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5년 이용객 1898만명… "작은 공항 아니다"찬성주민 "부대시설 참여기회 주고, 부지 축소 따른 토지수용 피해 없어야"기본계획 최종보고회 마무리… 반대주민 불참
  • ▲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 최종보고회.ⓒ연합뉴스
    ▲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 최종보고회.ⓒ연합뉴스
    제주지역 주민대표들은 국토교통부의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과 관련해 '국내선 전용 부공항'에 대한 불만을 나타냈다. 부지면적이 사전타당성 조사에서 제시됐던 것보다 줄어든 것과 관련해서도 토지수용에서 빠지게 될 지역민이 피해를 봐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국토부는 25일 정부세종청사 7동 법제처 2층 대회의실에서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 최종보고회를 열었다. 보고회에는 김용석 공항항행정책관을 비롯해 국토부 항공실 공무원과 용역진, 관계기관과 제주지역 주민대표 등이 참석했다. 제2공항 건설에 반대하는 시민단체나 주민은 참석하지 않았다.

    주민대표들은 먼저 제주 제2공항에도 국제선을 운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병관 성산읍발전협의회장은 "애초 알려진 내용과 최종보고회 내용이 많이 다르다"면서 "용역결과는 제2공항을 국내선 전용 부항공으로 건설하겠다는데 제주 도내 균형발전 등에 국제선이 필요하다. 보조공항으로 전락한 것에 대해 찬성했던 주민들도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 회장은 "제주시에 교육·문화 등이 편중된 것은 제주공항이 있기 때문"이라며 "국내선뿐 아니라 국제선도 50%를 분담하고, 부공항이란 표현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오 회장 제안은 용역진이 제2공항 역할분담과 관련해 검토했던 시나리오 중 '대안5'에 해당한다. 사전·예비타당성 조사에서는 제2공항에서 국제선을 100% 운영하고 국내선은 기존 제주공항과 절반씩 분담하는 '대안3'이 검토됐다. 하지만 용역진은 국제선을 기존 공항에서 100% 소화하고 국내선을 두 공항에서 분담하는 '대안4'를 최종안으로 결정한 상태다.

    이성용 제주연구원 박사도 "10년 전 제주공항 이용자 분석자료를 보면 도민은 12%, 나머지 88%는 동남아 등 외지인이었다"면서 "앞으로 제주도가 국제자유도시로 국제선 수요가 증가할 텐데 이 부분에 깊이 있게 검토되지 않은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참석자들은 삶의 터전을 빼앗겨야 하는 지역주민이 피해를 봐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수용지역인 난산리 전 이장 김길호씨는 사업부지 축소로 토지수용에서 제외될 주민의 피해가 우려된다고 역설했다. 김 전 이장은 "용역결과를 보면 사업부지가 760만㎡에서 500만㎡로 줄었는데 이해가 안 된다"면서 "애초 토지가 수용될 것으로 알려져 그동안 토지거래 제한 등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받은 지역민이 입을 손해는 누가 보상할 거냐"면서 "이제 와서 사업부지를 축소하면 사업구역 바깥쪽 땅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버려진) 땅이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재철 제주도 공항확충지원과장은 "기본계획안을 보면 수용지 주민 이주 대책이 원론적인 수준에서만 언급돼 미흡하다"면서 "주택단지를 조성할 건지, 마을별로 이주할 건지, 예정지에서 농사를 짓던 주민의 생계대책은 뭔지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요구했다.

    공항 부대시설 등의 운영과 관련해 지역주민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도 비중 있게 나왔다. 엄상근 제주연구원 박사는 "공항 건설 전후로 갈등관리가 계속돼야 하는 상황에서 공항과 지역 간 연결고리가 없다"면서 "공항 운영 부대시설에 대한 주민 참여 방안을 추가로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남진  범도민추진협의회 이사도 △정주 여건 개선 △교통인프라 구축 지원 △공항 주변 발전계획 병행 등과 함께 예정지 주민소득 창출 방안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현학수 제주도 공항확충지원단장도 "(기본계획에서) 주민들이 공항 시설과 관련해 근거라도 마련해줘야 한다"면서 "일자리 창출 차원에서 지역 내 대학의 관련 학과 개설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 ▲ 제주 제2공항 예정지 서귀포시 성산읍 일대 모습.ⓒ연합뉴스
    ▲ 제주 제2공항 예정지 서귀포시 성산읍 일대 모습.ⓒ연합뉴스
    정용식 국토부 항공정책실 신공항기획과장은 "제2공항 규모는 목표연도 2055년 1898만명으로, 작은 공항이 아니다"면서 "기존 공항과 위계를 나누거나 부공항이라 표현하는 것은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국제선 운영 요구와 관련해선 "당장 제2공항 쪽에 관련 시설이 갖춰져 있는 것도 아니고 기존 공항 지역 경제권도 고려해야 하므로 단계적으로 확보해나가는 게 현실적이고 효율성도 높다"고 밝혔다.

    정 과장은 수용지역 주민의 공항 운영 참여와 관련해선 "한국공항공사나 기획재정부 등 여러 기관과 관련돼 있다"면서 "현재로선 계속 고민해보겠다는 선에서 답변드린다"고 했다. 사업부지 축소에 대해선 "중간에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기술적인 기준이 바뀌어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다"면서 "앞으로 주민 피해가 없도록 상생방안을 더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용역을 수행한 포스코건설 컨소시엄의 정기면 프로젝트 매니저(PM)는 "새로 바뀐 국제기준이나 항공수요를 세세하게 적용하면서 시설 간 이격거리 등이 조정돼 사업부지가 줄어든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보고회에는 제주제2공항반대범도민행동 등 제2공항 건설에 반대하는 대책위 관계자들은 빠져 반쪽짜리 보고회가 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반대주민에게도 최종보고회 개최를 알렸지만, 참석하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