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업계 최초 협력사 근로자까지 '작업중지권' 부여춥고, 더워서 작업 중단… 작년 7월 이후 20여 차례 발동"회사 발생 금전적 손실, 제도가 가진 사회적 가치와 비교 대상 아냐"
  • ▲ 회사 전경ⓒSK인천석유화학
    ▲ 회사 전경ⓒSK인천석유화학
    [인천=뉴데일리 송승근 기자] 올해로 출범 50주년을 맞이한 SK인천석유화학(SKIPC)이 협력사 안전 및 상생 경영을 통한 딥체인지를 이뤄내고 있어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0일 찾아간 인천 현장은  협력사의 사회적 가치에 주목, ‘작업중지권’을 실행하는 동시에 안전 최우선을 위해 ‘무재해 안전인시 포상제’ 등을 운영하고 있었다. 동반 성장 파트너인 협력사 구성원들과 함께 행복하고 안전한 회사로 성장시키겠다는 회사의 노력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회사는 지난해 7월, 18개 협력사 구성원이 참여한 ‘안전결의대회’를 열고 ‘작업중지 권한 이행 서약식’을 시작으로 ‘작업중지권’ 제도를 본격 시행했다.

    ‘작업중지권’은 작업 환경에 위험요소가 있거나 안전조치가 미흡하다고 판단되면 근로자 판단 아래 즉각 작업을 중지할 수 있는 권한이다. 이 권한을 협력사 구성원에게 부여한 것은 SK인천석유화학이 업계 최초다.

    이후 지난해 7월부터 올해 3월까지 협력사 구성원이 ‘작업중지권’을 발동한 횟수는 20여건에 달한다. 사상 유례없는 더위가 기승을 부린 지난해 여름과 영하 10도까지 떨어지는 추운 날씨의 겨울 등 기후 조건에 따른 작업중지가 10여건이고 나머지 절반은 안전조치 미흡 등으로 발동됐다.

    제도 도입 당시 협력사가 작업 중지로 인한 불이익을 염려해 실효성이 없을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지만, 회사는 입찰안내서 및 공사계약서 등에 ‘작업중지 권한’을 반영하며 협력사 구성원 안전을 위해 노력했다.

    회사 관계자는 “작업중지권 발동으로 인한 작업손실로 회사가 입은 금전적 손실은 제도가 가진 사회적 가치와 비교할 수 없다”며 ”오히려 회사와 협력사가 합심해 사고 위험성을 사전에 제거함으로써 회사의 안전환경 경영 수준을 더욱 높이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 ▲ 협력사 정비동 앞에 설치된 무재해 기록판 ⓒ SK인천석유화학
    ▲ 협력사 정비동 앞에 설치된 무재해 기록판 ⓒ SK인천석유화학
    회사는 지난해 협력사 안전 인시(人時)를 관리, 기록하는 ‘협력사 무재해 기록판’을 협력사 정비동 앞에 설치 했다. 단순하게 기록용으로 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일정 기간 무재해를 달성한 협력사 구성원을 포상하는 제도로서 업계 최초로 도입했다.

    협력사 무재해 포상 제도에 따른 포상금 및 선물은 무재해 달성 100일 단위로 계속 증가한다. 무재해 기간이 길어질수록 더 많은 행복이 쌓이는 구조다.

    회사는 지난 3월 무재해 60일 달성 기념으로 협력사 구성원 570여명에게 정성이 담긴 1700만원 상당의 선물을 지급했다. 아직 무재해 1배수(100일)를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협력사 구성원들이 안전한 근무환경 조성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격려하는 차원이라고 한다.   

    또한 회사 노사는 지난 2017년 6월,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자신들의 임금 일부를 협력사와 나누는 ‘임금공유’ 상생 협력모델을 도입했다.

    이 모델은 회사의 성장에 기여한 협력사와의 동반성장을 위해 매년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임금의 일부를 나누고 회사가 1:1 매칭 그랜트 방식으로 기금을 조성해 전달하는 형태다.

    최초 시행된 2017년 구성원 임금 일부와 회사 매칭그랜트로 조성한 2억원을 16개 협력사 286명의 구성원들과 나눴다.

    또한 ‘1% 행복나눔’으로 확대 개편된 2018년에는 전체 구성원의 98%(601명)가 동참해 총 5억2000만원의 기금이 조성됐고, 이중 절반인 2억 6000만원이 협력사 구성원들에게 전달됐다. 회사는 7월, 2019년 조성된 기금으로 다시 협력사 구성원과 행복을 나눌 예정이다. 

    회사가 이 제도를 도입한 후 지난 2년간 협력사 구성원들에게 전달한 임금 공유액은 총 4억 6000만원에 달한다.

    최남규 사장은 “지난 50년간 수많은 부침에도 불구하고 경인지역 대표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묵묵히 곁에서 함께 해준 협력사 덕분”이라며 “앞으로 동반성장 파트너인 협력사 구성원이 함께 행복해지고 안전한 회사로 성장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 ▲ SK인천석유화학의 벚꽃동산 산책로 ⓒ[인천=뉴데일리 송승근 기자]
    ▲ SK인천석유화학의 벚꽃동산 산책로 ⓒ[인천=뉴데일리 송승근 기자]
    회사는 출범 50년에 걸쳐 지금의 탄탄한 체계를 구축했지만, 그 성장세는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라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회사(당시 경인에너지)는 90년대 중반 석유시장 자유화 조치 이후 석유제품 마진악화에 IMF 금융위기 등이 겹치며 재무건전성이 급격이 악화됐고 시장 환경변화에 따른 적기 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수익성은 지속적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1999년 한화그룹에서 현대오일뱅크로 경영권이 양도된 이후에도 경영여건이 호전되지 않아 결국 2001년 9월 부도가 발생했고 2003년 3월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대규모 구조조정을 실시하는 등 시련의 세월을 보냈다.

    2006년 3월, SK에너지(현 SK이노베이션)에 인수된 후, 안전·환경관리 시설 강화, 에너지 효율 증대, 운휴공정의 정비 등 공장 정상화 사업을 진행해 기존 공장의 안전·환경 관리 수준과 생산 효율성을 향상 시켰다.

    2012년 5월부터 2년여 동안 총 1조 6200억원에 이르는 대규모 투자를 과감히 결정했고 2014년 7월, 단일공장 국내 최대규모인 연간 130만t 규모의 파라자일렌(PX) 생산능력을 갖추게 됨에 따라 석유제품과 석유화학제품을 동시에 생산하는 밸런싱을 갖춘 컴플렉스로 탈바꿈하게 됐다.

    이에 따라 회사는 초경질원유(Condensate), 경질원유, 고유황 중질원유, 납사 등 다양한 원료를 시황 변화에 따라 빠르고 유연하게 투입할 수 있어 경쟁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손실은 낮게, 수익은높게’ 가져갈 수 있는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가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