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훈 현대상선 사장, 이번주 머스크 MSC 방문오는 2020년 2M과의 조건부 협력 계약 만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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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상선이 내년 4월 세계 최대 해운 동맹인 2M과의 계약 만료를 앞두고 바삐 움직이고 있다. 현대상선 측은 더 좋은 조건으로 계약 연장을 바라는 눈치지만, 2M과 업계 반응은 아직 시큰둥해 벌써부터 치열한 신경전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25일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지난달 취임한 배재훈 현대상선 사장은 이번주 세계 1·2위 해운사인 머스크와 MSC를 방문할 예정이다. 현대상선은 이들이 속한 2M 해운동맹과 오는 2020년 4월 종료되는 조건부 협력 계약을 유지하고 있다.

    업계에선 배 사장이 2M과의 계약 연장을 위해 유럽을 방문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계약 만료를 앞두고 이들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이번 출장길에 올랐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현대상선은 2M과 AEX(아시아~북유럽) 노선 확대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운업의 경우, 한 선사가 세계 모든 지역에 선박을 투입할 수 없기 때문에 계약을 맺고 다른 선사와 함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글로벌 주요 선사들도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해운 동맹 가입으로 영업망을 확대하고 있는 추세다.

    배 사장이 직접 유럽으로 향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글로벌 선사들과의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는 해운 동맹 가입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올해 하반기까지는 2M과의 협력관계를 유지하거나 다른 동맹에 가입해야 안정적인 영업활동이 가능하다.

    현재까지 상황으로 봐선 현대상선과 2M이 협력관계를 유지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외신에 따르면 글로벌 해운업계 사이에서도 2M 입장에서 봤을 때 현대상선과의 협력을 이어갈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보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미 2M은 현대상선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낸 바 있다. 현대상선이 지난해 '해운 재건 5개년 계획'에 따라 대형 컨테이너선 20척을 발주하자 선복량 공급 과잉으로 인한 운임 하락을 문제 삼아 노골적으로 불만을 나타낸 것이다.

    최근에는 2M이 이스라엘 해운사 짐라인과 손을 잡으면서 현대상선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2M은 지난해 말 짐라인과 아시아~북미동안 항로에서 공동운항을 하기로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제휴 기간은 7년이다.

    글로벌 해운업계 관계자는 "머스크와 MSC는 현대상선 없이도 물량을 처리할 수 있다"면서 "현대상선의 선복량은 아시아 역내 거래에서는 큰 편이지만, 세계적인 해상 운송 서비스에는 너무 작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도 계약 연장만이 답은 아니라는 말이 나온다. 사실 현대상선과 2M의 협력은 처음부터 반쪽자리에 불과했다. 통상적으로 해운 동맹의 계약 기간은 최소 5년에서 10년 정도이지만 현대상선은 2M과 3년 계약을 맺었다. 정식 회원이 아니라 노선 운항에 있어 불리한 조건도 감수했다.

    2M과 결별한다면, 현대상선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두 곳 뿐이다. 지난해 4월 세계 해운동맹은 2M과 오션얼라이언스, 디얼라이언스 등 3개로 재편했다. 오션얼라이언스는 중국 선사들, 디얼라이언스는 일본계 선사들이 주축이다.

    현대상선이 2020년부터 초대형 선박을 인도하는 만큼, 해운동맹 모두 현대상선과의 협력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션얼라이언스는 현대상선과의 협력으로 유럽 노선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고, 디얼라이언스는 상대적으로 적은 몸집을 현대상선과의 제휴로 키울 수 있다.

    물론 현대상선이 독립선사로 남을 수도 있다. 하지만 홀로서기를 바라보는 시각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현대상선이 독자적인 운항을 하게 되면 초대형선 화물 확보에 어려움을 겪게 되고 운임인하를 통해 화물 확보에 나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상선이 2M과의 계약 연장을 바라고 있지만, 불리한 조건으로 협력을 계속하는 것은 현대상선의 경쟁력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내년부터 인도되는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무기로 다른 파트너를 찾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