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연속 '추경중독' 힐난… 본예산 통과 넉 달도 안 돼혜택은 현 정권, 부담은 미래세대정국 급랭으로 국회 통과 난망
  • ▲ 정부가 미세먼지와 민생 안정을 이유로 6조7000억원의 추경을 편성했다.ⓒ연합뉴스
    ▲ 정부가 미세먼지와 민생 안정을 이유로 6조7000억원의 추경을 편성했다.ⓒ연합뉴스
    정부가 미세먼지와 민생경제 안정을 이유로 총 6조7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편성했다고 24일 밝혔다. 문재인 정부 들어 3년 연속 추경을 짠 것으로 '추경 중독'이란 지적이 나온다.

    미세먼지를 추경편성의 이유로 내세웠지만, 미세먼지 대응은 편성 예산의 3분의 1에 불과한 실정이다. 나머지는 기존 일자리정책을 재탕해 확대 지원하는 수준이어서 선심성 예산을 졸속으로 편성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설상가상 선거법·검찰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으로 정국이 급랭하면서 추경이 국회 문턱을 넘기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낡은 경유차 25만대 추가로 조기 폐차… 대당 161만원 지원

    미세먼지 대응은 배출원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먼저 수송분야는 낡은 경유차 조기 폐차와 건설기계 엔진 교체 비용 등의 지원을 확대한다. 10% 자부담을 한시적으로 면제하고 국고보조율을 60%까지 높였다. 낡은 경유차는 2412억원을 들여 25만대를 추가로 조기 폐차한다. 총 40만대를 대상으로 1대당 161만원을 지원한다.
    건설기계 엔진 교체에 927억원을 추가 배정해 기존보다 7배 많은 1만500대를 사업대상에 포함했다. 매연포집장치(DPF) 부착 지원 예산도 총 1420억원을 편성해 경유차 9만5000대와 건설기계 5000대를 지원한다.

    전기·수소차 보급을 위해 구매보조와 충전인프라 설치에도 2105억원을 추가 배정했다. 항만에 정박한 선박에 육상전력을 공급하는 설비 지원도 기존 8선석에서 24선석으로 늘렸다.

    산업분야는 산업단지 내 소규모 사업장(1815개사)을 중심으로 10년 이상 된 배출 방지시설을 교체한다. 자부담 비율은 3년간 한시적으로 20%에서 10%로 낮춘다.
    생활분야에선 15년 이상 된 가정용 보일러 27만대를 질소산화물(NOx) 배출이 적은 보일러로 추가 교체한다. 1대당 20만원을 지원한다.

    미세먼지 측정망은 더 촘촘히 구축한다. 서해상 다중측정망을 63개소 추가해 총 231개로 늘린다. 감시에는 드론(무인비행장치)을 도입하고, 분석을 위해 미세먼지 정보센터도 신설한다.

    기초생활보장수급자와 복지시설거주자 등 취약계층(234만명)과 건설현장 근로자(19만명)에게는 마스크를 보급한다. 국립학교와 초등돌봄교실, 사회복지시설 등에 공기청정기 1만6000대도 새로 보급한다. 지하역사 278곳에 공기정화설비 4037대도 설치한다.
  • ▲ 강원 고성지역 산불.ⓒ연합뉴스
    ▲ 강원 고성지역 산불.ⓒ연합뉴스
    ◇산불 특수진화대 135명 확충

    국민안전과 관련해 산불 대응체계도 고도화한다. 940억원을 투자해 산불 특수진화대 인력 135명을 확충하고 강풍과 야간에도 띄울 수 있는 헬기를 1대 도입한다. 개인진화장비도 보강한다.

    오래된 사회간접자본(SOC) 개량에 3438억원을 투입해 도로·철도·하천 시설 개보수도 앞당긴다.

    다중숙박시설 화재 예방을 위해 고시원 등에 간이스프링클러를 설치하는 사업도 신규로 추진한다.
  • ▲ 실업급여 신청창구.ⓒ연합뉴스
    ▲ 실업급여 신청창구.ⓒ연합뉴스
    ◇성장률 제고 효과 0.1%P 수준 그쳐

    정부는 투자·수출 부진과 세계 경제성장 둔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자 민생경제 지원도 확대한다.

