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정밀조사 필요한데 제자리걸음만… 북미 회담 결렬에 하세월 우려관심 끈 금강산 크루즈 관광 재개도 멈칫… 절차도 복잡해 장기전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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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을 통해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대감을 부풀렸던 금강산 크루즈(유람선) 관광 재개도 상당 기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전망이다.
미북은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제2차 정상회담을 벌였지만, 대북 제재 완화를 둘러싼 간극을 좁히지 못해 합의문에 서명하지 못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날 단독·확대 회담을 하고 오후에 합의문에 서명할 예정이었지만, 업무 오찬이 돌연 취소되면서 회담이 결렬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숙소인 베트남 하노이 JW메리어트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에서는 제재 완화를 요구했지만, 저희는 그러지 못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 비핵화 의지가 있었지만, 완전하게 제재를 완화할 준비는 안 돼 있었다"면서 "(북한이) 제재 완화를 원했지만, 우리가 원했던 것을 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합의문에 서명하는 건 좋은 생각이 아니다"며 "현재 제재가 하나도 해제되거나 완화된 게 없다"고 덧붙였다.
◇착공식 이후 답보상태
대북 제재가 유지되면서 이번 미북 정상회담 성과를 분수령으로 급물살을 타리라 예상됐던 남북 경협도 당분간 추진동력을 잃게 됐다.
현재 경협 활성화와 남북 혈맥을 잇기 위해 추진하는 철도·도로 연결 사업은 제자리걸음이다. 지난해 12월26일 북측 판문역에서 상징적 의미의 '경의선·동해선 철도·도로 연결과 현대화 착공식'이 열렸지만, 이후 뚜렷한 움직임이 없는 상태다.
철도는 추가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남북은 지난해 8월과 12월 경의선·동해선 철도와 도로 북측 구간에 대해 공동조사를 벌였으나 조사가 미흡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철도전문가는 "(지난 공동조사는) 약식 조사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동해선은 열흘, 경의선은 엿새간 둘러봤다"며 "여행 기간으로 생각하면 길지만, 조사 기간으로는 짧다. 하루 100㎞ 이상을 봐야 하는 일정이고, 북한이 보여주는 노반, 침목 등을 맨눈으로 살펴본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말 진행한 철도 현지 공동조사 결과보고서를 북측에 전달하고,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전달했지만, 아직 진행되는 내용은 없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현재와 같은 방식의 남북 철도 조사는 큰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철도전문가는 "현재 북한의 단선 체제에서는 정부가 그리는 큰 그림인 동아시아철도공동체 구현이 여의치 않을 수 있다"면서 "남북 간 운행을 넘어 중국, 러시아, 몽골 등과의 철도 연결을 고려한다면 현재 북한지역 철도의 단순 개·보수는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단순히 북한지역 내 원활한 철도운행을 위해 현재 철도를 개·보수한다면 지금의 공동조사가 의미가 있겠지만, 동아시아철도공동체를 염두에 두고 남북 철도 연결을 추진한다면 복선화 사업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철도전문가는 "북한 철도를 현대화하려는 목적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도의 정책적 판단이 먼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로도 사정은 비슷하다. 추가 정밀조사가 필요하지만, 착공식 이후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기는 매한가지다. 국토부 관계자는 "개성~평양 고속도로 개량사업은 장비를 가지고 가 7박8일간 공동조사를 벌였다. 북측 남북출입사무소(CIQ)부터 개성~평양 고속도로 시점까지 신설하는 연결도로 구간과 동해선(고성~원산)은 시공 여건 등을 개략적으로 함께 살펴봤다"면서 "개성~평양 고속도로는 포장·사면 상태 등을 살폈을 뿐 교량 등 구조물에 대한 정밀조사는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고 부연했다. 이어 "동해선 등에 대해 면밀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북측에 전달했으나 다음에 논의하자며 아직 구체적인 반응이 없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동해선은 기존 왕복 2차로 도로를 왕복 4차로로 넓힐 건지, 북측에서 염두에 두는 것처럼 국도 수준의 도로를 신설할지에 대해 방향이 잡히지 않은 상태다.
이날 베트남에서 열린 제2차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되고 대북 제재가 당분간 그대로 유지될 수밖에 없어 남북 철도·도로 연결 사업도 답보 상태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되기 전 일부 외신은 대북 제재 일부 완화를 통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금강산 크루즈 관광이 관심을 끌었지만, 회담 결렬로 당분간 논의 자체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전망이다.
금강산 크루즈 관광은 롯데관광개발이 발 벗고 나설 채비다. 롯데관광개발은 배를 빌려 올해로 10년째 크루즈 관광상품을 운용하고 있다. 특히 김기병 롯데관광개발 회장의 고향이 원산이어서 대북경협 열의가 높다.
그러나 금강산 크루즈 관광 재개는 가까운 시일 내 현실화하기는 어렵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이날 미북 정상회담이 적잖은 견해차로 전격 결렬되면서 대북 제재가 언제 풀릴지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설상가상 대북 제재가 풀려도 사업을 추진하기가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해양수산부조차 금강산 관광 때 이용했던 북한 장전항의 여건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사업이 몇 년간 중단되면서 토사가 쌓였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부두 길이와 항로 수심 등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실정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과거 현대아산이 투입했던 유람선 규모는 최대 2만3000t급이었고 요즘 일본과 아시아지역에 투입되는 크루즈는 최소 5만~6만t급"이라며 "롯데관광개발이 용선하는 11만t급 코스타 세레나호를 투입하기 곤란할 것"이라고 했다. 롯데관광개발은 해상에 닻을 내리고 250명쯤을 태울 수 있는 텐더보트를 이용해 관광객을 부두로 실어나르는 방법을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업 추진 절차도 복잡하다. 우선 단절된 기존 남북 항로를 새로 열어야 한다. 뱃길이 열려야 사업자 등록 등이 이뤄질 수 있다. 롯데관광개발이 단순히 남북을 오가는 유람선을 넘어 금강산을 거쳐 러시아나 일본 등 제3국으로 가는 관광상품을 구상한다면 여객운송사업 면허나 승인을 새로 받아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해수부뿐 아니라 외교부, 통일부 등과의 업무협조가 필요하다. 뱃길이 열려도 크루즈를 띄우기까지 적잖은 시간이 걸릴 거라는 설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