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마진 1분기 7.3달러→2분기 3.5달러하반기 들어 더 시들…최근 마이너스(-) 기록국제유가도 급락…재고평가손실 발생 위험정유사업, 2분기 이어 3분기도 적자 예상
  • ▲ ⓒ뉴데일리
    ▲ ⓒ뉴데일리
    국내 정유사들이 3분기 시장 예상치보다 낮은 실적 성적표를 받아들 전망이다.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 약세가 지속 중인 데다 국제유가 급락에 따른 재고평가손실 발생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5일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배렬당 –0.31달러로 전일 2.25달러 대비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석유제품 판매가격에서 원유가·운임 등 비용 등을 뺀 정제마진이 마이너스를 기록한다는 것은 정유사들이 원유 정제설비를 돌릴수록 손해를 본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유사들의 3분기 실적 전망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업계에서는 통상 정제마진의 손익분기점을 배럴당 4~5달러로 보고 있다. 올 1분기 평균 7.3달러를 기록했던 정제마진은 2분기 3.5달러로 떨어지며 부진했다. 하반기 들어서는 7월 4.31달러로 다소 올랐지만 지난달 다시 2달러대로 떨어진 이후 현재까지 지지부진한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석유제품 수요가 부진한 상황에서 미국의 높은 정제설비 가동률에 중국·인도·중동 등의 신규 정제설비 가동이 더해진 원인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중국 정유사의 정제 가동률은 고점인데, 내수로 소비되지 못한 석유제품이 시장에 풀리면서 정제마진 하락 압박이 커진 형국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국제유가가 급락한 점도 정유사 실적 부담을 키우고 있다. 정유사는 원유를 수입한 후 정제 과정을 거쳐 2~3개월 뒤 판매하므로 국제유가가 상승하면 마진(차익)이 커지는 래깅(lagging) 효과를 볼 수 있다. 반대로 유가가 하락하면 원유의 재고평가 가치가 떨어져 손실을 입게 된다.

    4일(현지 시각)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0월 인도분은 전날보다 1.14달러(1.62%) 하락한 배럴당 69.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기준으로 WTI가 70달러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12월 13일 이후 9개월 만이다. 브렌트유도 전일 대비 1.05달러(1.42%) 내린 배럴당 72.70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6월 27일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미국의 고용 여건이 악화되고 있다는 지표와 함께 원유 수요가 회복되지 못할 것이란 불안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3일 미국 공급관리협회(ISM)는 지난달 미국의 제조업 활동이 예상보다 둔화했다고 밝혔으며, 4일 미 노동부는 7월 구인 건수가 767만3000건으로 전월 대비 23만7000건 줄었다고 발표했다. 이는 2021년 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정제마진 약세에 국제유가 하락이란 악재가 겹침에 따라 정유사의 3분기 실적도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정제마진이 손익분기점을 밑돌았던 2분기 SK이노베이션 석유부문 영업이익은 1442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75.6% 감소했다. 에쓰오일, GS칼텍스, HD현대오일뱅크도 정유사업에서 모두 적자를 냈다.

    업계 관계자는 “3분기에는 여름 성수기 등 영향으로 정제마진 개선을 기대했고, 유가도 80~85달러대를 유지할 것으로 예측했지만 상황이 더 안 좋다”며 “단기간 내 뚜렷한 반등 요인이 없어 증권사들도 실적 눈높이를 더 낮추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