    이라크 등 고위험 수출시장 개척과 중소기업 해외 진출 확대를 위해 무역금융을 확충한다. 이를 위해 수출입은행, 신용보증기금 등 정책금융기관에서 2640억원을 추가 출연·출자한다. 중소 조선사의 해외 수주를 돕고자 무역보험공사에 선수금 환급 보증을 2000억원 수준으로 확충한다.

    벤처창업 지원도 확대한다. 예비창업 200명, 3년 이내 초기창업 220개사, 창업 4~7년 도약단계 75개사를 추가로 지원해 사업화와 성장을 지원한다. 민간자금을 투자받기 쉽지 않은 창업 3년 이내 초기기업을 위해 혁신창업펀드를 1500억원 규모로 확충하고, 500억원 규모의 스케일업 전용펀드도 신설한다.

    관광 활성화를 위해 아세안, 중화권 관광객 유치마케팅 강화, K-팝 페스티벌 등 콘텐츠 보강에도 예산을 추가 배정했다.

    5G 상용화에 따른 콘텐츠 제작을 비롯해 빅데이터·인공지능(AI) 등 8대 신산업 육성, 인재 양성을 위한 맞춤형 교육·훈련 프로그램도 확대한다.

    위기·재난지역에 대한 인프라 투자에도 나선다. 자동차·조선업 구조조정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에 긴급자금을 공급하기 위해 1000억원을 추가 배정했다. 포항지진과 관련해선 지열발전의 안전관리 체계와 지역 특별재생사업 국고보조율 인상을 위해 1131억원을 추가로 편성했다.

    정부는 민생 안정과 사회안전망 강화에도 나선다. 저소득층 소득개선을 위해 2022년 시행 예정이던 부양의무자 재산의 소득 환산율 인하를 앞당긴다. 냉난방용 연료 구매를 지원하는 에너지 바우처는 지원대상에 소년·소녀, 한 부모 세대를 추가했다.

    최근 실업자 증가 등을 고려해 실업급여도 8214억원을 추가 편성했다. 10만7000명을 추가로 지원하는 규모다.

    정부는 결산 잉여금 4000억원과 기금·특별회계 여유자금 2조7000억원을 최대한 활용하고 부족한 3조6000억원은 적자국채를 발행해 재원을 충당하기로 했다. 지난해 초과 세수를 활용해 국채를 관리한 탓에 추경 후에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39.5%로, 애초 예산안(39.4%)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거라는 게 재정 당국의 설명이다.

    정부는 이번 추경으로 미세먼지 7000t이 추가로 줄어 올해 총 1만7000t이 감축될 것으로 예상했다. GDP 성장률은 0.1%포인트(P) 높아질 것으로 추정했다.

    정부는 25일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하지만 국회가 선거법·개혁법안 패스트트랙으로 급속히 냉각하고 있어 통과하기까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 ▲ 국회.ⓒ뉴데일리DB
    ▲ 국회.ⓒ뉴데일리DB
    ◇野 "추경 중독·선심성 위장 추경" 질타

    야당에선 정부가 '추경 중독'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 18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만나 "내년 총선용·선심성 추경 편성에 응할 수 없다"면서 "미세먼지·산불 등 재해용 추경과 경제 살리기 추경을 분리해 제출하면 신속하게 처리하겠다"고 했다. 나 원내대표는 "(추경을) 잘못하다가는 국채를 발행할 수밖에 없다"며 "국민 호주머니를 마음대로 써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2018 회계연도 국가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부채는 1682조7000억원에 달한다. 1년 새 부채 126조9000억원이 증가했고, 이 중 17.1%에 해당하는 21조7000억원은 국채발행에 따른 것이다.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은 24일 논평을 통해 "출범 2년 된 정부가 3번째 추경을 짰다"며 "경제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반성과 방향전환 없이 단기 경기부양의 유혹에 빠진 추경 중독에 우려를 표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세먼지 추경을 표방하나 단기 경기부양 예산을 미세먼지로 가린 위장추경"이라며 "미세먼지 예산은 전체 추경의 3분의 1에 그치고 나머지는 고용예산이거나 안전예산을 빙자한 선심성 예산"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역대급 슈퍼예산이라던 470조원의 본예산이 쓰이기도 전에 추경안을 내놓는 것은 정부가 편성한 본예산이 잘못됐다는 것을 고백하는 것"이라며 "필요 재원의 절반 이상을 국채발행으로 조달하면 혜택은 현 정권이 보겠지만, 그 대가는 미래세대가 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