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입 4개월 지났지만… 승차공유, 블록체인 등 규제 문턱 넘지 못해모빌리티 서비스, 택시업계와 이해관계 얽혀블록체인 송금 서비스, 과기부, 금융위, 기재부 등 부처 기싸움
  • 정부가 혁신적인 서비스를 실현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겠다는 'ICT 규제 샌드박스'가 지지부진한 형국이다. 도입된지 4개월이 지났지만 승차공유, 블록체인 등 중요한 서비스가 규제의 문턱을 넘지 못한 채 표류 중이다.

    1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ICT 규제 샌드박스는 지난 1월 17일 신산업·신기술 분야에서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출시할 때 일정 기간 규제를 면제하거나 유예하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정부가 일시적으로 시장 출시를 허용하는 '임시허가'와 제품과 서비스를 시험·검증하는 동안 제한된 구역에서 규제를 면제해주는 '실증특례'로 나뉜다.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은 ICT 규제 샌드박스 시행 당시 "규제혁신의 주요 성공사례를 만들어 새로운 성과 창출 동력을 확보하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자신한 바 있다. 하지만 4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활용해 실증특례나 임시허가를 받은 기업은 13곳에 그쳤다. 특히 국민의 관심이 쏠려있는 승차공유 모빌리티 서비스와 블록체인 해외송금 서비스 등은 현재까지도 결론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승차공유 서비스의 경우 '앱 기반 자발적 택시동승 중개 서비스'와 '대형택시와 6~10인승 렌터카를 이용한 공항·광역 합승 서비스'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코나투스의 이동 경로가 유사한 승객 2명을 이어주는 중개 앱과 벅시, 타고솔루션즈의 6~13인승 대형택시 및 6~10인승 렌터카로 합승 운행을 할 수 있는 서비스는 9일 열린 3차 심의위원회에서 실증특례 허가를 받지 못했다.

    블록체인 기반 해외송금 서비스 기업 '모인'은 3차 심의 안건에서 제외됐다. 이 서비스는 지난 2월 1차 심의, 3월 2차 심의, 5월 3차 심의까지 안건에 오르지 못하면서 4개월째 표류 중이다.

    정부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국민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서 시간을 갖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야 된다는 입장이지만, 논의가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높다. 모빌리티 서비스는 택시업계와의 이해관계가 얽혀있고, 블록체인 송금 서비스는 과기정통부,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 등 관계 부처의 기싸움이 우려된다는 점에서다.

    때문에 정부의 규제 샌드박스에 대한 업계의 당초 기대감이 사그라들고 있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홍보중인 5세대 이동통신(5G) 관련 신기술 규제에만 관대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3차 심의위에서 5G 관련 신기술인 △디지털 배달통을 활용한 오토바이 광고 서비스 △통신사 무인기지국 원격전원관리시스템 △가상현실(VR) 모션 시뮬레이터 등은 모두 통과됐다.

    업계 관계자는 "ICT 규제 샌드박스는 기업들의 발목을 사로잡는 걸림돌을 제거하는 법적 테두리를 만들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며 "정부가 특정 서비스에 매몰될 것이 아닌 부처간 통합된 기준으로 속도를 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