 불리한 편이다.

    오리지널 의약품 업체들은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리베이트 금액을 높이거나 독점 계약을 맺을 수도 있다. 특히 오리지널 의약품 업체인 J&J는 그간 미국에서 병원에 리베이트를 철회하겠다고 경고하거나, 바이오시밀러 교체 거부에 따른 혜택을 부여해왔다.

    셀트리온은 미국에서 테바, 화이자 등 파트너사와 긴밀히 협력해 유럽과 유사한 성장 트랙을 밟아갈 계획이다. 특히 트룩시마와 허쥬마의 북미 판매를 담당하게 될 테바는 미국 항암제 시장에서 강력한 세일즈 역량과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최근 바이오시밀러 판매를 둘러싼 반독점 소송 경과에서도 미국 정부의 바이오시밀러 시장 개방 정책에 따른 변화가 엿보인다.

    미국에서 램시마를 판매하는 화이자는 지난해 9월 J&J에 리베이트와 관련한 불공정 경쟁에 대한 반독점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필라델피아 연방법원은 J&J의 소송 각하 요청을 기각했다. 추후 소송 결과에 따라 미국에서의 바이오시밀러 시장점유율이 더욱 빠르게 확대될 수 있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여러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봤을 때, 내년 미국 바이오시밀러 시장 침투에는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FDA의 바이오시밀러 정책 변화 등에 따라 바이오시밀러 산업을 촉진하는 단계로 이동하면 미국 시장 침투 속도는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