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 국토부장관 "요금 인상 불가피… 선진국보다 낮아"교통전문가 "준공영제 고비용 저효율… 간접 지원방식 고려해야"
  • ▲ 버스 정상운행.ⓒ연합뉴스
    ▲ 버스 정상운행.ⓒ연합뉴스
    15일 예고됐던 버스 파업은 막판 협상 타결 등으로 일어나지 않았지만, 후폭풍이 예상된다. 일각에선 임금 인상과 정년 연장, 요금 인상 등으로 노사는 희색인 반면 국민만 불편과 희생을 감수하는 상황이 연출됐다는 견해가 나온다.

    특히 정부와 여당이 광역버스 준공영제를 도입하기로 했지만, 혈세를 투입하는 고비용 저효율의 정책이란 지적이 제기된다.

    15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버스 파업 철회 관련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그동안 국민께 걱정을 끼쳐드려 송구하다"며 "버스 사고는 특성상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만큼 국민 안전을 위해 노동시간 단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버스 기사 추가 고용 등을 위해 버스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버스 요금은 선진국인 영국·미국의 26~38% 수준으로 낮고 수도권은 최근 4년간 요금이 동결돼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반 광역버스 준공영제와 관련해선 "공공성 강화로 혜택이 국민께 돌아간다"며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다는 걱정의 목소리가 있는데 재정 운용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게 면밀히 제도를 설계하겠다"고 밝혔다.
  • ▲ 국토부-지자체 노선버스 파업 대비 점검회의.ⓒ국토부
    ▲ 국토부-지자체 노선버스 파업 대비 점검회의.ⓒ국토부
    그러나 일각에선 정부 대응이 미흡했다는 질타가 나온다. 국내에 간선급행버스체계(BRT)를 처음 소개한 교통전문가 박용남 지속가능도시연구센터 소장은 "이번 버스 파업 사태는 노동시간 단축을 뼈대로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촉발됐다"며 "지난 1년간 문제를 풀지 않고 있다가 (정부·여당이) 불과 파업을 사나흘 앞두고 해결하겠다고 나서니 임기응변으로 넘어가려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지금껏 뒷짐 지던 장관들과 여당 실세가 무대에 나섰지만, 요금을 올리라고 으름장 놓는 것 말고는 뾰족한 대책도 없었다"며 "버스 노사는 요금을 올리든, 정부 보조금을 받든 어떤 식으로 결정이 나도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듯하다"고 덧붙였다.

    일부 지자체에서도 이번 사태 전망과 관련해 "올해 초에도 한 번 겪었듯이 버스 노조로선 협상 시한 마지막까지 끌고 가 하나라도 더 얻으려고 할 것"이라며 "이번 노동쟁의 신청 지역 대부분이 준공영제나 1일 2교대를 시행하고 있어 근로시간 단축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만큼 막판 극적으로 교섭이 타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장관이 우리나라 버스요금이 상대적으로 낮다며 요금 인상의 당위성을 설명한 것도 정부 정책의 일관성 측면에선 모순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국토부가 역점을 두어 추진하는 사업 중 광역알뜰교통카드가 있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교통공약 사업이다. 후보 시절 문 대통령은 "국민 교통비 부담을 낮추겠다"며 이 사업을 내걸고 표를 호소했다. 대통령은 서민의 교통비 부담을 걱정하는 데 장관은 버스요금이 낮다며 올려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 ▲ 이해찬 민주당 대표.ⓒ연합뉴스
    ▲ 이해찬 민주당 대표.ⓒ연합뉴스
    이번에 노사는 나쁘지 않은 결과를 얻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임금 3.6% 인상 △2021년까지 정년 63세로 단계적 연장 △학자금 등 복지기금 5년 연장 등에 합의한 서울시버스노조는 "나쁘지 않은 결과로 본다"고 평가했다.

    사측도 요금 인상이나 준공영제 도입 등 나름의 성과를 얻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앞으로 전체적으로 대중교통수단에 준공영제를 실시하는 쪽으로 당 정책 방향을 잡아야겠다"고 말했다. 준공영제는 버스운행에 따른 적자분을 지방자치단체가 보전해주는 제도다. 2004년 도입한 서울은 연 2500억원 이상을 버스회사에 지원하고 있다. 이 대표 말대로 전국으로 준공영제를 시행하면 막대한 재정이 필요하다.

    사회공공연구원 조사자료에 따르면 준공영제를 도입한 8개 지자체에서 지난해 1조652억원의 보조금이 투입됐다. 한국교통연구원 분석으로는 주 52시간 근로에 준공영제 평균 월급을 전국적으로 적용하면 1조3433억원이 추가로 들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부는 "이번에 버스분야 발전방안으로 발표한 것은 광역버스에 국한된다"며 "일반광역버스는 준공영제 미시행 10개 시·도의 버스 대수 2만4000여대의 10분의 1쯤"이라고 해명했다.

    문제는 준공영제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없다는 점이다. 일각에선 정부와 여당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일방적으로 준공영제 도입을 밀어붙이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박 소장은 "이 대표 발언은 서울시가 준공영제를 도입한 지 15년 만에 전국화의 길을 연 것"이라며 "준공영제는 장점이 많지만, 단점도 적잖은 제도로 대표적인 고비용 저효율 운영체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제대로 된 검증과 논쟁도 한번 없이 집권 여당에 의해 파업 국면에서 버스노조의 요구가 받아들여졌다"고 말했다. 박 소장은 "올 초에도 서울시 버스업체가 보조금을 횡령하는 문제가 알려진 바 있다"며 "이런 사례는 서울에 국한된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박 소장은 "준공영제만 정답은 아니다"며 "대중교통정책이 성공한 브라질 쿠리치바의 경우 주 정부와 시 정부가 대중교통공사가 운영하는 도시화 기금을 지원하는 방식을 쓴다. 운송원가를 계산해 사업자에게 직접 보조금을 주는 준공영제와 다르다. 간접적이지만, 버스를 이용하는 시민에게 직접 요금을 보조하는 효과가 있다. 무엇보다 정부가 공사를 상대로 기금 집행을 감시할 수 있어 세금을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국토부는 준공영제 추진에 따른 정부 재정 부담에 대해 "교통연과 경기연구원이 함께 연구용역을 벌일 계획"이라며 "용역 결과와 제도 설계 방향에 따라 다르므로 현재로선 답변하기 곤란하다"고 했다.
  • ▲ 국토부.ⓒ뉴데일리DB
    ▲ 국토부.ⓒ뉴데일리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