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사업 거점인 울산 정치권까지 분쟁에 가세사모펀드 MBK의 고려아연 주식 매수, '약탈적 M&A'로 규정김두겸 "中 자본에 고려아연 넘길 수 없다… 시민 주식갖기 운동 전개"
  • ▲ 김두겸 울산시장이 26일 오전 울주군 청량읍 문죽리 일원에서 열린 드론을 이용한 ‘벼 병해충 방제’ 시연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 김두겸 울산시장이 26일 오전 울주군 청량읍 문죽리 일원에서 열린 드론을 이용한 ‘벼 병해충 방제’ 시연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영풍그룹과 손잡고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에 나선 것과 관련해 김두겸 울산시장이 우려를 표했다. 고려아연의 사업 거점인 울산 정치권까지 '고려아연 분쟁 사태'에 참전한 셈인데, 향후 정부와 정가에서 이번 사태에 개입할 지 주목된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16일 성명을 내고 "최근 고려아연 경영권을 두고 갈등을 빚는 영풍이 중국계 자본을 등에 업은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이하 MBK)와 손잡고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에 나섰다"라며 "고려아연에 대한 외국자본의 약탈적 인수합병 시도를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김 시장은 추석연휴가 끝나는 18일 오전 울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모펀드 공개매수에 대한 반대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김 시장은 입장문에서 MBK가 중국계 자본을 등에 입은 사모펀드라는 점, 고려아연의 사업 범위가 국가 기간산업에 해당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는 단순한 기업 간 갈등이 아니라 대한민국 기간산업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중국계 자본이 대량 유입된 펀드를 구성하고 있는 MBK가 적대적 인수를 할 경우 핵심 기술 유출 및 이차전지 분야의 해외 공급망 구축이 와해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또 "사모펀드는 본질적 목표는 단기간 내 높은 수익률 달성"이라며 "고려아연 인수 후 수익 추구를 위한 연구개발 투자 축소, 핵심인력 유출, 나아가 해외 매각 등이 시도될 가능성이 높고, 이는 기업의 핵심 경쟁력 약화는 물론 나아가 울산의 산업 생태계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고려아연은 현재자동차와 현대중공업, SK 등과 함께 50년간 울산시민과 함께한 향토기업이자 글로벌 기업"이라며 "산업수도 울산의 자부심을 지키기 위해 정치계와 상공계, 시민 등 지역사회의 모든 역량을 동원해 지역 향토기업 살리기에 나서겠다"고 역설했다.

    김 시장은 "울산시민들은 20여년 전 지역기업 SK가 외국계 해지펀드 소버린자산운용과 경영권 분쟁에 휩싸여 있을 때 '울산시민 SK 주식 1주 갖기 운동'을 펼친 바 있다"며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지역 상공계와 힘을 모다 '고려아연 주식 사주기 운동'을 펼치고 120만 울산시민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전했다.

    아울러 "정부에 국가기간산업 보호와 핵심기술 유출 방지를 위한 제도 마련을 강력히 촉구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시장은 18일 오전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이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앞서 지난 12일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 최대주주인 ㈜영풍 및 특수관계인 장형진 고문 일가와의 주주 간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영풍이 MBK파트너스에 고려아연 지분 절반 이상을 넘기기로 하는 내용이다. 

    또 지난 13일 MBK는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를 위해 최대 2조원의 주식을 공개 매수하겠다고 나섰다. 영풍이 사모펀드를 끌어들여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설립한 영풍그룹은 고려아연의 경우 최씨 일가가, 전자 계열사의 경우 장씨 일가가 맡는 분리 경영을 해왔으나 최근 양 가문 간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고려아연이 최근 영풍그룹 전체 매출의 75% 안팎을 도맡을 정도로 성장한 반면, 장씨 가문 쪽이 맡은 기업들은 부진해 격차가 벌어진 것이 갈등의 불씨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금 창출력이 부족한 영풍이 고려아연을 상대로 잇따라 현금 배당 확대를 요구하는 가운데, 고려아연이 장기 성장을 목표로 이차전지·수소 등 신사업에 대규모 투자하자 부딪히기 시작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